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드라마에서 이런 구절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아내가 모든 감각으로 알아"
그저 생각없이 본 드라마였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말았던 대사였다.
근데 내가, 정말 나에게는 절대 일어날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 오만함에 누군가가 화가 난건가, 내가 저 대사의 주인공이 되었다니.
조금 미간이 찌뿌려졌다. 나에게 종종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이상하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미간이 찌뿌려졌다.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뿌리면, 그게 좀 어색해서 얼른 풀었다.
내 남편에게, 내가 가장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그에게 좋은 선배라고 했다.
직장에서 참 잘 도와주고, 잘 이끌어준다고.
너무 고마운 사람인데, 이상하게 아주 약간 속이 울렁거리는게 내 스스로가 낯설었다.
그런 기분이 들때마다, 팔에 거미가 갑자기 붙은 것처럼 몸서리치며 털어냈다. 그리고 잠시라도 그런 기분을 느낀걸 잊으려했던건지, 그럴수록 더 그 여자에게 잘하려고 했다.
좋은 과일을 선물했다. 좋은 음식을 선물했다. 감사하다고, 우리 남편에게 힘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그 여자에게도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
한번은 우리 딸을 데리고 그 아이와 놀고 오겠다고했다. 딸이 언니,오빠를 좋아하니까. 그러라고 했다.
난 아직 젖먹이 둘째때문에 외출이 힘드니까, 아이가 재밌게 놀고 오길 바랬다.
종종 아이를 본인 직장에 데려갔다. 아이 데려가면, 내가 편할거라고. 그동안 나보고 편하게 좀 쉬라고했다.
직장에 데려가면 누가 봐주냐했더니, 그 여자가 잘 놀아준다고, 그동안 자기는 밀린 일 좀 한다고 했다.
분명 미간이 찌뿌려졌었다. 분명 속이 미식거렸었다. 분명 공기가, 이 공기가 달랐다.
그때 알았어야했다. 그때 내가 알았다면, 내 아이를 그 여자와 마주치게 하지 않을수 있었다.
그럼 내가, 내 아이가 조금 덜 그들에게 놀아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우리가 조금 덜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게 내가 지금 후회하는 때이다.
정신을 놓고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자. 내 감정을 기록해두자.
그리고 기억하자.
그 누구도, 심지어 내 자신 스스로조차도 시간이 지나 '별 일 아니었다'는 일로 기만하게 두지 말자.
글을 쓰자. 글을 쓰면 내가 조금은 덜 아플 수도 있으니까.
진짜 조금 괜찮아질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