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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나 Jan 24. 2022

역동적이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내 ‘집콕기’

‘외향적 직관형’의 조용한 원룸 적응기

‘외향적 직관형(ENTP)’···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나도 실시한 결과다. 결과에서 말하듯 나는 외향적 인간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온 로나라는 친구가 나를 집 안으로 몰아넣으면서 나는 꼼짝없이 외향과 직관을 실내에서 실현해야 했다.


우선 운동,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홈트족’이 되기로 했다. 헬스장에 못가니 울면서 겨자도 먹고 운동도 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 쇼핑 천국’ 다이소를 가서 요가매트와 폼롤러, 악력기, 아령 등을 샀다. 장비를 구입했으니 실행만 남았지만 솔직히 쉽지 않았다.


낮에도 클럽 같은 분위기의 헬스클럽과 귀여운 원룸이 같을 수가 있는가. 하지만 내겐 ‘근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헬스에 한 번 빠져든 인간들은 이 ‘근손실’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오죽했으면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 눈물이 근손실 일으킬까봐”라는 인터넷 밈, 우스갯소리도 존재하겠는가.


그렇게 나는 ‘유튜브’ 시청 여행기가 슬슬 지루해질 때쯤 슬슬 요가매트를 깔기 시작하고 폼롤러를 놓아 본다. BGM은 최대한 헬스클럽과 비슷하게 외힙(외국힙합). 흥에 겨워서라도 천근만근 같던 몸이 풀어지기 시작하면 나는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런지 등을 “영차영차” 하기 시작한다.


운동을 다하고 나니 배가 고파진 나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켰다. 치킨도 단백질이니까. 치킨을 시킨 나는 캠핑용 의자를 깐다. 왠 캠핑용 의자냐고? 단순히 캠핑온 분위기와 편안함을 얻고자 주문했다. 그런데 의자가 오니까 너무 컸다. 평소에는 접어서 부피를 최소화해야 할 수준. 그래서 매일매일 캠핑 온 느낌과 안락함은 느끼지 못하고 치킨 시킬 때만 의자를 ‘셋팅’한다. 막상 셋팅하고 앉아보면 소위 큰 게 좋다는 말이 실감난다. 진짜 캠핑온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도착한 치킨과 함께 ‘집콕, 할 만 하네!’라고 엄청 행복해한다.


치킨도 먹었겠다, 틀어놓은 TV도 질리겠다 싶을 때 나는 퍼즐을 책상 위에 쏟아 붓는다. 이번 퍼즐은 ‘창덕궁’ 그림 퍼즐이다. 예전에 창덕궁에 놀러 갔을 때 기념품샵에 산 것이다. ‘역사 덕후’이기도 한 나는 예쁜 창덕궁을 집에도 전시하고 싶어 얼른 샀다.


창덕궁 앞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신하들, 호위 무사들이 줄지어 있는데 너무 귀엽다. 그렇게 하나하나 맞춰 가다보면 어느새 왕이 완성돼있고 창덕궁 처마도 슬슬 자리를 잡아간다. 퍼즐을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처음이 살짝 난해하지 한 부분, 한 부분 완성해가다보면 이들을 잇는 것은 일도 아니다. 성취감은 물론이다. 아! 물론 하루에 다 할 수는 없다. 내가 금방 시작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다음 번에도 이 재밌는 것을 해야지’라는 생각도 거드는 것 같다.


다음으로 하는 것은 청소다.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겠어”라는 팍팍한 마음은 아니다. 그냥 단순히 몸을 움직이면서 소화를 시킬 목적이 더 크다. 우리집의 귀여운 핑크색 걸레를 싹싹 빨고 무릎을 경건히 꿇고 빡빡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군대에서 배워서 지금까지 써먹는 건 이 빠릿빠릿한 ‘걸레질 움직임’ 뿐이리라.


청소까지 끝내놓으면 이제 집을 영화관 모드로 만들기 시작한다. 먼저 불을 끄고 영화 TV 볼륨을 최대한 켠 후, 선반에서 팝콘을 집어든다. 장르를 딱히 가리진 않지만 유독 좋아하는 역사 영화나 조폭? 갱스터나 느와르 영화를 선택한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어린이들이 무인도 같은 곳에서 폭죽 터뜨리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한다. 어린이들과 같이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것만 같은 나의 모습에 갑자기 현타(현자타임)이 오기도 하지만 나는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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