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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영 Nov 26. 2021

자동차를 예술로 경험하게 되는 곳, 에레보 신사 (1)

#신사동 #자동차디자인 #갤러리 #카페 #올드카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점차 국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남산과 여의도 등지의 카 미팅이 조금씩 커지고, 피치스의 도원이 자동차 튜닝에 힙한 바이브를 접목한 성수동의 새 핫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 두 현상이 자동차 스트릿 문화를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견인고리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색깔에 관한 이야기다.


에레보에 도착하면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전경

올해 6월 26일, 신사역과 압구정역 사이에 둥지를 튼 에레보는 자동차의 기계적인 멋과 조형이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을 향유하고, 그러한 관심사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보여준 공간이다. 오픈 전부터 이미 소식을 접한 뒤 문을 연 첫 날에 찾은 에레보는 내가 기대해왔던 '경험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었다.


에레보의 전경은 내부가 훤히 드러난 통유리창 옆에 여유로운 자태로 주차 겸 전시 중인 차가 항시 서있고, 그 옆으로 한번 더 시선을 돌리면 내부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 조그만 간판과 선인장이 인사하듯 마중 나와있는 입구다. 전시된 차를 보며 이 장소의 첫인상을 살짝 맛본 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맛이 더 깊어진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역이 구분된 공간

에레보의 공간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자동차 서적이 진열된 라이브러리가 있고, 그 너머로 스탠딩 바가 놓인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따로 마련된 전시 공간이 있다.


각 공간을 자세히 얘기하기 전에 에레보의 구성원에 대해 짧게 언급하자면 자동차 디자이너와 에디터 출신의, 그야말로 자동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깊게 이해하는 세 분들이 모여 오랜 시간 끝에 이 공간을 이루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에레보는 자동차를 순수한 미적 대상이자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이런 특징이 지금껏 국내에 없었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낸다. 개인적인 주관을 담은 표현으로 요약하자면, 자동차의 감성과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밤새 얘기할 수 있을법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온갖 주제의 희소가치 있는 자동차 관련 서적들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라이브러리는 대표님이 오랜 시간동안 수집한 책들로 마련되어 거의 대부분이 귀한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 컨셉 디자이너 다니엘 사이먼의 프로젝트북 '타임리스 레이서', '코스믹 모터스'나 최근 발매된 포르쉐의 미공개 컨셉트카 아카이브북 '포르쉐 언씬'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동차 매니아들이라면 실물을 보고 놀랄 책들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의 내용과 사진들을 감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편히 교류할 수 있는 것도 이 공간의 큰 매력이다. 독서를 위한 좌석 옆으로는 외부에 전시된 차가 보이는 통유리창이 있어 책 속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실물의 자동차까지 창 너머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듁스커피의 원두와 스티븐 스미스 티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디자인 전공자들이라면 반가울 도구들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카페 공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에레보에서 판매중인 디자인 소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마련돼 있다. 에레보에서는 아이코닉한 과거 시대의 자동차들을 오마쥬한 완구 브랜드 플레이포에버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어 감상과 구매가 가능한 편집샵의 면모도 보여준다. 체험 프로그램은 수시로 바뀌며 운영중이며, 현재는 알피느 A110이 인쇄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채색 도구로 디자인 전공자들이라면 보자마자 참 묘한 반가움을 느낄 코픽 마카가 있었던 것도 에레보다운 매력이었다.


(좌) 에레보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 토이 브랜드 '플레이포에버'의 모형 / (우) 첫 전시였던 김현성씨의 졸업 프로젝트 목업

전시 공간은 에레보의 사려깊은 취지를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앞으로도 여러 전시가 마련될 예정인 가운데, 첫 전시는 작년 국민대 자동차 디자인과의 졸업 작품으로 장식되었다. 이어서 자동차 사진으로 활동중인 작가의 사진전이 있었고, 현재는 이번 년도에 졸업 전시를 선보였던 국민대 학생의 자동차 클레이 모델이 전시 중이다. 미대 전시가 참 슬픈 것이, 전시가 끝나면 밤새 준비한 대부분 작품들이 버리기도 아쉬운 처치 곤란한 상태로 방치된다.


이처럼 자리를 헤매는 작품들이 다시 빛을 바라볼 기회를 주는 것에 에레보의 전시가 가진 취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로 학생들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디자인 목업에 익숙한 전공생들과 달리, 에레보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게는 목업 전시를 보는 것 자체가 상당히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전시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디자인 전시 외에도 자동차 일러스트나 사진전 등 다양한 장르로 계속 준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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