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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Nov 10. 2024

여자는 잘 안 걸린다는데, 나는 재발했다

물을 많이 마시고서 본 효과


신장 결석이 재발했다.


또 물 섭취 부족이 원인이었다.


내가 물 마시는 걸 꺼렸던 이유


1. 맹물은 정말 맛이 없다.
2. 마셨을 때 위에서 느껴지는 출렁거림이 싫다.


20살.


장거리 통학을 했다. 나는 멀미를 꽤 하는 편이다. 버스를 그나마 조금 편하게 타기 위해선, 속이 어느 정도 비워져있어야 했다. 위장에서 물과 음식이 뒤섞이는 느낌도, 배가 부른 느낌도 싫어서 식전 식후에 물을 절대 마시지 않았다. 버스에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 들리는 물 한 병. 난 한 번도 들고 탄 적이 없다. 버스가 출발하면 화장실을 갈 수 없기에 물을 입에 대지 않았다. 원체 물을 안 마시는 편인데, 식사 전후와 버스 탑승 전후로 물 마시는 걸 피하면서 수분 섭취량이 매우 낮아졌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어느 날 새벽. 자다가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오른쪽 등허리가 너무 아팠다. 끙끙대다가 화장실 배인가 싶어서 변기에 앉았는데, 느낌이 영 달랐다. 혼자서 또 한참을 끙끙 앓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서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거실 바닥을 굴러다는 딸을 보고 놀란 엄마는 119에 전화를 했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내 증상을 들으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신장 결석이 떨어져 요관에 끼인 것 같다고 하셨다. (신장에 결석이 생기면 신장 결석, 그 결석이 신장에서 떨어져 나와 요관에 끼이면 요로 결석)


요로 결석 단면 (사진 출처: Wikipedia)


진통제를 맞았다. 약이 들기까지 걸렸던 몇십 분이 당시 체감상으론 3시간 같았다. 정말 너무 아팠다. 병상에서 작게 이리저리 구르다 눈을 떴는데, 창문이 보였다. 뛰어내리고 싶었다. 너무 아파서. 그 정도로 아팠다. 몇 시간을 서서 계속 내 등을 쓰다듬어 엄마 덕분에 그 지옥 같았던 시간을 버텼다. 통증이 가시고, 외래 진료를 잡은 뒤 처방받은 진통제와 함께 퇴원을 했다. 해가 떠있었다.


한동안 진통제를 손에 꼭 쥐고 다녔다. 통증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일주일 동안 물을 많이 마셨고, 시간이 나는 대로 줄넘기를 했다. 돌이 얼른 빠지기를 바라며. 그리고서 외래 진료를 봤는데, 다행히 돌이 빠져있었다. 이제 괜찮다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받으러 오라고 하셨다. 몇 년간 이상이 없었고,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이제 안 와도 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난 10월, 신장결석이 재발했다. 이유는 또 '물 섭취 부족'.


어학원 차량동승자로 일한 지 어언 4년이 되었다. 당연히 차 타는 동안에는 화장실을 갈 수가 없다. 소변이 마려운 걸 참은 채로 차를 계속 오르내리는 건 엄청난 고역이다. 자연스레 물 섭취가 줄었다. 그 시간이 누적이 되어 또 재발한 것이었다.


10월 13일 일요일 새벽 5시 반.


오른쪽 등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자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아는 느낌이다. 이 악문 채, 몸을 움직였다. 바로 부엌에 가서 물을 떠 와, 벌컥벌컥 마셨다. 20분 뒤, 제자리 뛰기를 30분 했다. 물을 한 번 더 마시고, 20분 뒤 30분을 더 뛰었다. 해가 떠오르는 즈음, 통증이 가셨다.


어라? 뭐야? 이번엔 금방 빠진 건가?


영어 공부하고, 브런치 글 쓰고, 영어 시연 수업 준비를 하며 하루를 잘 보냈다. 소변색이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별 증상은 없었다.


그리고서 맞이한 밤.

9시쯤 다시 통증이 올라왔다.


어라? 뭐지?


통증의 강도는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너무 아팠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밤새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입술을 하도 깨물어 피가 났다. 처음 걸렸을 때 병원에서 처방받았었던 진통제는 오래되어 일찍이 버렸다. 11시 반, 임시방편으로 고용량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기다려도 약효가 들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됐지만, 못 참고 2알을 더 먹었다. 약은 여전히 들지 않았다.


한계에 도달했다. 요즘 시국에 응급실 진료를 받는 건 너무나 어렵다. 한참 대기하고서 어렵사리 당직 의사 선생님을 뵙더라도, 비뇨기과 쪽 처치는 응급실에서 받기가 힘들다. 진통제 맞고 외래 진료 잡는 게 전부. 그래서 24시간 응급 진료가 가능한 3차 비뇨기과 병원을 검색해 보았다.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지금 나오실 수 있는 원장님 계신지 연락을 돌려볼 순 있는데, 지금 진료를 보면 야간 할증이 붙어 진료비가 많이 비싸다고 조금만 더 참고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아악-! 5시간을 더 끙끙 앓았다. 오한이 오고, 손발이 차갑고 저렸다.


새벽 5시 반에 병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오픈 시간이고 뭐고 일찍이 가서, 계신 분께 나 너무 아프니 뭐라도 해달라고 빌려고. 그런데 6시 반쯤 통증이 가시기 시작했다. 고개를 갸웃대며 마저 준비를 했다. 7시 반이 되니 멀쩡했다. 너무 멀쩡해져서 잠깐 '에..?' 하고 벙쪘다.


병원 안 가도 되는 건가..? 돌이 그새 빠진 건가..?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려고 책상에 앉아서 할 일을 했다(이 정도로 멀쩡). 그런데 이따금씩 콱! 콱! 오른쪽 등허리에서 짧은 통증이 느껴졌다.


아, 병원 가야겠다.


8시 반에 집에서 나왔다. 병원 오픈 시간은 9시 반.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9시. 병원 안에 불은 켜져 있었는데, 출입문은 잠겨있었다. 잠깐 기다리니 출근하시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문을 열어주셔서 같이 들어갔다. 감사하게도 일찍 온 나를 챙겨주셔서 진료 개시 시간보다 먼저 소변 검사하고, 조영제 알레르기 테스트받고, 1등으로 진료를 봤다. 증상을 말씀드리니, 조영제를 맞고 X-ray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결석이 요관에 끼인 게 맞았다. 여성의 경우 3mm 이상이면 돌의 크기가 크다고 보는데, 나는 5mm였다. 너무 꽉 막혀있어서, 오른쪽 신장과 요관이 땡땡 부었다고 하셨다. 제 모양을 선명히 보이는 왼쪽 신장과 달리, 오른쪽 신장은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형체가 비정상적이었다.


내 장기 자랑ㅎ
선생님 제가 진짜 밤새 엉엉 울면서 데굴데굴 구를 만큼 엄청 아팠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 멀쩡하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했더니, 아프고 아프다 너무 아프면 신장이 못 참고 기능을 꺼버린다고 하셨다. 지금 괜찮은 건 그래서 그렇다고. 너무 아파서 신장이 기절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그리고 밤에 통증이 강해지는 이유는, 낮에는 몸이 활동성을 띄어서 요관이 움직여 통증이 덜한데 밤이 되면 요관이 움직이지 않아 더 아픈 거라고 하셨다. 정말 그랬다. 일요일 새벽에 아팠고 일요일 낮에 멀쩡했고, 일요일 밤 ~ 월요일 새벽 아팠고 월요일 아침에 멀쩡해졌으니까. 돌이 빠져서 괜찮았던 게 아니라, 낮에는 요관이 움직여줘서 통증이 덜 했던 거였다.


혈뇨 수치는 3+이 최대치인데, 내가 그 3+이었다. 어쩐지 소변색이 이상하더라니ㅠㅠ 석에 긁혀 요관에서 피가 나고 있는 거였다.



나는 자연 배출되기를 기대할 사이즈가 아니어서, 체외충격파쇄석술을 받기로 했다. 체외충격파쇄석술은 초음파를 이용하여 결석을 분쇄해, 작은 조각으로 분쇄된 결석이 소변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시술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돌의 위치가 신장과 가까워서 강하게는 못 때리는데, 그래도 두 번 안 받게 잘해보겠다고 하셨다.


신효인 - 응급시술

내 이름이 떠있는 병원 스크린 앞에는 나 빼고 남성 환자들 뿐이었다. 대기하는데 괜스레 조금 민망했다.


시술실에 들어가니 기계와 합체되어 있는 베드가 있었다. 베드는 누가 오른쪽 중간을 한 입 베어문 듯 파여있었는데, 그 파인 곳에 나의 오른쪽 등허리를 놓고 누웠다. 환부에 젤이 발리고 의사 선생님의 안내와 함께 시술이 시작됐다. 내 허리를 뭔가가 30분 간 두두두두두 때렸다. 아프지는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시술실 옆 방에서 X-ray로 돌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시술해 주셨다. 중간에 몇 번 시술실에 들어오셔서 괜찮은지 상태 체크도 해주셨다.


시술이 끝나고 진료실에서 X-ray 사진 몇 장으로 돌이 깨지는 과정을 보여주셨다. 작아진 돌이 조금씩 움직였더라. 신기방기. 쪼개진 돌들이 잘 빠져나갈 수 있게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시며, 진통제를 포함한 여러 약을 처방해 주셨다. 내 체중에는 하루에 1L/많으면 1.5L의 물을 마시면 되는데, 처방약 먹는 동안에는 2L~2.5L 정도를 마시라고 하셨다. 1주일 뒤에 다시 내원해서 경과보기로.


집에 와서 물과 밥, 약을 챙겨 먹고서 출근을 했다. 영어 시연 수업 준비 때문에 1시간 반 일찍 출근해서 평소보다 근무 시간이 길었다. 밤새 잠을 못 자서 피곤하긴 했지만, 밤새 시달렸던 통증이 가신 덕에 컨디션은 비교적 괜찮았다. 아무도 내가 아침까지 아팠던 사람인 줄 모를 만큼 멀쩡히 일을 잘 마치고 집에 왔다. 하루가 무척 길었다. 하얗게 불태워진 채로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보는데 문득 일요일에 아파서 월요일에 바로 진료 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오후 출근이라 오전에 병원에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했고,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통증에서 해방된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


화요일도 컨디션이 괜찮았다. 그런데 수요일 이른 아침부터 또 오른쪽 등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점차 심해지더니 오전 9시쯤 통증 강도가 피크를 찍었다. 일요일보다 더 아팠다. 참지 못하고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시술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병원에서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처방해 준 응급진통제를 먹으라고 하셨다. 살인적인 통증에 돌을 당장 꺼내고 싶었다. 다른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곳이 없었다. 너무 아팠고, 곧 출근을 해야 했기에 결국 응급진통제 [원트란서방정]을 먹었다. 그러고서 난 쓰러졌다.


약의 부작용이었다.


약이 너무 세서, 약이 통증도 보내고 나도 보내버렸다. 머리가 핑핑 돌고 몸이 바닥에 꾹꾹 눌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 팔을 겨우 뻗어 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짧게 하고 병가를 쓸 수 있겠냐고 죄송하다고 말을 전했다. 대체인력도, 연차/월차도 없는 내게 병가 같은 건 없다. 4년 동안 코로나 걸렸을 때 빼고는 어디가 아파도 출근해서 아파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다 죽어가는 내 목소리에 놀란 부장님께서는 알겠다고 하셨다.


원트란서방정의 부작용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았다.


4.1. 이상반응
1) 과민증 - 쇼크 등의 과민증상
2) 전신장애 - 무력증, 피로, 홍조, 흉통, 경직, 실신, 금단증상
3) 순환기계 - 고혈압, 고혈압악화, 저혈압, 부정맥, 심계항진, 빈맥
4)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 - 현기, 두통, 진전, 운동실조, 경련, 긴장항진, 편두통, 편두통 악화, 불수의근의 수축, 지각이상, 혼미, 현기증
5) 소화기계 - 복통, 변비, 설사, 소화불량, 방귀, 구내건조, 구역, 구토, 때때로 연하곤란, 혈변 (melena), 혀부종
6) 정신과적 장애 - 식욕감퇴, 불안, 착란, 도취, 불면증, 신경과민, 졸음, 때때로 건망증, 이인증, 우울증, 약물남용 및 의존, 감정 불안정, 환각, 발기부전, 악몽, 비정상적 사고
7) 혈액계 - 빈혈
8) 호흡기계 - 호흡곤란
9) 비뇨기계 - 단백뇨, 배뇨장애, 핍뇨, 뇨저류
10) 피부 - 소양증, 발진, 발한, 두드러기
11) 기타 - 간기능 이상, 체중감소, 이명, 비정상적인 시야, 오한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 중 나에게 일어난 부작용은


실신/현기증/혼미


였던 것 같다. 부작용은 다음날인 목요일까지 이어졌고, 금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몇 시간 뒤에 영어 시연 수업이 있어서, 밤새 수업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오전부터는 컨디션이 꽤 괜찮아서 수업과 근무를 잘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정말 길고 긴 한 주였다.


그 뒤로 통증은 더 없었고, 주말부터는 소변색이 괜찮아 보였다. 주말을 내고 월요일에 경과를 보러 내원했다. 이번에도 조영제를 투여해 X-ray를 찍었다. 다행히 돌은 다 빠져나갔고, 신장과 요관 상태도 정상이었다. 혈뇨 수치도 정상. 수요일의 통증은 돌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것 같다고 하셨다. 요관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데, 거기서 걸렸던 것 같다고.


하아.. 어쨌든 해방이다 해방!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


어마무시한 통증에서 두 번 시달리고 나니, 물을 안 먹을 수가 없었다. 물만 잘 먹으면 되는데, 물을 적게 먹어 같은 일을 또 겪는 어리석은 짓은 할 수 없지.


 하루에 물을 1L~1.5L를 챙겨 마셨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유산균이랑 0.25L
점심 먹기 전에 출근 준비 하면서 0.25L
일하면서 0.5L
퇴근하고서 자기 전까지 0.5L

이런 식으로.


매일 어플에 기록하며 수분 섭취량을 눈으로 확인했고, 습관을 들이고자 했다.


의식적으로 물을 챙겨 먹은 지 한 달이 되고서 생긴 몸의 변화


- 피부 속 당김이 완화되었다.
- 생리 전 PMS 기간 동안 심했던 변비가 사라졌다.


처음 2주 동안에는 물 섭취량이 늘어난 만큼 화장실도 자주 갔다. 그런데 한 달이 된 지금은 그렇게 자주 가지 않는다. 몸이 현재 수분 섭취량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일할 때 화장실 가는 게 여의치 않아 물 마시기를 계속 피했던 거였는데.. 이럴 줄이야! 잘 마셔줬어도 괜찮았겠구나.


예전에는 맹물이 맛이 없어서 '에엑-' 하고 먹기 싫어했었는데, 자꾸 먹다 보니 이제는 그냥저냥 별생각 없이 마실 만하다. 물 마시고 출렁거리는 느낌도 '물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그러려니~'하고 있으면, 조금 지나 느낌이 가신다. 식사 전후로 물 마시기 불편한 것도 테스트를 해보니, 식사 20분 전에 그리고 식사 1시간 뒤에 마시니 괜찮더라. 안 아프기 위해, 살고자, 예민한 정도가 줄었다.


요즘에는 어디 나갈 때 텀블러를 챙다. 수시로 물 먹으려고.


한 달이 되자, 체외충격파쇄석술 받았던 자리-등 피부 껍질이 벗겨진다. 피부도 다 나았나 보다.


정말 두 번 다시 신장 결석-요로 결석으로 안 아프고 싶다. 앞으로 쭉- 물 잘 챙겨 먹어서, 같은 이유로 병원 가는 일 없게 해야지.


지독하게 아팠던 이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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