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오니 이름이 여러 개
택시를 탄다
기사가 내 이름을 확인한다
“너 이름이 하께?”
“네 맞아요”
처음에는 “제이크”라고 부연설명을 하곤 했지만, 요즘은 귀찮아서 “맞아요”라고 대답하며 택시에 탄다.
내 영어 이름은 ‘Jake’다. 네덜란드 교환학생을 갈 때 미국에서 산 적이 있는 교회 누나들이 지어줬다.
유럽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통하던 이름이 멕시코에 오니 문제가 생겼다. 내 이름을 발음 못한다.
스페인어에서는 ‘J’가 ‘호따’라고 불리며 H에 가래 섞인 발음이 난다. 그리고 ‘H’는 소리 나지 않는 묵음이다.
그렇다 보니 영어를 잘하는 젊은 친구들은 한 번에 내 이름을 발음하고 기억하는 반면, 나이 든 어르신이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다시 이름을 물어보니 일수다.
다들 열심히 발음해보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이름은
‘하께’, ‘자께’ ‘작’ 이 세 가지가 베스트 오답인 것 같다.
몇몇 멕시칸 친구들은 왜 스페인어 이름을 만들지 않냐며 자신들이 추천해준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무조건 거절한다.
애초에 영어 이름이 있는데 스페인어 이름을 따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거니와, 진짜가 아닌 내 이름을 두 개 이상 만들기 싫다.
이럴 때면 ‘유진(Eugene or Yujin)’ ‘민아(Mina)’ ‘수호(Sooho)’ 등등 한국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도 사용 가능한 친구들이 부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