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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Sep 17. 2024

나이 서른 먹어도 상처 받아요

한 번 들쑤셔보자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니?


나도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과부하 상태.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보자.


나와의 채팅방.


뭘 해봐야 할까? 동호회? 봉사활동? 다른 알바?


모르겠더라. 모르겠어서 암거나 질러봤다. 약국, 맥도날드, 일식당에 알바 지원도 넣고 동호회도 찾아봤다.


무슨 동호회에 가입하지?
운동? 독서? 나 뭐 배우고 싶지?


마땅한 것도 없고, 낯선 사람들과 하하호호 부대낄 자신도 없더라. 그러면 봉사활동..


나 뭐 할 줄 알지?


가지고 있는 자격증들을 써먹고 싶었다.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활동 없나.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봉사활동 없나.


그러다 문득, 가까운 곳 놔두고 애먼 곳에 눈을 두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인터뷰에서 이 말을 뱉어놓고서, 제안 받았던 영어 강사 일을 할까 말까 질~질~질~ 끌며 고민하고 있는 내 꼴이 영 맘에 안 들던 차였다.


아, 해보자!


부탁을 받아 어학원에서 아이들 영어 시험을 잠깐 대신 봐줬을 때 느낀, 그 찰나의 재미에 날 맡겨보기로 했다. 그래서 부장님께 영어 강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부장님께서는 교육자 양성 과정을 밟게 해 줄 수는 있으나,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 달라고 하셨다.


버스를 놓쳤구나. 


그러면 한국어 교사를 도전해 야겠다. 여러 후기와 플랫폼을 꼼꼼히 살펴봤다.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고. 플랫폼 별로 장단점도 제각각이었다.


결론: 내가 해봐야 알것다아-


강사 등록을 하려면 내 소개 영상을 찍어 첨부해야 한다. 다른 선생님들 영상을 봤는데 참 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부러웡. 멋져.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는 것도, 발랄하게 말을 하는 것도 모두 나와는 거리가 멀다. (쫄?ㅋ) (ㅇㅇ)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 스타일대로 차분하게 하련다. 이런 내게 끌리는 사람도 있겠지. 없으면 유감일세 허허허. 월, 수, 금 어학원 근무 시간 전후로 수업을 잡아서 한 달에 30~40만 원 여윳돈을 버는 게 목표다. 조그마한 햇병아리가 자격증 하나 가지고 훌륭한 강사진들 사이에 비빌 틈이 있을까. 모르지. 그냥 도즈언.


연말연시에 동생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에 다녀오려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설렌다. 여러모로 운이 좋아 여행 일정을 길게 잡을 수 있었다. 갔다가 안 돌아오고 싶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외국에서 한국어 교사 일은 어떻게 구하는 지도 찾아봤다ㅋㅋ 상상력 만렙 N이자 파워 J.. 절레절레.. 김치찌개애-!!!!를 외치며 빨리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을..ㅋ 아잇 명절이라 동생이 더 보고 싶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같은 팀 멤버 형에게, 자기는 지적보다 칭찬받으면 더 잘하는 타입이라고 말하더라. 나도 그런데.


나는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았다. MBTI 검사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높게 평가하면 나중에 상대방이 실망하게 될까 걱정하곤 한다.


YES. 나는 그렇다. 그래서 완벽주의와의 콜라보로, 칭찬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잘하고 싶어 진다. 나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이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고, 날 예쁘게 봐준 것에 응하고 싶고 보답하고 싶고 그렇다. 지적이나 피드백을 받을 때 말투나 화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사람이 정말 날 위해서 해주는 말이구나. 날 아껴주는구나.'를 느끼면, 진짜 너-무 잘하고 싶어 진다. 완전 각성해서는 업그레이드에 몰두. 몰두.


내 친구들이 요즘 하나 둘 시집 장가를 간다. 어른스러운 직급도 달고, 월급도 넉넉하게 받구. 내가 뒤쳐지나, 꿈을 좇는다 낭만에 취해 현실을 등한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예전에 이럴 때 도졌던 나의 병. '아닌 척하기'ㅋㅋ 잘난 거 없는데 잘난 척도 해봤고, 돈 없는데 아닌 척도 해봤다. 그러면 무시 안 당할 거 같아서. 괜히 사람들 시선 의식해서는ㅋ


아, 그런데 해보니 별로다. 아닌 척하면, 어딘가 음침해 보이고 미심쩍어 보인다. 관계에도, 스스로에게도 안 좋다. 브런치에 '이게 나야'하고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고서, 내 글공간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몇 번 겪었다. 그때 '아닌 척'이 또 도졌고, 나를 밝히는 게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간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밝히고 그냥 나답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편이 낫다. 사람들이 걸러진다. 진정 나다울 수 있는 사람들, 이런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선물 같은 일경험할 수 있고.


네 저는 여려요. 상처 잘 받아요. 그래도 씩씩하고 야무져요. 소심하고 예민해요. 섬세해서 센스가 좋아요. 눈치도 빠르고 촉이 좋아요. 일머리 진짜 좋구요. 성실하고 끈기가 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글이 좋고, 언어가 좋아요. 노래가 좋아요. 아이들도 좋구요. 돈은 별로 없어요. 정과 사랑이 많아요. 변화에 약해요. 처음에는 경계심이 높고 낯을 오래 가려요.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 저를 감추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요.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잘 못해요. 집 밖에 오래 있으면 산송장이 되어요. 다정하고 따뜻하고 반듯하고 의리 있는 사람들을 따라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저이지만, 그들 곁에는 먼저 다가가 엉덩이 착 붙이고 앉아요. 염치가 있고, 보답할 줄 알아요.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아요. 상처가 많아서, 미움 받는 것에 취약해요. 인정 받고, 존중 받고, 사랑 받으면 행복해요.

약하게 보일까? 만만하게 보일까? 우스워 보일까? 피곤하게 느껴질까?


저런 걱정 안 하고, 속 편하게 '나'일 수 있을 때 진짜 행복한데. 너무도.


나의 행복 영상..♡_♡


척을 해도 모두에게서 예쁨 받고, 미움 안 받을 수 없다. 안다. 소용 없다.


그래서  안 하고 나대로,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려. 남들과 다르다고, 별나다고 누가 입을 대더라도. 울 엄마가 괜찮댔다!


돌이켜보면, 별나다는 말도 그 사람 뜻대로 내가 안 굴려질 때 들었던 것 같다.


각 잡고 깊게 찌르는 사람들도 있다. 다들 공통적으 찌르기 전에 '찌를게?' 하고 예고하고 찌른다. 너무해..ㅋㅋㅋㅠㅠ '상처 받지 말고~', '나쁘게 말할게?'라고 예고한 게 무슨 면죄부인 것 마냥ㅜㅜ 잔인해..ㅠㅠ 타격감이 좋아서 그러는 걸까.. 다시 안 볼 사이도 아닌데 왜 작정하고 나쁘게 말할까.. 나빠.. 화풀이 싫어..ㅠㅠ


그러면 나는 속수무책 찔린다. 뭐 어떻게 해. 작정하고 찌르겠다는데. 피할 방법이 없지. 근데ㅋㅋㅋ (말하는데 웃기다ㅋㅋㅋ 왜 웃기지ㅋㅋㅋ) 찔린 나는 꿀럭꿀럭 피를 토해내면서 소심하게 발악을 한다.


그래도 난!! 이런 장점이 있어!!
나에게서 누릴 건 다 누려놓고!!
그건 다 어디 가고 없고!!
너 나빠!! 괘씸해!!
이런 식으로 굴어서 나 잃으면 네 손해야!! 우쒸.


뭐 실제로 그 사람이 날 잃는 게 그 사람 인생에 별일 아닐 수 있다. 뭐. 어쩔. 후비적.


나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 사람들 많아. 나도 너 필요 엄써.


라고 멘탈 다잡기


전에 친구가 나한테 알려준 게 있다.


오쪼라구. 나 공쥬인디.


이거 알려주면서 나보고 따라 하라고 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카페 한복판에서 따라 함. (참고로, 친구 엄마 아빠께서는 친구를 공주라고 부르신다. 나도 덩달아 우리 효인 공주라고 불린다.) 이 주문은 다양한 상황에서 만능으로 쓸 수 있다. 우리 소중한 독자분들도 써먹어보시길.


OST 작업했던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했다.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드라마 소식이 간간이 눈에 보이니 자꾸 생각이 난다. 기대를 하다가, 실망하기 싫어서 외면했다가, 또 기대하구. 사람 맘이 그렇당.


7, 8월 임파선염에 걸려서 고생했다. 저번엔 서혜부 쪽이었는데, 이번에는 상체였다. 세상에 몸이 그렇게 부을 수가 없었다. 땡땡 부은 팔과 손이 아파 잠에서 깨고 그랬다. (전에 걸렸을 때 항생제 먹고 생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병원 안 가고 개겼다.) 상체 순환이 안 되니 계속 체하더라. 얼굴 하얗게 질려가지고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곤 했다. 그래서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초음파랑 갑상선 수치 검사를 의사 선생님 권유로 추가해서 했는데, 다행히 모두 정상.


의사 선생님 씀으로는 임파선염(정확히는 '반응성 림프절')은 임파선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임파선이 '얜 뭐야?' 하고 지나 보낼 수 있는 걸 '너 이 shake it!!' 하고 바이러스를 너무 열하게 줘패서 그렇다고 한다ㅋㅋㅋ (의사 선생님께서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균 감염이 아닌 이상, 잘 쉬면 한 달 뒤에 자연적으로 낫는다고. 너무 피곤하다-면역력이 떨어진다 싶을 때는 병원에 와서 선제적으로 수액 맞고, 임파선염 걸려서 너무 아플 때는 진통제 먹고, 평소에는 비타민 잘 챙겨 먹으라고 뭐 먹으면 되는지 꼼꼼하게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당.


나는 '어? 몸이 안 좋다..? 너무 피곤하다..?' 싶을 때 임파선염에 훽 걸린다는 걸 몇 번의 독한 경험을 통해 이제 잘 알게 되었다. 나를 잘 보살피자..


머릿속에 든 거 다 꺼냈나?

대충 그런 것 같다.


데미지 입은 게 글에서 보이네. 영향 받기 싫은데 나도.


나잇값 못하는 건가.. 그치만 서른이어도 상처 받는걸.. 쿠당탕 넘어지는걸..ㅎ


"나는 누구에게 상처 주지 말자. 피해 주지 말자. 나도 누군가에게 나쁜 X이었겠지. 그랬겠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제발."


뭐 해결된 건 없는데 설수설 수다 떨고 나니까 기분이 개운하다. 우앙.




매일 나의 우주에서 나만의 대전을 치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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