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케팅
MARKETING.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더 많이 인식시키고, 나아가 매출 상승까지 유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최종 목표를 매출로 보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 마케팅이라는 수많은 군중 속에서 당당하게 반기를 들고 일어선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디마케팅(Demarketing)입니다.
디마케팅
: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기법. decrease(줄이다) + marketing(마케팅)의 합성어로, 1971년 현대 마케팅의 1인자인 필립 코틀러가 처음 창안한 개념.
한 마디로 일반적인 개념에서 역주행하여, 소비자들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잘 팔리면 좋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모든 마케팅 속에는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디마케팅의 경우,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실행하는 기법이며, 보다 확실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의 생각을 거스르며 당당하게 일어난 디마케팅,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체리피커'라는 용어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체리피커는 신포도는 먹지 않고 달달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있거나 구매하지는 않으면서, 사은품 등의 실속만 차리고자 하는 저의를 가진 소비자를 일컫는 말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가 많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대체로 서비스 혹은 유통체계의 약점을 이용해 제품을 주문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 후 바로 반품하는 등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경품 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무더기로 상품을 주문했다가 당첨이 되지 않아 다시 반품을 한다던지, 중요한 파티나 기념일에만 쓸 것 같은 의상이나 소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바로 반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가 한두번이 아니었을텐데, 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체리피커에서 비롯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마케팅이 바로 디마케팅인데요. 기업의 가치를 계속해서 떨어뜨리는 소비자들에게는 진실된 소비자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해진 기법입니다.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등장한 이 기법은 전략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실행하고 있는데요. 유형마다 다른 전략을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01 일반형
일반형은 가장 흔하면서도, 기업이 제품의 수요를 전체적으로 감소시키고 싶을 때 실행되는 마케팅입니다. 수요를 감소시키고 싶은 건 아무래도 증가하는 수요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죠.
단순히 기업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예를 들자면 가치가 어마어마한 미술품의 파손을 막기 위해 미술관의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담배 회사에서도 이행하고 있는데요. 물론 담배의 매출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그들은 사회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리며 구매하지 말라는 문구를 직접 제품에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나 매출은 잃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02 선택형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가 아닌 특정 고객층의 수요를 제한시켜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제한이 과해지면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해야겠지만, 적절한 제한은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클럽에서 남성과 여성의 입장 줄을 따로 세워 입장시키면서 비율을 맞추고, 남성의 입장료를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이 예가 되는데요. 상대적으로 좋은 클럽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여성 소비자 비율을 높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수요 욕구까지 자연스레 높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선택적인 마케팅이 기업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죠.
03 확장형
명품에 관심이 많든 적든 한 번 쯤은 '에르메스'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죠. 하지만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에르메스의 가방은 구매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라도 더 팔면 좋은 게 아닐까-싶지만 이 브랜드는 극소량만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점점 높아지는데도 왜 소량만 판매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에르메스의 브랜드 전략에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희소성과 가치를 높여 차별점을 보이기 위해서죠. 이렇게 의도적으로 제품 공급 부족 현상을 만들어 제품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은 주로 명품이나 의류 브랜드에서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디마케팅이라도 모양도 다르고, 전략적으로 진행하는 기법이라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언뜻 보기에는 고객을 거부하는 자세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소비자까지 챙길 의무는 없습니다. 결국 많은 고객들 중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은 배제하는 대신,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마케팅의 장점입니다.
이렇게 마케팅을 하면 결과는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만 제공하는 기업을 점점 믿게 되고, 그만큼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즉, 장기적으로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 축적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죠.
수익이 극대화되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지키게 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진정한 '득'이 되는 것을 증명하는 이 방법은, 멀리 보는 눈을 갖고 시행한다면 오랫동안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