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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May 03. 2024

언니바라기 내 동생

사진으로 찍지 않은 밥상 덮개, 접시, 컵, 파우치, 액자 등 더 많이 있다 :)



동생은 나에게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다.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다가 번뜩 찾아온 생각에 가슴이 뭉개지는 것 같았다. 나는 동생이 어쩌지 못하는 이유로 동생을 나무랐다. 코 푸는 걸 알려주다가 코를 들이마시기만 하는 동생이 답답해서, 지하철 개찰구가 무서워 손에 힘주고 서 있기만 하는 게 답답해서, 동생도 도저히 용기 내기 힘든 게 있을 텐데 기다려주지 못해서….


가정에 장애 아동이 있는 경우 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좌절로 인해 학대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건 자기 마음과 기운이 꺾였다고 아무 잘못 없는 대상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자주 동생에게 폭력적이었나. 부끄럽고 미안하다.


동생은 며칠 전에도 내게 전화했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언니 줄라고."라고 말한다. 직접 만든 테이블매트, 행주, 파우치, 도자기 접시, 컵, 찻잔 등. 이모가 보여달라고 해도 절대 안 보여주는 걸 나에게는 선뜻 주겠다고 한다. 그런 동생을 보고 이모가 별명을 붙였다. 언니바라기라고.


동생이 만든 작품 뒤엔 동생 이름이 쓰여있다. 이름만 봐도 동생을 보는 것 같다. 테이블매트나 행주엔 "늘 예쁘거라."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동생답게 한결같이 쓰여있는 문구. 나는 동생이 만든 작품에 맛있고 향기로운 것들을 담는다. 커피를 내릴 때, 토요일 아침 브런치를 먹을 때, 과일 담을 때…. 동생이 쓴 이름을 한번 보고 위로받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나는 동생이 많이 미웠고 수도 없이 화를 냈다. 동생을 생각하면 고맙고 아파서 어떻게 갚을까 생각한다. 나중에 동생을 책임져야 할 때 할 수 있는 한 동생과 셋이 즐겁고 신나게 살아갈 거다. 많이 경험하게 하고 많이 보여주고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할 거라고 기대하고 다짐한다. 그러려면 장롱에서 면허증도 얼른 꺼내야겠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겠고 운동화도 두 개씩 사려면 하기 싫은 일도 꾹 참고 해야겠고. 생각해 보면 동생이 나를 사람 만든다. 화도 미움도 한번 없이. 불안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미워서 방황했던 시간에도 삐뚤어지지 않았던 건 다 동생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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