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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멘토 Dec 06. 2024

어느날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지옥에서 산다

내 별명은 '해피'였다.


나는 정말 잘 웃었다.

웃상이라는 말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다.

좋아도 웃고,

어색해도 웃고,

슬픈 일이 있어도 울다 웃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내 특기는 망각이라며,

몇 시간만 지나도 그냥 꽤나 많이 괜찮아져버렸다.


힘들다고 

'오메 죽겄다'는 했어도

진짜 내가 죽음을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어느 책에서, 

우울증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지옥에 갇힌 기분이라는 구절을 읽었을때,

사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저런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내가.


그런 오만함에 누군가 저주를 걸었나.


내가 지옥에서 살고 있다.


'지옥'과 '산다'라는 문구가

한 문장에 함께 할 수 있는 단어인가 싶지만.


나는 정말 지옥에서 살고 있다.


나는 긴장하면 손이 차가워지는데,

하루종일 손이 차갑다 못해, 

피가 잘 통하지 않아 푸르스름하다.


내 손을 보면서 가끔 

심장이 뛰는 사람도 이런 냉기가 느껴질수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에 피 좀 보내야겠다는 본능적 반응인건가

심장이 계속 방망이질을 한다


그러다가, 정말 무서운 감정이 찾아온다

'허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버린다.


그 허무함이 너무 외롭고 너무 쓸쓸해서

무섭다


벗어나고 싶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벗어날 수 없다.


잠잘때 엄마 얼굴을 쓰다듬어주는 내 딸이 생각나서

잠이 드는 그 시간마저, 엄마랑 떨어져있는걸 싫어하는 내 딸이 생각나서

내가 내 딸에게 그런 슬픔을 도저히 물려줄수가 없어서


나는 지옥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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