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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한긍정윤쌤 Feb 02. 2024

이렇게 힘들고 나면, 정말 좋은 일이 오나요?

가렵지만 않으면 정말 살만하겠다.

혼돈과 아픔의 1월을 보내고, 2024년도가 얼마나 잘 풀리려고 이렇게 힘이 드나 싶었다. 새해 첫날부터 몸살인지 뭔지로 끙끙 앓다가 '이거 안 되겠다' 싶어 가지도 않는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확진.


(출처-픽사베이)


새해 계획도 첫 주부터 공중분해되었고. 침대에 누워 끙끙 앓으며 폭풍기침을 하며, 그렇게 2024년의 문을 처절하게 열어젖혔다. 코로나는 걸렸을 때보다 나은 이후가 무섭댔나. 목 안쪽이 간질간질하는 증상이 영 낫지를 않아 애를 먹였다. 가래 낀 듯 "큼큼~!" 기침소리가 계속 나는 증상도 보태졌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목을 아니쓸 수는 없고.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 기침에 좋다는 한약도 먹고, 따뜻한 물을 달고 살며 조금 나아지나 싶던 지난주.


시댁 친정 골고루 다녀와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오래간만에 평온한 주말을 보내고 집에 와 잠을 청하려는 일요일 밤, 갑자기 시작된 온몸의 간지러움. 으으으~ 생전 처음 겪는 간지러움에 벅벅 긁으며 온 밤을 지새웠다. 알레르기 증상인지 복통까지 더해진 것은 청천벽력 같은 일. 월요일 아침까지도 나는 긁고 싶은데 긁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자의 숙명처럼 몸도 마음도 괴로웠다. 미지근한 물로 씻고 소염진통제를 먹으니 간지럼증은 조금 잦아지는 듯했다.


월요일은 운영하는 공부방이 바쁜 날이라 열심히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밤 10시 수강하는 테솔강의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8시 반쯤 다시 시작된 가려움증. 간지러움을 넘어서 가렵기 시작한다. 으으으으~ 너무너무 가려워! 벅벅 긁다 참을 수 없어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 약을 사다 먹었다. 조금이라도 괜찮아지기를 기다렸으나, 이거 무슨 일이지? 눈도 붓고 입술도 붓고, 무섭게도 목이 따끔따끔해지기 시작했다. 심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으면 기도가 붓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정도의 상식은 있는데. 혹시 이거, 알레르기인가?


병원을 가야겠다 싶어 119에 전화해 문의를 했다.

"제가 지금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얼굴에도 번지는데요, 목이 따끔따끔한 게 알레르기 증상 같아서요."

"네, 알레르기 증상 맞는 것 같고요, 바로 구급차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제가 아직은 운전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 병원 안내만 부탁드려요."

"아닙니다, 구급차 보내드리겠습니다. 운전하시다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가 올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친절한 119가 보내주는 구급차를 타고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월요일 밤 응급실은 사람도 많더라. 사지멀쩡하게 서서 팔다리만 벅벅 긁고 있는 내 상태가 조금 멋쩍어졌다. 그러나 모두에게는 각자의 괴로움의 크기가 가장 큰 법. 사방팔방 긁어대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물었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아니오.

특별히 알레르기 유발할만한 음식을 섭취하였는지. 아니오.

침구를 바꾸었다든가 잠자리를 바꾼 일이 있는지. 아니오.


다 아니라 하니, '원인불상의 알레르기쇼크'라고 명명하셨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불분명하니 증상완화 주사를 맞고 귀가하고, 알레르기 검사를 얼른 해보길 권한다며. 그리하여 지난 월요일 밤, 나는 병원응급실 침대에 누워 두 시간 동안 수액을 맞고 가려움증이 조금 가라앉은 상태로 새벽귀가를 하였다.


그리고 화요일은 약을 먹으며 조금 괜찮은 듯했다. 수요일에는 다니던 병원에 가서 복통약을 처방받으며 알레르기 검사도 했다. 그리고 목요일인 오늘, 나의 두드러기는 온몸을 점령했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정말 말 그대로 빨간 두드러기로 뒤덮였다. 가렵기는 또 얼마나 가려운지. 가려운 곳은 왜 또 저리 옷 속 깊숙한 곳에 있는지. 겨울이라고 옷은 또 다 니트재질이지. 가렵고 가렵고 가렵다.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가려움증은 잠시 완화된다. 약기운이 떨어지는 순간 가려움증이 다시 온몸을 해일처럼 덮친다. 하나의 증상이 거대하게 다가오니 너무너무 괴롭다.


와중에 새해 첫 해부터 아프다고 수업에 소홀했던 게 탈이 났는지, 학생들이 여럿 그만두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 아픈 것은 내 사정이고. 아이들은 새 학년 준비에 긴장과 걱정이 많을 테니 다 내 탓이다. 가려움을 꾹꾹 눌러 참으며 버틴 하루 끝에 공부방까지 찾아와 너무 미안해 전화로 얘기드리긴 어려웠다며 2월부터 그만두게 되었다는 학부모님 말씀을 들으며 수업을 마치는데. 언제든 충분히 있을 있는 일인데도 이리 서러운지 모르겠다.


43년 일생을 살며, 건강으로 걱정해 본 일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너무 방심했던 걸까. 이제 몸 좀 돌보고 관리 좀 잘하라고 하늘에서 급작스럽게 나를 단속하시는 건가. 그런 거라면 감사할 일이다. 정말로 너무 생각 없이 몸을 막 쓰고 살았던 것은 분명 사실이니까. 그렇대도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난감한 병증을 겪게 될 뭐람. 두드러기라니. 가려움증이라니. 것도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갑자기 이렇게 여러 명의 학생들이 줄줄이 그만두게 된다니. 생전 없던 일인데 이건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요즘 읽은 글 중에, 아주 좋은 대운이 들어오기 직전에 세상 억울하고 서럽고 아픈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억울하고 서럽고 아픈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 그 직후에 아주 좋은 대운이 줄줄이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


그 말을 믿고, 글을 쓴다. 얼마나 좋은 일이 오려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이냐, 두드러기 녀석아! 내가 굴할 줄 알고? 억울해서 소리치고, 서럽다고 울어재낄 줄 알고? 흥! 절대 안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드러기가 가라앉고 학생들이 다시 조금씩 채워질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그것은 나에게 '절대 불행'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가려우면 좀 긁지, 뭐. 참을 수 있을 만큼은 참고, 못 참겠으면 가족들에게 꼬락서니 잠시 피워볼 거다.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겠지. 그래도 오늘 밤은 어젯밤보다는 덜 가려웠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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