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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Aug 31. 2024

엄마가 왜 이럴까?

1) 엄마가 쓰려졌다 

엄마가 쓰러졌다. 

자식들의 도움을 극구 사양하며 86세까지 홀로 버티던 엄마가 손녀가 옮긴 코로나로 잠복기간 없이 바로 다음날 쓰러졌다. 열이 오르고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쇳소리가 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리와 엉덩이의 힘이 빠져 일어나질 못하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 소파에서 그대로 실례를 했다. 하루종일 그랬단다. 

그런 상황에서도  전화기 넘어 이제는 괜찮다고 병원을 갈 수 있다고, 코로나 감염되면 안 되니 절대 방문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전에도 위급상황이 있어 본인 스스로 119를 부른 적이 수차례 있었고 그 사실도 몇 달, 아니 몇 년 후에 지나가는 말처럼 해주는 엄마다. 왜 자식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냐고 야단을 해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엄마다.

"내가 왜 너한테 연락하니? 119 부르면 10분 안에 오는데 너는 1시간 걸리고.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가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자식들의 방문을 부담스럽다고 사양하고 어서 돌아가라 항상 등 떠미는 엄마.  위급의 순간에도 자식들에게 연락하지 않는 엄마. 아무리 야단을 해도 이 태도는 바뀔 생각이 없다는 듯 꿈쩍 않는 엄마.

아! 엄마가 왜 그럴까?


이번에도 전화기 넘어 갈라지고 쇳소리 나는 것을 듣고도 오지 마라는 말에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해외장기체류를 앞두고 사위와 멀리 여행을 가있는 딸아이에게 다시 급박하게 전화가 왔다.

딸아이(엄마의 손녀, 나의 딸)의 간곡한 부탁과 재촉으로 방문한 엄마의 집을 들어서는 순간, 엄마는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소파 탁자를 이용해 이동하려 했는지 탁자는 화장실 앞에 널브러져 있었고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이동하는 중에 선풍기를 부여잡고 전진하려 했는지 선풍기의 목이 날아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욕조에 들어갔다가 탈출하지 못해 3,4시간 갇혀 있었단다. 나오려고 수시간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등이고 다리고 온몸에 피멍투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왜 왔니?"라며 변기를 부여잡고 있는 엄마. 아! 엄마는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그날은 엄마의 집에서 잤다.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작년에 사 드렸던 실내 보행기를 꺼내 사용토록 했다. 보행기로 겨우 걸음을 떼는 엄마는 며칠 동안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쇠약해져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보행기 끌고 마트에도 가고 노인정에도 가고 쓰레기 버리러 나갈 정도는 되었는데 엄마는 지난주 코로나로 한방에 주저앉은 것이다. 기가 막히고 심란했다. 그 와중에 집으로 가라고 등을 떠미는 엄마.  얼마든지 혼자 있을 수 있다며 시원치 않은 발음으로 읊조리는 엄마의 말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지르고 팔을 때렸다. "왜 이래요? 지금 걷지도 못하고 똥오줌도 못 가리고 기어 다니면서 식사를 차려 먹지도 못할 지경인데" 


팔을 맞으면서도 이제 좋아질 것이니 어서 돌아가라는 엄마의 말에 한참을 화를 낸 후 제풀에 꺾여 식사를 준비했다.  밥맛이 없다며 사이다만 들이키는 엄마의 냉장고에는 한꺼번에 해서 퍼 놓은 딱딱한 공깃밥과 두부 한모, 그리고 김치, 몇 번을 끓였는지 형체 늘 알아볼 수 없는 냄비의 고깃덩어리가 전부였다. 신선한 야채 하나 없었다. 그러면서 먹을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엄마.


출발할 때 사온 나주곰탕에 고기와 밥을 넣어 데워서 겨우 드시게 하고는 집안을 청소했다. 변 자극이 묻어 있는 변기와 옷, 소파에서 거실로 길게 난 소변자국을 지우고 청소와 빨래를 한 뒤 체어에 누워 한 없이 자다 깨다 하는 엄마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그동안 스스로 잘 벼텨왔지만 여기가 한계인가? 걱정과 착잡함이 밀려온다. 


취침중에 소변을 실수 할꺄봐 얼른 수퍼마켓에 가서 노인용 기저귀를 사 가지고 왔다.

침대에도 몸을 누이지 못하고 거실바닥에서 그대로 쓰려져 자는 엄마.

혼자 사투를 벌이는 4,5일 동안 엄마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엄마의 기운없는 억지에도 오늘은 엄마의 집에서 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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