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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May 07. 2024

쉬운 가수

그럼 난 쉬운 작가 될래

사진 출처: Unsplash의 Wes Hicks



음악을 들을 때 좋아하는 곡을 반복 재생해서 듣는 편이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여태 들었던 곡 안에서 그날그날 바뀐다. 꽂힌 음악을 지겨울 때까지 듣다가, 한참 안 듣다가, 다시 찾아 듣는 걸 반복한다. 최신곡보다는 유행 지난 노래가 많다. 나는 음악도 영화도 책도 언제나 한 발 이상 늦다. 영화 <기생충>을 일 년이 지난 후에야 보거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이후에 그들의 노래에 빠졌다. 한번 좋아진 노래는 쉬이 질리지 않았다.


우연히 듣고 좋아진 곡이 있으면 그 가수의 전 앨범을 들으면서 내 취향의 곡이 있는지 샅샅이 살핀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기도 하지만 발굴하는 재미가 있다.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늘어지거나 너무 울부짖는 곡은 삭제, 삭제, 삭제. 그렇게 내 플레이리스트를 채운다.

소수빈이라는 가수는 몇 년 전에 알게 됐다. <난 행복해>라는 곡을 듣고 너무나 내 취향이라 그의 전곡을 다 들었다. 목소리며 음악 스타일이며 내가 좋아하는 가수였다. 출퇴근길에 그의 노래를 항상 듣고 다녔다. 그에 대한 정보는 오직 노래밖에 없었다. 


유튜브로 잠깐씩 싱어게인을 보던 날. 49호 가수가 자꾸 눈에 띄었다. 그는 무대에서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고 매번 감각적이고 세련된 편곡, 안정된 가창력으로 심사위원에게 극찬을 받았다. 시원하게 고음을 발산하는 가수가 아니어서 경연에서는 진가가 드러나기 힘든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파이널전까지 간다. 출퇴근길 때마다 그렇게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다녔음에도 그가 소수빈인 몰랐다. 49호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오니 전혀 연관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이름을 가렸을 뿐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 그의 목소리가 새로웠다.


가수 소수빈은 자신을 '쉬운 가수'라고 소개하면서 자신만 어려우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쉽게 들을 있도록 지독하게 자신만 어려우면 된다는 사람. 과정에서 본인을 혹사하고 친절하기 위해 뒤에서 많이 노력하고, 묵묵히 준비하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완벽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 

심사위원인 김이나 작사가는 "아주 지독한 사람이다, 노래가 진짜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곡이 진짜 끔찍할 만큼 완성도 있다, 이 완성도를 위해 뒤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반복하고 노력했을지 아주 지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쉬운 가수라고 해서 그리고 친절하다고 해서 절대 여태까지 과정이 쉬운 아니었다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절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좋다,라는 짧은 감탄을 듣기 위해 얼마나 지독해야 하는지. 쉬운 가수가 되기 위해 자신은 얼마나 어려워야 하는지. 하루하루 내일이 막막했을 시간에도 지독함과 어려움을 홀로 견뎌온 그가 많은 사람에게 그 결과물을 존중받고 사랑받는 것이 좋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걸었더니 마침내 성공했더라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다. 클리셰 덩어리라도, 듣고 듣고 또 들어도 지겹지 않다. 매번 가슴 설레게 한다. 누군가의 남모를 시간, 지독한 과정들이 존중받으면 좋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게 아니라 잘됐다고 손뼉 쳐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이런 축하가 당연한 마음으로 작동하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홀로 묵묵히 지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을 사람들이 골방에서 나와 웃게 되면 뭉클한 마음으로 축하를 건네고 싶다.



플러팅 장인 소수빈, 영상이 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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