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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May 08. 2024

엄마 생각나서 울었다는 엄마

집에 내려 갔을 때 엄마랑 수요예배 가서 엄마 몰래 찍은 사진



5월 8일 어버이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에게 좀 미안하지만 항상 엄마, 아빠 순이다. 어버이날이라 전화했다니 고맙다며 웃으신다. 밥은 먹었는지 반찬은 있는지 묻는 엄마, 별일 없제?라고 많은 것을 담아 짧게 묻는 아빠. 어버이날을 챙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꽤 오래전부터 어버이날이든 생신이든 선물 대신 용돈을 드렸다. 사장님께서 어버이날 효도하라고 인센티브를 화끈하게 주셔서 생각보다 용돈을 많이 드릴 수 있었다. 엄마, 아빠와 통화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사장님 방에 들렀다. 덕분에 부모님께 용돈 넉넉히 드릴 수 있었다고 한 번 더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필요한 데 쓰시라고 드리고 나면 필요한 데가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닐 것 같아 차라리 선물로 드릴까 싶기도 하지만 물어보면 항상 필요한 게 없다신다. 대신 TV 홈쇼핑 보시다가 이게 당뇨에 좋단다, 다이어트에 좋단다, 관절에 좋단다라고 하시면서 돈을 보낼 테니 인터넷으로 주문해 달라고 하시면 대부분은 내 돈으로 사 드린다. 엄마가 자꾸 돈을 안 받으면 미안해서 부탁 못 한다고 하셔서 한두 번은 일부러 돈을 받는다.


엄마는 주말에 친할머니를 보러 거제에 다녀왔다고 하셨다. 외할머니 산소에도 갔다 오시고. 거제에 가기 전 밥을 먹는데 동생 성진이가 “엄마, 우리 할머니한테 나르지오 운동화 사주자."라고 말하더란다. 동생이 나르지오 운동화는 또 어떻게 알고 그러는지 엄마와 나는 성진이에게 자주 놀란다. 요양원에 계시던 외할아버지를 보고 오던 날은 할아버지 불쌍하다며 집에 모시고 오면 안 되냐고 묻기도 하고. 착한 동생이다.


밥을 먹고 정리를 하던 엄마는 동생이 한 말 때문에 갑자기 속상하셨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엄마가 이런 효도를 받았을 텐데…’ 하고. 엄마가 외할머니 생각나서 울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울었다는 엄마가 웃으면서 얘기하는 게 마음 아팠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평생 일하던 것만 생각난다는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모아둔 돈을 숨겨놨으니 찾아서 쓰라고 말씀하시던 외할머니. 평생 모아둔 돈 이 백만 원 남짓. 이거 모으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싶은 게 그리 마음 아팠다고 하셨다.


동생이나 엄마의 마음과 달리 친할머니는 엄마도 동생도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 말론 동생도 엄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그때 우리 집은 하루하루가 깜깜했다. 쌍둥이 동생은 지적장애였고 우리 집은 가난해서 변변찮았다. 숙모들이랑 즐겁게 대화하다가도 엄마가 말을 걸면 표정을 싹 바꾸면서 다른 델 쳐다보셨다고. 엄마에게 이 얘길 들은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지금은 며느리들 중에 할머니 생각하는 건 엄마밖에 없다는 걸 아시고 자주 고맙다고 하시지만 엄마는 가끔 그때 받은 상처가 생각나는 듯하다. 형편이 풀리고 나니 친정엄마는 돌아가시고, 이제야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시어머니에게 대신 해드릴 때마다 가슴이 메는 듯하다.


나는 늘 마음 아플 정도로 사람 좋은 엄마가 속상하다. 그런 속상함에도 사람에게 분을 품지 않고 선한 마음을 유지하는 엄마가 대단해 보인다. 엄마는 그때를 생각하면 진짜 서럽다고 하시면서도 같은 여자로서 할머니가 참 안 됐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엄마처럼은 못 살 것 같다. 엄마 마음의 티끌만큼도 따라가지 못한다. 외할머니 생각에 울었다는 이야기도 그때 정말 서러웠다는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웃으면서 하는 엄마. 이제는 눈물 나고 서럽고 아픈 이야기 묵혀두지 말고 바로바로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엄마의 어떤 말도 넉넉하게 듣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까. 엄마, 아빠가 여전히 내 옆에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해서 사는 게 거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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