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
"학력고사 세대"
벌써 30년이 넘게 흘렀고 지금의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나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
한 반의 정원이 60명이 넘었고, 한 학년에 15개 학급으로 900명을 넘어 1,000명 가까이 되어 지금의 학생수와는 비교가 안되던 시절이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면 1등부터 50등까지 성적순으로 이름, 반, 성적을 기록한 대자보를 계단 쪽 복도 한편에 공개하던 성적 지상주의였다.
기를 쓰고 공부했지만, 고등학교 3년 내내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중학생 때 2년간 짝꿍을 했었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같은 대학 의대를 진학한 가장 친한 친구가 항상 전교 1등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재학생이 학원이나 과외를 수강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졸업생들만이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많은 재학생들이 단과 학원 또는 과외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3 때였다.
당시 대입제도는 시험 320점에 체력장 20점이 추가되어 340 만점으로 평가되는 방식이었다. 내 모의고사 성적은 320점 중에 280점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학생 때부터 인연이 되어 인생 친구가 된 절친 친구는 괴물이었다. 전교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험만 보면 항상 전국 1등이었다. 당시에도 모의고사가 있었고 몇 차례 시험을 치르고 나니, 학원을 다녔던 친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지만 내 성적은 정체되어 있었다.
불안했었다.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저 수학 단과 학원을 다니면 안 될까요?"
"아들! 아버지가 공무원이시기 때문에 네가 학원을 다니다 문제가 되면 안 되니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여쭤보자."
아버지가 퇴근하신 후 얘기를 나눴다.
"불법이니 다니지 않는 것이 옳다"
"시험 때문에 많이 불안한 거 같은데, 잘하고 있으니 절대 걱정할 필요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준비하면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다."
결국 나는 학원을 다니지 못했다.
대신, 부모님께서 무한 신뢰를 해주시고 묵묵히 응원해주신 덕분에 체력장을 합하여 310점대를 받고 원하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고 성적을 올리던 친구들은 결과가 좋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 학원 자율화가 발표되었다.
아르바이트로 두 명의 과외를 동시에 시작했지만 초기에 과외비를 모두 돌려주고 그만두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해서는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대신에 롯데백화점에서 주말 새벽에 사은품 하차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사교육은 받지도 말고 하지도 말자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아마도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성적에 의해 줄을 세우는 사회... 성적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또한 불안했기에 학원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조언대로 스스로 노력을 하며 이겨냈다. 스스로의 노력보다 비법이나 요령을 찾아 나섰다면 아마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께서 학원을 허락해 주지 않은 당시에는 서운한 점이 있었던 거 같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더 노력했고, 믿어주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었던 일이 아닌가 한다.
50세 이상의 대부분은 사교육이 불법이었기에 학원을 다니지 않고 대학에 진학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중고등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도 진학을 했는데, 자녀들을 왜 사교육 현장으로 보내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짧은 인생을 살아보니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배웠기에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고, 성적으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공부에 뜻이 있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할 것이고, 뜻이 없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한 번도 내몰지 않았다.
남들이 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 다른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중학 수학을 끝내고, 중학생 때는 고등 수학을 다 끝내고 고등학교 진학을 한다? 남들은 어쩌고 저쩌고 이런 불안 마케팅에 절대 현혹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아주 평범한 말처럼, 선행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나이에 맞는 학습을 하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아이들은 지금껏 사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선행을 하지 않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큰 아이가 올해 목표 대학 목표 학과에 진학을 했고, 고3인 동생 또한 사교육 없이 현행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남들이 하니깐 안 하면 뒤쳐질까 하는 불안 또는 두려움에 아이들을 사교육에 내보내는 것이 아닌,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과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서 내게 해주셨듯이, 부모님께 받은 모든 지혜를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