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그 질문을 내가 받게 되다니.
그저 평범한 주말이었다.
남편이 요새 일에, 학업에 바빴다.
대학원 일로 마무리를 해야해서,
주말동안 컴퓨터 방에 박혀 나오질 않았다.
두 아이의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혼자서 아이 둘을 남편에게 가지 못하게 하고,
아이 방에 문을 닫고 남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했다.
나도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이미 체력이 고갈이었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내가 남편에게 힘이 된다는게,
도움이 된다는게 기뻤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던거같다.
이게 정상적인건가?
그냥 힘들다고 하지. 그냥 너도 힘들다고 하지.
그 놈한테 도움이 된다는게 그렇게 기뻤니.
그게 네 인생의 전부였니.
왜 너는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니.
지금 와서 그때의 나에게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갑자기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옷을 챙겨입고 뭔가 서둘러보였다.
그 여자가 입원을 했단다.
열이 난단다.
병문안을 다녀온다고 했다.
순간 또 미간이 찌뿌려졌지만,
그런 내 스스로를 경멸하며, 얼른 잘 다녀오라고 했다.
죽이라도 사서 가라고 했다. 내가.
그런데 그때, 내 감각이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는 모든 감각으로 알 수 밖에 없어"
남편이 병문안을 다녀왔다.
나는 또 남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아이들을 돌보았다.
갑자기 내 감각이, 핸드폰을 보자고 했다.
"핸드폰 봐도 돼?"
남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핸드폰을 서둘러 자기쪽으로 가져왔다.
이상했다.
원래 서로 핸드폰을 공유했기에 너무나 이상했다.
"왜 보면 안돼?"
"아 응, 그게 친구랑 좀 오글거리는 카톡을 주고받아서 창피해서"
"아 그래? 알았어."
그때까지도 난 남편의 그 말을 믿었다.
주말이 그렇게 끝나고,
월요일 퇴근후 남편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대학원이 잘 마무리되서 기쁘다고 했다.
남편은 오랜만에 집에서 술에 거하게 취해서는
또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남편에게 얘기좀 하자고 깨웠는데,
술기운인지 귀찮아서인지 그냥 잤다.
그때 핸드폰을 봤다.
문자가 와있었다.
그 여자였다.
"그래두 되?"
남편보다 13살이나 많은 여자.
문자에서 느껴지는 애교. 그 역겨움.
핸드폰을 열었다.
위에 문자는 모두 삭제 되어있었다.
이상했다. 왜 삭제 되어있지?
그래두 되? 는 뭘 그래도 된다는 거지?
그리고 음성메세지를 찾게 되었다.
"사랑해, OO아, 보고싶어"
남편이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음성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