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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영 Nov 26. 2021

신형 4시리즈의 ‘그 콧구멍’에 대한 고찰

#BMW #4시리즈 #자동차디자인

세로형 키드니 그릴로 BMW 디자인에 큰 변화를 쏘아올린 2세대 4시리즈 (좌 - M440i / 우 - M4)

BMW를 좋아하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M3를 좋아합니다. 3시리즈의 쿠페형으로 나온 그 스포티한 디자인과 고성능 M 배지에 어울리는 볼륨감 넘치는 바디를 보고 저는 M3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자동차의 멋을 분석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가슴팍으로 느껴지는 원초적인 멋이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냥 그렇게 생긴 BMW가 있는 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릴도 BMW 특징이 충만하고 라인도 잘 빠지고 비례도 멋지게 나왔는데 그게 심지어 스포츠 쿠페면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그렇게 M3라는 이름 자체에도 차덕 특유의 친근함과 아우라를 느꼈습니다.


2013년에 출시된 첫번째 4시리즈
제가 처음으로 M3의 존재를 알게 된 3세대 모델과, 이제는 구형이 된 1세대  M4입니다.

그러다가 2013년, BMW에서 3시리즈 쿠페를 대체하는 4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대략 2004년경 3세대 모델 (코드네임 E46) 을 통해 알게 된 것이 M3에 대한 제 첫 기억인데, 그로부터 9년 뒤에 나타난 4라는 숫자가 생소하긴 했지만 3시리즈와 많이 닮으면서도 더 길고 낮은 쿠페로 나온 덕에 익숙함으로 보장된 멋이 느껴졌지요. 1세대 M4는 두말할 것도 없이 디자인이며 컬러며 모두 작품 같았고, 지금 보아도 멋있을뿐더러 지난 M3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차체 안쪽으로 파고드는 글래스 라인으로 BMW의 상징이던 '호프마이스터 킹크'
신형 4시리즈 (마지막) 에서는 라인이 흐르는 방향이 달라진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2세대 4시리즈는 뭔가 많이 다릅니다. 여전히 멋이 보장된 볼륨과 비례가 확실히 느껴지지만, BMW 차량 옆면 글래스 디자인의 상징이자 지난 3시리즈와 1세대 4시리즈까지도 꾸준히 이어져왔던 디테일인 호프마이스터 킹크가 사라지고, 여러 컨셉트카에서 종종 내비쳤던 세로형 키드니 그릴이 21세기 BMW 양산차로서는 최초로 적용됐습니다. 최근의 수십년간 키드니 그릴이 가로로 넓어지는 추세로 변해왔기 때문에 세로로 얼굴을 꽉 채운 이번 변화에 많은 호불호 논쟁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키드니 그릴이 등장한 BMW 303

BMW에서 설명하길, 세로로 긴 형태에서 시작된 과거의 그릴로 회귀해 그 뿌리를 이어가는 의미로 바뀐 디자인이라고 하며, 실제로 최초의 키드니 그릴이 소개된 1933년 모델인 303을 보면 세로로 꽉 찬 모양이 시초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디자인을 시작으로 세로형을 유지하면서 크기가 점점 작아졌고, 가로로 더 길어진 그릴을 모든 모델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나타난 변화였지요.


세로형 키드니 그릴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은 2010년대에 이르러 컨셉트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대의 BMW는 자신들의 뿌리에 가까운 디자인을 찾기 위해 이 세로형 그릴을 되살린 것입니다. 덧붙여 설명하길, 3시리즈와 명확히 차별화된 독자적인 라인업으로서의 스포츠 쿠페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이번 세대 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세대들보다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3시리즈 쿠페 느낌’의 디자인을 많이 벗어내려고 했던 것이지요.


지난 세대와 이번 세대의 3시리즈와 4시리즈 사이의 디자인 비교

이번 이야기는 ‘그래서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인이 잘 나왔냐 못 나왔냐’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 모델에 대한 호불호 논쟁을 보면서 한 입장에 대해 공감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세대 교체의 중심에 서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인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의 판단 이전에 2021년을 현재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과거 3시리즈 쿠페의 존재와 매력은 당연히 익숙한 개념입니다.


때문에 1세대 4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도 3시리즈 쿠페의 지난 흐름을 기준으로 차를 바라보고 매력을 느꼈던 것도 당연합니다. 신형 4시리즈의 변화를 이끈 BMW의 새로운 결정에 빠르게 적응하고 따를지, 아니면 3시리즈의 향수를 떠올리며 안타까워 할지는 그 다음의 문제지요.


어렸을 적 제가 좋아했던 디자인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슬프게 다가온 역대급 변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1세대 M3도 세로형 그릴을 가지고 있지만 크기부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보다는 가로형 그릴을 가진 2세대 3세대 M3를 어렸을 때 현역 모델로 보면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반대로 전자의 입장에서는 지난 3시리즈 쿠페와 첫 4시리즈를 멋진 모델로 기억하면서도 뿌리를 찾기 위한 BMW의 과감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응원하고, 새로운 그릴의 조형도 멋있게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세로형 그릴이었던 1세대 M3를 어쨌든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앞서 세대 교체를 겪는 중심에 있다는 표현은 우리 이후의 세대로 자리잡아 BMW를 경험하게 될 미래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이야 이번 변화가 새롭기 때문에 많은 논쟁이 있지만, 신형 4시리즈으로 시작된 변화가 앞으로도 일관되게 흐름을 지켜 발전한다면 오늘날의 우리보다 20 ~ 30년 후에 성인으로 자라날 세대에게는 오히려 지금의 4시리즈가 익숙하고 당연한 멋으로 어린 시절 추억을 장식하는 아이콘이 되겠지요. 우리는 그 변화의 배경에 자리잡아 과거를 상징하는 세대가 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깊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동차를 완성시킵니다. (이미지 출처 : BMW)

제가 평소에 버릇처럼 머릿속에 새기길, ‘세상에 미움 받을 자동차는 없다.’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의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 메시지이기도 한데요, 자동차는 세상 여러 나라에서 모여 팀으로 꾸려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의 브랜드이든, 어떤 성격과 차급을 지니고 있든 자동차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될 객체라고 생각합니다.


신형 4시리즈도 분명히, 그리고 아주 당연히도 세계 여러 곳에서 수많은 커리어를 쌓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완성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번 변화를 이끌어 내면서 내부에서 많은 도전을 감내했을 것이고, 지금의 수많은 호불호 의견들도 예상했을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이번 모델이 새로운 변화의 과도기에 최전선에 있기에 앞으로 다양한 모델들을 통해 디자인 언어가 정제되면서 보다 완성도 높고 확고한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고, 4시리즈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의견과 미래 세대들의 의견도 판이할 것입니다.


이 차도 혹평을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어색함이 미래에는 클래식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늘날 80년대 레트로 디자인의 정점으로 회자되는 페라리 테스타로사도 처음 선보였을 때는 곡선에서 직선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보여주어 혹평을 받았었으니까요. 지금은 미운 4시리즈로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지만 미래에는 달리 보일 수 있을 테니 아직 모르는 미래를 기대해봅시다. BMW의 상징에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을 날린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이너 분들과 그 도전정신에 존경을 바칩니다.


instagram : @_j.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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