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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Apr 14. 2024

아원뮤지엄 달항아리 전시

아원고택과 뮤지엄으로 떠난 추억여행

아원뮤지엄

달리는 차 창 밖은 연두색의 이파리와 화려한 꽃망울이 터지며 만들어낸 봄의 세상이었다. 개나리와 산수유, 목련 세상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기로 약속이나 한 듯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 화창한 봄날 완주에 오게 된 것은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아원 고택과 뮤지엄을 보기 위해서다.


최근 런던에서 전시를 열어 영국 BBC 방송에서 극찬한 이수종 도예가의 작품이 아원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과 캐나다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일본 시가라키 도예의 숲, 대만 시립미술관, 중국 국립 미술관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뮤지엄에서 이수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야외공간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서 단아한 달항아리의 모습이 보인다. 뛰어난 자연과 어울리는 아원 뮤지엄과 달항아리, 아원의 고택의 멋진 조합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푸른 소나무와 스크린 속 달항아리의 모습에 매료되어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가니 어두운 공간에 빛과 조명이 관람객을 전시장 안으로 안내해 준다. 투명한 천으로 된 막 넘어 잔잔한 물결 뒤로 무채색의 달항아리와 영상 속 소나무가 잔잔한 전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매끈하고 둥근 모양의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니, 하늘에 떠 있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달항아리는 임진왜란 이후 생활 속에서 손쉽게 만들어 쓰기 위한 그릇이었다고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담백함에 조선 사대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덕분에 한동안 잊혔던 달항아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환기의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품을 호암미술관 전시에서 보고 크게 인상을 받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호암미술관 <한점 하늘 김환기>  전시
호암미술관 <한점 하늘 김환기>  전시

달항아리는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보름달의 은은한 빛을 내고 있다. 달항아리의 매력에 푹 빠져 전시를 보고 나왔는데 차우차우라는 덩치가 큰 개가 나른했는지 낮잠을 자고 있다. 온몸을 이완한 모습이 편해 보이기도 했고 좀 재밌기도 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사진을 보면 귀엽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크기에 놀라 살며시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뮤지엄은 전시장이 하나밖에 없어 작품 수가 적고 전시 보는 시간은 짧지만, 푸른 숲에서 자연을 닮은 달항아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전시장에 느낄 수 없는 장점이었다. 


아원고택

뮤지엄에서 전시를 보고 이층으로 연결된 좁은 계단을 따라 나가면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바람이 불어 숲에서 청명한 소리 들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풀잎들이 바스락거린다. 길지 않은 숲길이 끝나면 오랜 세월만큼이나 고고한 멋을 내는 아원고택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원고택은 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원 고택은 진주 지수면에 있던 250년 된 고택을 지금의 위치로 이축해서 갤러리와 생활공간을 더해 만든 공간이다. 아원고택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종남산의 모습이 편안하다. 아원의 뮤지엄도 현대식 건물이지만 높이가 낮아 아원고택과 어울린다.  


아원(我園)은 경신년에 지어진 경상남도 진주 지수면에 250년 된 고택 사랑채, 안채, 전라북도 정읍에서 일정시대 말기에 옮겨진 천지인 그리고 전라남도 함평에서 조선시대 말기에 사용했던 서당이 종남산 산자락 아래에 이축(移築)된 우리들의 정원입니다. (아원 홈페이지)


아원고택의 뒷마당에 있는 항아리의 모습이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시간을 보냈던 외갓집의 모습과 흡사하다.


방학이 시작되면 엄마를 졸라 당진 외가로 내려갔었다. 외삼촌과 이모네는 또래 사촌들이 많아 방학 내내 외갓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여름에는 언덕길에서 리어카를 타고 내려오며 스피드를 즐겼고 개구리와 방아깨비를 잡는다고 하루 종일 들과 숲을 돌아다녔다. 겨울방학에는 군고구마를 먹어가며 밤새 사촌오빠가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를 들었다. 무서워 화장실도 못 가 할머니가 방에 넣어준 요강에 볼일을 봤다. 귀신이 나올까 봐 잠도 못 잤는데 왜 그렇게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는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말썽꾸러기 사촌들은 이제 오십이 훌쩍 넘었다. 그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었던 일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방학이 끝난 나는 얼굴이 까만 시골 아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었다. 


오래된 고택과 소나무, 종남산의 풍경 어느 하나 놓치고 싶은 않아 넋을 놓고 앉아 한참을 옛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금은 시골에 이모와 이모부가 계시는데 쇠약해지셔서 걱정된다.


대청마루에 남편과 나란히 앉자 종남산을 멍하니 쳐다보며 옛 추억을 소환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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