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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관 Dec 21. 2024

과학, 의심할 건가? 타협할 건가? 그것이 문제로다.

모든 분야의 과학이 어우러진, 과학의 백과사전 일기예보


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소설 쓰는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 청소년 소설 <남극 펭귄 생포 작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밥은 굶더라도 일기예보는 챙깁니다. 밥보다 중요한 날씨 이야기를 24년간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연계하여 최대한 재밌고 쉽게 풀어보았습니다.


        

두 사건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오사카 반도 연안에서 규모 9.1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도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 방사능이 누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기구에서 정하는 국재원자력사고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로 1986년 소련 체르노빌원전사고와 동급의 대재앙이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방사능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도 불안에 떨었다.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기상청에서는 방사능물질이 한국엔 안 날아 온다고 수시로 발표했다. 대기로 퍼진 방사능은 편서풍을 타고 지구 한바퀴를 돌아 맨 마지막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바다로 흘러간 방사능은 인근을 지나는 구로시오해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야만 우리나라 인근 해안으로 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기상청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평상시에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기상청 아니었던가.     

2011년 3월 14일자 동아일보


2011년 3월 16일자 동아일보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12월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소방관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다쳤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공사, 소방본부 합동으로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낙뢰로 인해 주탑 케이블에 불이 붙어 난 사고로 결론지었다. 그런데,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던 기상청에서 이 결론에 대해 반론을 제시했다. 기상청은 전국에 낙뢰 관측 장비를 설치하여 24시간 감시하는데, 서해대교 화재 사고 시점에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015년 12월 5일자 조선일보

   

일기예보는 과학의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다. 자연현상을 정확히 관측하여(지구과학과 화학, 천문학), 전 세계 관측자료를 실시간 공유하고(정보통신과학), 수많은 자료를 수치예보 모델(물리학과 컴퓨터과학)을 거쳐 예보를 생산한다. 지금은 1위를 내주었지만, 10여 년 전 만 해도 최고성능의 슈퍼컴퓨터는 항상 기상청 수치예보 모델에 쓰였다.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인간이 만물의 영장, 즉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을 다스리는 우두머리가 된 건 종교도, 철학도, 문학도 아닌 과학 때문이다. 아무리 신심이 돈독한 사람도 그날의 날씨를 절대자에게 묻지 않고, 일기예보를 챙겨본다. 철학자나 문학가도 자신이 지닌 지혜로 그날의 날씨를 예측하는 걸 포기하고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가지고 나갈지 말지를 결정한다.

          



한때 인간은 과학으로 신의 경지에 오르려 했다.

     

뉴턴 이전까지 우주 만물의 동작 원리는 신의 섭리라 여겼다. 그러다가 아이작 뉴턴이 나타나 우주 만물의 움직임은 신이 아닌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라는 인과율(因果律)의 법칙이라는 걸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뉴턴의 영향을 받은 라플라스는 ‘주어진 한순간 자연의 모든 존재의 위치와 운동 상태를 안다면, 미래는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다른 말로, 전 세계에 기상관측망을 촘촘히 구축하면 100% 일기예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정확한 이동 경로와 보름달에서 초승달로 변화하는 과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하는 걸 보면 라플라스의 말이 맞는 듯했고, 실제로 뉴턴과 라플라스 등이 활발히 활동하던 17∼18세기에는 신의 섭리를 알아채는 것도 머지않았다고 하면서 희망에 들떠 있었다.  

   

인류사를 뒤돌아봤을 때 항상 신에 도전하려는 인간을 절대자는 그냥 두지 않았다. 바벨탑을 쌓아 신의 경지에 오르려는 인간들에게 각각 다른 언어를 만들어 소통을 못하게 하여 흩어지게 했으며, 극심한 가뭄에 태양을 떨어트린 중국의 요순시대 예라는 사람은 이 일로 신의 노여움을 사 혹독한 고초를 당했다. 당연히 인과율이란 과학 도구로 신의 경지에 오르려는 인간을 절대자는 그냥 놔두지 않았다. 절대자는 거만해진 인간을 양자라는 악마의 소굴로 빠트렸던 거였다.     

 

관측을 하지 않으면 파동의 형태로 있다가 관측당하면 입자가 된다는 양자역학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조차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고 하면서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물결이나 소리처럼 파동의 형태였다가, 누군가에 의해 관측당하면 입자가 된다고? 인류가 구축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꽃모자해파리가 떼로 몰려다닌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어른이 되면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경험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반백 년을 지내다가, 5년 전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면, 나도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나조차 이해 못 할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들어서 탈이지만 말이야.”<남극 펭귄 생포 작전 208-209쪽> 

    

양자역학에 인과율의 과학이 무너진 이유는 파동의 형태로 있을 때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원인이 되는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기에 결과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양자는 우주 만물의 근본을 이루는 아주 작은 입자다. 그러니까 양자역학은 우주 만물을 혼돈에 빠트린 것이다. 

    

양자역학에 비실비실하던 인과율의 과학에 치명타를 입히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실험하다가 카오스이론을 생각해 냈다. 카오스이론을 가장 쉽게 설명한 건 바로 나비효과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나비효과다.

      

인과율의 과학에 의하면 전 세계에 기상관측망을 촘촘히 구축하면 미래 날씨 예측이 정확하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히 관측망을 구축한다고 해도 간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미세한 간격에서 발생한 오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져 심각한 오류를 일으켰다. 전 지구에 10cm 간격으로 관측망을 구축해도 정확도 100% 일기예보는 불가능하다.

     

악마 양자에 희롱당하고, 나비의 날갯짓에 속수무책으로 휘청거려도 여전히 인과율의 과학은 건재했다. 오히려 인류문명이 고도화되면서 과학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불확실하지만 신의 영역에 가장 근접한 학문은 신학도, 철학도, 문학도 아닌 바로 과학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인류는 불확실한 과학과 함께할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의심과 타협의 가느다란 줄 위에 서 있는 과학    

 

예를 들어 어느 연구과제가 모든 불확실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연구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그 과제는 영원히 연구실 안에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불완전한 인간의 산물이고, 당연히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연구 결과가 밖으로 나오면 퀴리 부인처럼 될 소지가 다분하다. 노벨상을 2번 수상한 퀴리 부인은 빛을 내는 방사능물질이 신기하다고 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암에 걸려 죽었다.(퀴리 부인이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에 반론이 많지만, 연구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과학은 계속 발전하며, 당연히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학의 모순을 철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두 사람이 있었다. 과학의 패러다임을 주장한 토머스 쿤과 과학 반증주의의 아버지 칼 포퍼다.   

   

패러다임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동설과 상대성 이론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세상이 지동설이 옳다구나 하면서 받아들인 게 아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도 계속 지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로부터 시작하여, 13세기 이란의 천문학자 알 투시까지 다양했다. 이미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때마침 그때 코페르니쿠스가 나타나 기름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과학계는 역학의 상대적 원리에 관심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 원리란 뉴턴의 고전 역학에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맥스웰과 로렌츠다. 그리고 1904년 푸앵카레가 ‘상대성 원리’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그다음 해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논문 ‘운동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상대성 이론이 완성되었다. 맥스웰과 로렌츠 등이 사전에 뜸을 들이지 않았다면 상대성 이론은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지 않았어도, 조금은 늦을 수 있지만, 머지않아 누군가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거였다.  

   

지동설과 상대성 이론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자잘한 물줄기로 흩어져 이곳저곳에 흐르고 있었다. 이 물줄기를 모아 강물로 만든 인물이 코페르니쿠스와 아인슈타인이고, 이처럼 하나의 이론이 득세하는 걸 패러다임 변화라고 한다. 지동설과 상대성 이론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 계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패러다임은 과학적 진실을 다수결로 정한 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   

  

칼 포퍼는 페러다임과는 다른 과학 반증주의 철학을 주장했다. 반증주의 철학의 핵심은 의심이다. 과학의 주체인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고, 당연히 과학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기에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하여 모든 의심이 사라질 때 비로소 과학적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칼 포퍼가 주장한 과학 반증주의의 핵심이다.     

과학을 다수결로 정하는 패러다임보다, 의심하는 과학 반증주의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에 더 가깝다. 과학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면,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의 본질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과학은 끝없이 발전하고, 모든 의심이 사라진 결과만 인정했다면, 과학은 인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태풍 또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단다. 태풍은 모든 걸 파괴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하늘과 바다를 깨끗하게 씻어 내기도 하지. 아마 태풍이 발생하지 않으면 더러워진 하늘과 바다 때문에 인간들은 지구를 떠나야 할걸?” <남극 펭귄 생포 작전, 206쪽>   

  

태풍처럼 세상 만물의 진리가 중용(中庸)의 안개 속에 숨어있는 것처럼, 과학은 원래부터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 패러다임의 변화로 상대성 이론이 정통과학이 되었지만, 아직도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 중인 것처럼 말이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지 백여 년이 지난 2017년 중력파를 발견하여 3명의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중력파는 상대성 이론을 통해 제시되었지만,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상대성 이론이 맞다면 생겨야 할 블랙홀 촬영에 성공해 다시금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걸 만천하에 알렸다.

     

이처럼 의심 없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건 사이비 과학이고, 과학이 절대 진리를 찾고자 의심만 하는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시후쿠시마 방사능과 서해대교 낙뢰  

   

우리나라와 후쿠시마 원전 간 거리는 1,000km다. 우리나라와 후쿠시마의 정중앙 동해에 슈퍼태풍이 발생하면 모를까. 사고가 일어난 시기는 태풍은 둘째치고 거대한 저기압도 발달할 수 없는 3월이었다. 작은 저기압이 연달아 발생하여 우리나라까지 방사능을 전달할 수도 있다고 여기겠지만, 저기압은 구술처럼 연달아 발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기압이란 태생 자체가 옆에 반드시 고기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상청에서 방사능 유입이 없을 거라고 자신있게 발표했던 거였다.

 

그럼에도 여론은 계속 의심했고, 국민은 계속 불안해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어느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 우리나라 방사선영향 없다.’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그 당시는 이미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을 때이므로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서해대교 낙뢰 사건은 달랐다. 낙뢰도 기상관측의 중요한 요소다. 기상청은 전국에 낙뢰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감시했다. 서해대교 화재 당시 낙뢰 관측이 되지 않았으면, 기상 상황을 분석해 보아도 낙뢰가 칠 그런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서 보수적 관공서인 기상청에서 이례적으로 화재의 원인이 낙뢰가 아니라고 큰 소리 냈던 거였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화재 원인이 낙뢰로 밝혀졌다. 기상청에서 구축한 낙뢰 관측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아주 작은 규모의 낙뢰였다. 규모가 작기에 기상 상황도 비교적 좋았다. 아마 그 사건 이후로 기상청 낙뢰 관측 시스템 개선과 분석 능력이 좋아졌으며, 무엇보다도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하겠지.

     

과학에는 항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별로 과학적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 기상청을 구라청이라 욕하면서도 아침에 항상 일기예보를 챙기는 이유는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열 번 일기예보에 한 번 틀려도 손해날 건 없다. 하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유입 예측은 일기예보와 다르다. 열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인간의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세계 각국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중략)..2015년에는 이를(1997 년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를 대체하는 파리 협정을 채택해 산업화 이전과 대비하여 지구 평균 기운 상승 폭을 2도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지구과학 1, 134쪽>  

   

⇒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이 협정에서 곧 미국이 탈퇴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대통령 임기 때 협정을 탈퇴했던 이력이 있고, 이번에 재임되면 또 탈퇴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주축이나 마찬가지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협정이 흐지부지될 소지가 다분하다.

인간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에게 믿음의 근거를 준 건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재의 기후변화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 때문이다. 과학은 태생적으로 불확실하기에 기후변화과학도 반론이 있는 건 당연하고, 이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과학철학 관점으로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해 보자.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일기예보를 대하는 관점(패러다임을 중시하는 과학)으로 기후변화를 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같은 날씨 현상임에도 기후변화와 일기예보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후쿠시마 방사능 그 이상의 파괴력으로 인류를 덮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오랜 기간 날씨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날씨를 ‘기후’라고 한다. 기후가 급변하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대부분 사라지는 이유다. 후쿠시마 방사능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아침 일기예보가 틀려 비 맞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의심하고 의심하여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대비해야 하는 게 현재 일어나는 기후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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