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프로 N잡러의 삶
작년부터는 강사 해보자고, 교육받자고 적극적으로 푸쉬를 하시는데, 무서워서 도망 다녔어요. 뭐가 그리 무섭냐면.. 글쓰기를 소홀히 하게 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제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일단 맡았다! 하면, 진짜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임해요. 제가 영어 강사를 하게 되면, 제 성에 차는 정도의 수업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쪽팔리지 않기 위해! 제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수업 준비에 쏟을 게 분명한데.. 그러다 글쓰기/작사가 뒷전이 될까 봐 너무 두려워요.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걸 좇다가 주객전도가 될까 봐 그게 두려워요.
지난주에 원장님께서 5세 공개 수업 한 번 보러 오라고 하셔서 수업 참관을 해봤는데요. 수업하시는 선생님 진짜 멋지고 대단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지붕 뚫는 텐션으로 할 자신이 없..어..요.. ㅠㅠ 그리고 차량, 카운터에서 일하는 지금보다 더 밀착해서 학부모님들을 대해야 하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저라서 우당탕탕 초보 강사의 모습을 누군가에 보여줘야 하는 것도 너무 부담되고요. 가슴속에 스파크가 튀어야 움직이는 제 성향상.. 마주한 이 기회를 잡는다는 게.. 엄청난 도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자격증은 왜 땄냐? 수입원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고, 마침 시간이 있기도 했고, 원장님의 제안이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기회가 왔을 때 그걸 그냥 흘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따봤어요. 저도 제 맘을 잘 모르겠어요! 영어 강사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걱정되는 점들을 다 제치고 덤빌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 기로에 서있답니다..ㅎ
부탁을 받아 어학원에서 아이들 영어 시험을 잠깐 대신 봐줬을 때 느낀, 그 찰나의 재미에 날 맡겨보기로 했다. 그래서 부장님께 영어 강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부장님께서는 교육자 양성 과정을 밟게 해 줄 수는 있으나,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 달라고 하셨다.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닌데.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도망가고 싶다.
- 도망가서 내가 얻는 것: 없음.
- 버텨서 내가 얻는 것: 영어 공부, 연수 수료, 교사 체험 기회
- 1차 테스트: 본사 코치에게 수업 시연
- 2차 테스트: 6세 대상 실습 수업 (평가자들 참관)
May I drink this coffee?
ㅋㅋㅋㅋㅋ Yes, you may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보여주겠어.
으악. 떨려.
아이들 앞에서 직접 하는 건 또 어떨까?
아이들이 대답을 잘해줄까..?
지금 어디 끼워넣긴 애매한데.. 그냥 하지 말고 넘길까? 아.. 핵심 활동으로 준비해 온 건데 그거..ㅠ
Good job! Excellent! We leaerned about the color 'green'.
Alright, we're going to play one last game. Do you remember the story where the farmer pulled up the carrot? Do you remember?
My dear friend, can you come over here? (총총 와서 내 옆에 선 아가)
Can you pull my arm? Try it!
Oh, I think she needs more strenght. My dear firend, can you help her? Can you pull my arm, too? (한 명 더 합류!)
We need more volunteers! My dear friend, can you help them? (한 명 더 합류!)
(뽑혀주는 액션 발사!!)
Finally! Good job. You're as strong as Superman!
(끝인사)
나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재밌는데?!
그냥 처음에 '해볼래? 해보자.' 제안받았을 때 하지 왜 이제와 덤벼서 이런 일을 겪고 있을까.
다음에 또 무언가 도전을 할 때는 덜 겁내보자. '그냥' 한 번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