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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등석 Dec 06. 2021

줄리 누나를 찾아서

 

 <줄리의 월드팝스>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음악 케이블채널인 KMTV(지금은 명맥이 끊긴 듯하다.)에서 VJ 줄리(본명 이현주)가 진행하던 팝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 집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줄리의 월드팝스>를 시청하는 일이었다. <줄리의 월드팝스>가 끝나면 벅스에 접속하여 줄리 누나가 소개해 준 노래들을 찾았다. 언제라도 들을 수 있게 찾아 놓아야 직성이 풀렸는데, 음악들이 날아가 버릴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 시절 나에게 거의 유일한 낙이었으며 줄리는 나의 훌륭한 음악 선생님이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공부하며 음악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음악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무작정 찾아간 기타 동아리에서 음악을 배워가던 나는 결국 군대까지 미루고 열정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합창곡의 구성을 짜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법을 카피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기타를 치면 행복했고, 공연을 하면 뿌듯했다. 제대 후에는 상경하여 복학을 미룬 채 컴퓨터 음악을 배우기도 하였다. 가족들과 대학 동기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사냐고 걱정이 많았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했다는 말이다.      


 비록 지금은 음악과 관련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누가 뭐래도 줄리 누나 덕분이다. 그녀는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따금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여 인터넷에 서치를 해보기도 하였으나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기에, 그녀는 점점 나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손뜨개 작가 이현주

 

 재회는 불현듯 찾아온다고 하였는가? 우리 아내가 딸아이의 장난감을 만들어 주겠다며 구매한 책 속에서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줄리줄스의 손뜨개』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책 표지에 인쇄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는 바로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근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미모는 여전했다. 줄리 누나였다! 아내에게 줄리 누나와 나의 인연(물론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을 말해주었더니, 아내는 신기해하였다.  

    

 힘든 고등학교 시절, 청량한 목소리로 수많은 팝 음악들을 소개해주었던 그녀에게 나는 음악을 배웠다. 이번에는 손뜨개를 배워야 하나? 아무튼 그녀의 새로운 행보를 응원하며, 줄리 누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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