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혼했지만 나 또한 이혼가정의 자녀였다.
지금은 이혼이 흠이 되지 않는 시기가 되었지만, 예전엔 쉬쉬하던 것이었다.
나는 당당했지만, 엄마는 미안해했었고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처럼 아파보니 알 수 있었다.
모든걸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애달픈 마음이 부모 마음이었다.
아빠는 내게는 참 다정하고 또 재밌고 좋은 사람이었다.
잦은 외도와 경제적 무능력과 이따금 술 마시고 엄마랑 싸우다 분에 못 이겨 엄마를 아프게하기도 했지만
어린 나에게는 한없이 다정했었고 요즘 흔히 말하는 딸바보 아빠였다.
사실 나는 엄마의 고통을 알고도 있었지만 엄마,아빠 둘 다 좋아서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위해 이혼을 미루는 것을 보면서도 모른척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갔다 돌아왔을 때 속옷 차림으로 아빠한테 맞아서 누워계신 엄마를 보고는 엄마를 지켜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에 가있는 사이에 또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한없이 불안했고, 엄마가 너무나 불행해보이고 가여웠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께 이혼을 부탁했다.
두 분이 이혼하시고 내 삶이 더 편해졌거나 나아졌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이상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불화 가정보다는 이혼가정이 낫다고 했던가.
나는 당신이 이혼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당신은 충분히 생각했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물론 아이 양육에 대한 선택도.
엄마는 이따금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며 걱정했지만
닮았지만 다르기에 이혼도 양육도 비슷하지만 다른 결정을 했다.
그게 나의 최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