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정희 Oct 24. 2024

중1 아들과 매일 아침 조깅한 지 66일째

플로깅(줍깅) & 지렁이 살리기, 비 오는 날 달리기

어느새 아이와 아침 조깅을 한 지 66일이 지났다. 아이와 처음 달릴 때는 달리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었는데, 이제는 날씨가 선선해진 만큼 그 정도의 땀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달리지 않으면 처음에는 굉장히 쌀쌀하다. 아침조깅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매일매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기지제 호수 공원


행동이 자동화되어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데 걸리는 평균시간(Philippa Lally의 66일의 법칙)이 지났다. 과연 아들에게 아침조깅은 습관이 되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하게 덜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따금 아들은 저녁에 답답하다며 먼저 달리고 오겠다고 한다. 달리기의 맛을 들인 것이다.


그동안 나의 조깅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는 매일 아침 기지제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 환경이 집 주변에 있고, 매일 아침 달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주는 것이 없는데 매일매일 보석꾸러미를 선물해 주는 기지제를 보며 감사함을 느낌과 동시에 나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였다. 담배꽁초는 단순 쓰레기가 아니라 유동성 폐기물이다.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을 해치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지제에는 수많은 야생 동물과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인간을 위한 자연이 아닌데 인간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함께 사는 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기지제에게 나도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다음날부터 나는 비닐봉지와 장갑을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담배꽁초를 포함하여 쓰레기가 보일 때마다 멈춰서 줍는다. 담배꽁초는 정말 독하다. 비닐장갑을 끼고 주워도 손에 냄새가 밴다.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나도 기지제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들은 달리면서 보이는 콘크리트 위에 있는 지렁이나 달팽이를 풀숲으로 보내준다. 그대로 두면 몸이 마르거나 사람들 발에 밟혀서 죽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는 지렁이 일곱 마리를 살려줬다며 환하게 웃는다. 덩치는 나보다 더 크지만 여전히 귀여운 아들이다. 작지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기분은 나와 아이를 더욱더 행복하게 해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지제 숲길, 숲속에 온 착각이 든다. 


기지제에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숲길이 있다. 나무 사이로 좁은 데크길이 나 있는 데, 그곳을 걸을 때마다 내가 숲 속에 들어온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 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다사카 히로시의 「운을 끌어당기는 과학적인 방법」에 보면 자연에는 부정적인 마음을 정화하는 위대한 힘이 있다고 한다. 자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몸을 담그는 것은 우리의 표면 의식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무의식 세계도 정화한다. 매일 아침 이렇게 자연과 마주하는 것은 아이의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아이는 이따금 자전거를 빨리 사고 싶어서 낮은 가격의 자전거를 사거나 혹은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을 빼서 자전거를 먼저 사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내가 안된다고 하면 아들은 투덜 되거나 짜증을 부렸다가도 결국은 원래의 약속대로 해보겠다고 한다. 


이틀 전엔 전주에 비가 많이 왔다. 비 오는 날 아침 아들은 나가면서 엄마 이렇게 비가 오는 데 뛰어요?라고 묻는다. 나는 말한다.

비 내리는 날 달리면 생각보다 재밌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괜찮아.
미쳐야 뭔가를 이룰 수 있거든. 



내리는 비 사이를 뛰면서 아들은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 친구들과 비를 맞으며 놀았던 그때가 생각나서 즐거웠다. 나중에 우리 민제가 컸을 때는 엄마랑 비 맞으면서 달렸던 오늘이 회상되겠지. 아들과 비 맞으면서 아침조깅을 한 건 나에게도 아주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중1 아들과 매일 아침 조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