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린 Jul 20. 2024

운전으로 바라본 세상 (1)

인생은 운전이다



1. 삶


우린 모두 어디론가 향한다.

누구는 혼자.

누구는 연인과 함께.

누구는 가족과 함께.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려야겠지.



2. 죽음


차에도 급이 있다.

누구는 삐까뻔쩍한 스포츠카를 물고 태어나고.

누구는 아담한 경차를 물고 태어난다.


잘못 운전하다 골로 가는건 똑같다.



3. 친구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 보면 일정 구간 함께하는 차량이 있다.

저 차도 나랑 같은데 가나?

친밀감이 생겼다 싶을 때즈음 헤어진다.


가끔 생각난다.



4. 열정


누군가 우리를 앞질러 갈 때 조바심이 난다.

나도 저렇게 달려야 하는게 아닌가.


100을 밟나 120을 밟나 200키로 갈때 시간 차이는 20분 안팎이다. 도착할 목적지도,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굳이 신경쓰지 말자.


정속 주행으로 연비나 아끼자.

노래 부를 여유가 있다면 더 좋고.



5. 가족


과속을 할 때는 식혀주고

실수 할 땐 토닥여주고

잠이 올 때는 시끄럽게 깨워주고

위험한게 보이면 주의시켜 주자.


조수석이니까



6. 네비게이션


옛날에는 종이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갔다고 한다. 왔다갔다하며 이 길 저 길 둘러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느 길이 가장 빠른 길인지 알 수 있다고 하니 지금 네비게이션이 얼마나 큰 역할 하고 있는지 체감된다.

지금은 클릭 한번이면 가장 빠른 길을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교통상황도, 경유지 설정도, 과속카메라 위치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매초마다 업데이트되는 도로 상황 정보는 이제 믿고 운전할 완전한 신뢰를 얻었다.

네비게이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만큼 우린 스스로 운전할 힘을 잃었다. 주변 지형 지물을 기억하고 지도와 비교하며 운전한 기억을 잃고 직진할지, 우회전할지, 좌회전할지 네비게이션 말만 따른다.


네비게이션은 무조건 맞다고 배워왔건만. 세상에 나와보니 수많은 네비게이션이 혼재하고 불량품이 많더라. 달리다 문득 ‘이게 맞나?‘ 의심을 품기 시작하니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를 수정하려 해도 신뢰를 잃은 네비게이션은 방해만 될 뿐이다.


직접 종이 지도를 펼쳐가며 운전할 시대는 지났지만 가끔 네비게이션을 끄고 천천히 길을 다녀보자. 목적지에 집착하기보다 세상에 뭐가 있는지 둘러보자. 본인만의 기준점이 생겼다 싶으면 다시 목적지를 향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