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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멘토 Dec 05. 2024

어느날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나에게 그 사람

"당신에게 남편이랑 어떤 존재인가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저 질문을 보고 

나도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나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나와 남편은 20살때 처음 만났다.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동아리였다.


과 특성상 남학생이 압도적으로 많고, 

여학생은 적어 여학생 쟁취전에 들어섰던것 같다.


입학때부터, 남자선배들이 여학생들에게 집적댔다.

나도 여학생이라 그 대상자 중 한명이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만하다, 

이 사람도 내가 좋고 저 사람도 내가 좋다니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것만 같았다. 

그 특유의 설렘도 좋았다.

그렇지만, 그 설렘이 오래 가진 않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저 다가온 의미없는 사람들이었다.


"난 착한남자. 난 무조건 착한 남자가 좋아. 진중하고 착한 남자."

20살때 나의 이상형은 착한 남자였다.

진중하고 착한 남자, 

내 남편이 그랬다.


다른 남자애들이랑 다르게 말도 많지 않은편이었고, 

늘 약간 쑥쓰러워하는 듯한 태도가 귀여웠다.

남편이 처음으로 나에게 고백한 날, 

믿을 수가 없었다.

난 여자한테 너무 관심이 없어보여서 

그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인줄 알았는데, 내가 좋다니.


내가 너무 좋다고 했다. 

강의 내내 나만 본다고 했다.

좋았다. 

그 말이 다른 사람과는 달라보였다. 


20살에 만나 10년을 연애했다.


그 사람을 만나, 사랑이 뭔지 배웠다.


사랑은 배려였다. 

그 사람이 너무나 소중해서, 미안해 고마워를 달고 사는.

나보다 그 사람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너무 소중한 존재.

지금 당장 내 심장을 떼어 줄수 있는 존재.

부디 다음 생에도 이 사람과 만나게 해달라고 빌게 하는 존재.

너무 힘든 날에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래도 태어나서 이 사람을 만났으니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게하는 존재.

사랑해, 한마디면 나의 하루를 벅차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삶. 나의 삶. 나의 세상.


나에게 남편은 그랬다.

나에게 남편은 삶이었다.


그리고 나의 삶은.. 

어느날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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