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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Jun 17. 2024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 가지기

올해 1월, 육아휴직 시작과 함께 나는 두 아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한 달간 동남아 4개국을 여행했다.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장소를 방문했고, 영감을 주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중 나에게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이다. 특히 국립고궁박물원의 도슨트 투어는 나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도슨트 투어의 해설사는 한국인이었으며, 대만과 중국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의 역사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설명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 미국의 매트로폴리탄,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 러시아 에르미타주 등과 더불어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6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박물관의 가치와 위상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구석기시대 문물로, 이는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한국사 수업 시간에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배운다. 한국사의 선사 시대는 구석기시대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구석기시대'가 사실은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역사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구석기시대부터 역사가 존재하는 국가들이 손꼽힐 정도이다.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대거 발견되는 우리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부터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그 땅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타국의 박물관 견학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 덕분에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만 여행 중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꼭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봐야지 결심했다.


그리고 그 후, 어느덧 국립중앙박물관에 두 번째 방문을 했다. 구석기시대에 대한 배경을 알고 본 국립중앙박물관의 주먹도끼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조명 탓인지 기분 탓인지.. 주먹도끼 뒤로 영롱한 빛과 아우라(?)가 보이는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 해설에 따르면, 1940년대 미국의 고고학자 모비우스는 세계의 구석기 문화를 서양은 주먹도끼 문화권, 동아시아는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하였는데, 한반도 전국에서 주먹도끼가 빈번히 발견됨으로써 그동안 통용되어 온 모비우스 이론을 폐기해야 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주먹도끼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먹도끼(Handaxes) - 구석기시대 이른 시기를 대표하는 석기 유물. 사냥, 동물의 해체, 가죽이나 나무, 뼈의 가공 등 다양한 작업에 쓰임. - 국립중앙박물관


나는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전 세계 몇 % 되지 않는 행운아로 태어났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실아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사유의 방이다. 국보인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는 방으로, 하나의 방에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반가사유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반가사유상만의 자비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내 마음 역시 고요해지는 기분이다. 몇 시간이고 반가사유상 앞에서 그 미소를 감상하며 함께 사유에 잠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미란 이런 게 아닐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학창 시절 한국사를 시험을 위한 목적으로 공부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마음이 빛으로 충만하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 역사를 이런 감정을 가지고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 반가사유상. 한국불교미술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낀 외국과 한국의 차이점 중 하나는 한국의 박물관이나 유적지의 대부분은 입장료가 무료 거나 매우 싸다는 점이다. 우리는 외국 여행 중에 입장료로 정말 많은 돈을 지불한다. 유럽은 모든 곳이 입장료였고, 그 입장료 역시 상당히 비쌌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민에게는 무료라도 외국인에게는 돈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이용료를 받는 나라도 있었다. 한국의 복지가 정말 좋기 때문인가? 아니면 국제호구인가? ㅜ.ㅜ 한 가지 사실은 무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관람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말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한번 더 들었다. 이러한 점을 국제적으로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우리에게는 주먹도끼가 있고, 반가사유상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사시대 유물인 주먹도끼를 보니, 몇 해 전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 건설로 훼손된 중도유적지가 떠오른다. 


중도유적지는 한국 고고학 사상 최대의 선사시대 도시유적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발굴조사에서 약 1,266기의 선사시대 거주지터와 149기의 적석무덤 등 총 9,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섬전체가 거대한 유적지로, 한반도 중부 최대의 청동기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고대 도시문명국가의 흔적을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유적지이다. 독일 마부르크대학 룻츠피들러 고고학 교수는 중도유적지에 대해 "영국의 스톤헨지, 페루의 마추픽추와 동급의 유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나는 중도유적지의 훼손에 분개하면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활동에 감명을 받고 후원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 학교의 방과 후 한국사 선생님께도 관련 내용을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공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기도 했었다. 


역사학자 김성식의 '내가 본 서양'에서는 "영국사람은 역사를 아끼며, 프랑스 사람은 역사를 감상하고, 미국사람은 역사를 쌓아간다."라고 한다. 그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역사가 될 사료라면 이를 아끼고, 그대로 보존하며 원형을 손상치 않고자 건물의 먼지를 닦는 것조차도 주저한다. 설상 조상의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일지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후손들에게 바른 역사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중도유적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다시 한번 더 들었다.


나는 남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우리의 빛나는 전통과 역사를 함께 느끼고 체험수 있도록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자 다짐했다. 우리 아들들과 함께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며 아이들에게 역사의 중요성을 자주 일깨워줄 생각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보존하고 바르게 알기 위한 노력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참고자료 :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http://www.prkorea.com/index.jsp


https://www.ancient-origins.net/news-general/legoland-0013837

https://www.youtube.com/watch?v=T26p7BMDD5M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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