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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리고 눈물바람

일 할 때는 늘 뭔가를 틀어놔야 한다.

한 번에 한가지 일만 하시는 분들은 멀티가 되는 편이라 좋겠다고 하시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나는 딴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잡생각이나 근심에 시달린다.

늘 탈출하려는 정신줄을 잡기 위해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게 더 집중이 잘 되고

공방에서 일을 하려면 드라마나 영화로 노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재미있거나 너무 슬프거나 너무 감동적이면

울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요즘은 너무 잦다.


갱년기의 영향인가, 아니면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요즘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때문인가.


정년이를 보다 울고

조립식 가족을 보다 울고

정숙한 세일즈를 보다 울다 보니

어젯밤 작업을 마무리 하고 화장실에 가보니

눈이 퉁퉁 부어 집에 무슨 일 있는 사람같다.


연기자들은 대단하다.

그리고 조금 부럽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감정을 (그게 어떤 감정이든) 터뜨려 볼 기회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그래서 나도 연기라는게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출연하는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나는 주연이지만

꽤 많은 부분에서는 제 역할을 잘 연기하지 못한다.

내 감정인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오늘도 진짜가 아닌 드라마를 보며 눈물바람을 했던 나는

진짜인 내 인생에서 발연기를 하며 날이 저무는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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