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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Feb 13. 2025

뜻밖의, 걷는 사람들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2024) 간단 후기

 <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너무 좋아서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찾아 읽었다. 2024년에는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모여있었다. 누나와 동생이, 아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 엄마와 어머니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타국의 이민자와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가.


뜻밖에 마주친 걷는 사람들

 서로에게 "성냥갑 하나 정도의 온기"(<조각들>, 이승은)를 나누어주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온기보다 "걷기"가 더 와닿았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작품에 걷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내일의 송이에게>(조해진)에서 송이는 고등학교 시절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그래도 이 밤은>(강태식)의 행크는 브라이언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로 걸었다. <조각들>(반수연)의 '나'는 지나의 이사를 도와주면서 지나가 출근할 때마다 금문교까지 걸었다. <양치기들의 협동조합>(신용목)의 '나'와 얀은 심지어 한동안 걸어야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순례자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걷는다. 하염없이 걸어야 할 정도로 각자의 걱정과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럼에도 "성냥갑 정도의 온기"를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걷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깨달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고통대로 두더라도 그 고통의 이유는 납득할 만하고, 그래서 좋아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그 고통을 감수하겠다고 다짐할 때 말이다.

                  <양치기들의 협동조합>(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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