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동이는 내 주변 제일가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남을 돕는 것에서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얼마 전 고깃집에서 나와 영이, 나동 셋이서 저녁을 먹었던 날. 고기 모둠과 나동이의 제안으로 냉면도 시켰다. 불판 위 고기가 몇 점 안 남았을 무렵, 우리 나동이는 '고기 더 먹을래? 아니면 갈치속젓볶음밥..? 밥은 너무 배부르려나?'라고 물었다. 고기 먹고 싶은 눈은 아닌데ㅋㅋㅋㅋ. 고기는 밑밥이렸다? 적지 않게 먹은 상황에서 탄수를 밀어붙이기가 조심스러웠나 보다. 다른 사람들은 안 먹고 싶을 수도 있다는 배려도 깔려있으리라. '볶음밥 먹고 싶어? 시켜. 시켜. 너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했더니, 맘을 들켜서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던 나동이.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나동이 그날 점심시간에 영이 생일 선물을 사러 나갔다 오느라,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더라지.
얼마 전 추석,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내 썰을 듣고서 '내일 뭐 해? 내가 집 근처로 갈게.'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던 울 나동이. 너 전주 내려가야 되잖아 임뫄.
바다 좋아하는 날 위해 바다 여행도 같이 가주고, 만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도 왕창 사주고, 내가 뚜벅이로 데이트 나간 날에는 차로 집에 꼭 데려다준다.
수많은 수정을 거쳐, 나의 첫 작사가 명함을 공들여 만들어준 나동이.
새벽에 뜬금없이 내가 작사에 참여한 노래를 듣다가, 자기는 이 구절이 너무 좋다고 카톡을 보내놓는 우리 나동이. 나는 어떤 구절을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 나에게 참 관심과 사랑을 참 많이 주는 나동이이다.
나동이는 가끔 자신보다, 자신에게 소중한 타인이 우선이 된다. 그래서 난 '네가 좋아야 나도 좋아.', '네가 편한 게 나도 좋아.'라고 일러준다. 고맙다는 표현을 더욱 특별히 챙겨서 하고.
이렇게 이타적인 나동이이다 보니, 거절을 잘 못 한다. 자기 체력이 갈리고, 스케줄러의 칸이 터져 나가도 약속을 잡는 편. 이것 때문에 얼마 전에 나동이 남자친구가 나동이에게 서운하다 했다고 한다. 들어보니 서운한 와중에도 참 예쁘게 말을 하셨더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을 받았을 그이다. 나도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나동이는 남자친구의 서운함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자기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지 내게 의견을 물었다.
약속 문제로 나동이에게서 서운함을 느꼈던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야. 너 장난하냐? 나와의 약속은 안 중요해?'라고 하면 갈등이 되어버리잖아. 내가 왜 너에게 서운한지, 왜 가끔은 화도 나는지 생각을 해봤거든? 그 이유가 '네가 보고 싶어서' 더라고. 나도 네가 보고 싶은데, 내 약속이 밀려버리니까 서운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너 보고 싶어!!'라고 그때 말했지. 그리고 약속 문제 관련해서 네가 좋아지고 있는 게 보여서, 특별히 말 안 하고 지켜보고 있었어. 오늘 약속도 네가 날짜 바꿀 수 있냐고 저번에 물어봤을 때 내가 '아잇! 왜 우리 약속은 캘박(캘린더에 박제. 약속 고정 탕탕탕.)이 안 되고 자꾸 캘린더 위에서 굴러다니나아~~' 했잖아. 물어보고서 너도 아차 했다며. 나와의 약속이 우선이어야 하는데 바꿔도 되냐고 물어봐서 미안하다고도 했고. 나는 너의 그런 변화가 예쁘던데. 이렇게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게 예뻐. 근데 오빠한테 설명을 할 때, 오빠를 여기는 네 마음을 이야기해. 도움을 많이 받았던 친구라 나도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다고만 말하지 말고! 그러면 그 친구를 위하는 것만 계속 전달되잖아. 오빠를 잠깐 보고 헤어지는 게 진짜 잘 안 된다고. 그래서 짬 내서 보는 것보다 차라리 다음 날에 시간을 확 빼서 오래 얼굴 보고 싶어서 그렇게 조율하려 했던 거라고 말해 줘. 이 바부 몽툥아. 으이구. (찰싹. 찰싹.)
원래 남 연애사 위에서는 모두가 도사라지ㅋ
나도 같은 문제로 서운했었다.
근데 내가 그런 나동이에게서 받은 사랑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 제치고서 약속 문제만 가지고 서운하다고 씅을 낼 수 있겠나. 이타적이고 베푸는 나동이 성격 덕에 내가 받은 배려와 애정이 얼만데. 이런 나동이도, 저런 나동이도 내가 사랑하는 나동이다. '저런 나동이'가 서운한 것도 사랑해서 그런 것. 마음이 없으면 서운하지도 않음ㅋ 그냥 바로, '오호라. 너 손절 칵. 빠잉.'
나만 배려하고 있고, 나만 참고 있다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말이 예쁘게 나갈 리가 없다. 화풀이를 하게 되고, 관계에 금이 생기기 마련. 감정에 밀려 집 나가려는 이성을 붙들고서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없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면 힘들다고 느꼈던 웬만한 건 다 가벼워지고, 금방 날아가고 없어진다. '그래 뭐~' 이렇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있다면 내 마음이나, 느낌, 기분, 생각을 상대에게 잘 말해주면 된다. 그러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더라.
나와 결이 참 비슷한 나동이라고 느꼈는데, 알고 지낸 기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된다. 오늘은 뭐 알게 됐더라. 아, 나동이랑 치킨 취향 진-짜 안 맞는다. 나는 허니콤보 좋아하는데, 나동이는 정통 후라이드 양념 반반이나 굽네 치킨이 좋단다.
씽효) 아니 그래서 내가 굽네 메뉴를 봤는데, 나는 고추바사삭만 땡기더라고. 너 고추바사삭 먹어? 매운 거 안 먹잖아.
나동) 웅 그것만 안 먹어.
씽효) 아, 구니까. 양념 좋아한다고? 그러면 처갓집 슈프림 먹을래? 나 그것도 좋아하는데.
나동) 아.. 마요네즈 뿌린 건..
씽효) 아아^^ 마요네즈는 또 싫어?^^
나동) 나 파닭은 먹어!
씽효) 떡볶이 먹자 그냥^^
나동) 아!! 떡볶이!! 너무 좋아.
씽효) 엽떡에 허니콤보 같이 먹으면 진짜 대박인데. 8자 모임 때 항상 그렇게 먹잖아.
나동) 아 엄청 맛있지!!!
씽효) 근데 왜 허니콤보 안 먹는대.
나동) 많이 먹으면 물려.
씽효) ㅡ.,ㅡ
모임에서 엽떡+허니콤보 시킬 때마다 군소리 안 했던 나동. 덕분에 7년 만에 치킨 취향 알았네. 어휴 순딩이. 치킨 뭐 좋아하냐고 이번에 내가 안 물어봤으면 평생 고통받으실 뻔.
영어 공부 이야기 하다가 오늘 하나 더 알게 된 그녀의 새로운 특징. 순딩이 나동은 사실 '왜?'를 엄청 따지는 편이었다. 몰랐다 와우.
나는 언어 공부를 할 때, '이런 거야.'라고 누가 알려주면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입력을 한다. 근데 나동은ㅋㅋㅋㅋㅋㅋ '이게 왜...?'로 시작해서, 완전 딥하게 파고든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공부한 걸 자기 걸로 만드는 데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는 편. 어원까지 찾아본대요.. 세상에나..
나는 내가 신뢰하는 사람, 나보다 공부 많이 한 사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건 바로 꿀떡꿀떡 삼키는 편이다. 받아먹으면서 신나기까지도 한다. 알려줘서 고맙고, 알게 되는 게 좋아서. 일단 수용하고, 체화 과정에서 내 스타일대로 되새김질한다. 카트에 일단 재료를 다 채우고서, 내 입맛대로 요리해 먹는 편이랄까. 그런데 나동이는 카트에 재료를 채우기까지 작업이 워낙 많다 보니-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효율과 성취가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이것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수용을 잘 하지만 점검을 수용 과정에서 대단하게 하지 않는다. 마트를 고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신뢰하는 마트가 생기면 믿고 장을 본다. 필요한 거, 원하는 거 슉슉슉 카트에 얼른 다 담아. 담을 땐 몰랐는데, 집에서 요리하려고 보니 재료가 상해있을 수 있겠지? 그래도 재료가 많으니 해 먹을 수 있는 게 많은 게 장점. 나동이는 나보다 열려 있어서 이 마트에도 가보고, 저 마트에도 가본다. 재료를 살 때는 카트에 담을 때부터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만져도 보고, 원산지나 생산자도 찾아본다. 그러니 카트에 고급 재료가 담기고, 재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많이 얻게 된다. 재료 활용도 나보다 훨씬 잘할 수 있겠지. 나보다 경험치도 많고, 누비는 반경도 훨씬 크고. 단점은 점심해 먹으려고 마트에 간 거였는데, 밤 11시 마트 마감 시간까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는 거...?
납득이 되어야 넘어가진단다. 그래서 나동은 입력과 출력이 명확한 걸 좋아하는 편. 학교 다닐 때 과학, 수학 엄청 좋아했다는데 한 달에 100만 원 벌려면 평일 하루에 몇 시간 일해야 되냐는 질문을 나한테 하고 왜 계산을 못하고 있는 건데, 나동..? 내가 5시간이라고 먼저 답하니까, '아, 나 수학도 못하네에!!!' 이러고 있다 ㅡ.,ㅡ 오늘 내 이마를 몇 번이나 치게 하는 건지 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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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느낀 점.
사람은 참 입체적이다. 너는 복잡하다.
수많은 별들을 담아놓은 광활한 우주 같아. 그 자체로 온전하고, 예쁘다.
그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잔뜩 묻은 빛이 나를 더 반짝이게 만들어준다.
널 어찌 다 안다고 말할 수 있겠어 내가. 감히.
아는 대로, 모르는 대로 사랑하고 있지.
모야아 이거 벌써 2년 전이야아-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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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달에 뜬금없이 나동이 나보고 아보카도 탈을 쓴 오리랑 핑크 판다 중에 고르래서, 아보카도 탈을 쓴 오리를 골랐다. 근데 아직 난 그게 뭔지도 모른다;; 검색해 볼까 하다가, 서프라이즈 하겠다고 용을 쓰길래 그냥 궁금한 채로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 준다고 또 만나야 된다는데.. 나 엄청 기대한다? 별로 안 대단하면 짜증 나니까 허니콤보 시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