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배언니 Sep 05. 2024

엄마가 왜 이럴까?

3) 우선은 요양등급 신청하기

엄마가 코로나로 한방에 쓰러진 이후 나는 먼 거리를 마다하고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날이 많아졌다. 

일단 말로만 듣던 요양등급신청을 하였다. 

친구들은 벌써부터 부모님의 요양등급을 신청했고 일주일에 3번 많으면 6일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엄마보다 건강상태가 좋은 것 같은데 그들은 재가서비스(자택방문)로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있었고 친구들은 한결 부모 돌봄에 여유가 있었다.

이제 이렇게 되었으니 미루고 있던 등급신청에 탄력이 붙었다. 무조건 해야지!


사실 작년 이맘때 날로 약해지고 식사를 거르는 것이 걱정되어 한차례 시도는 했었다. 

그러나 엄마는 완강히 거부했다.

난 아직 괜찮다.

아직은 내손으로 걷고 밥 해 먹는데 문제없다. 

남의 도움은 필요한 상태가 아니다.

더욱이 내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드나드는 것이 불편하다.

등등의 이유로 손사래를 치는 엄마.

가끔씩 엄마네 집에 하룻밤을 지내면

낮에만 잠깐 본 엄마와는 너무나 쇠약해진 건강상태를 보고는

억지로 요양사를 파견하는 업체에 신청해 등급가능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영업사원이 엄마를 만나자 고개를 저었다.

힘들겠는데요. 5% 확률도 안됩니다.

정신이 너무나 또렷하고 

현관문도 자력으로 잘 열어주네요. 

이 경우는 어렵겠습니다.


남 앞에서는 정신을 똑바로 챙기고 똑똑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엄마.

이미 보행기 없으면 걷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남 앞에서는 꼿꼿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엄마.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니 실사 때 부모님을 어눌하게 보이려고 미리 준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에는 실사에 따른 예상질문지와 대답하는 요령이 나돌았다. 

그러나 엄마는 필요이상으로 명석함을 보이려 애썼다. 

참! 교육실패였다. 

치매인척, 바보 같은 척하는 것이 엄마의 자존심을 깎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앉았다가 혼자 일어서지 못했고

욕조에 들어가 서너 시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엄마다.

게다가 식사는  하려는 의지가 없다.

딸들이 가져다주는 고기반찬은 냉장실에 며칠을 묶었다가 냉동실행이기 일쑤였다.

그저 간단하게 두유와 고구마를 주식으로 삼는 엄마.


이번엔 다급하기에 엄마의 동의도 없이 신청했다.

다급함이  통했던 것일까?

인터넷 접수 후 일주일 만에 느닷없이 공단에서 사람이 나왔다. 

분명 보호자를 나로 했고, 실사 때는 보호자가 동석하도록  안내가 되었었는데

나에게 연락이 없고 엄마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마침 당번인 언니가 와있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맥없이 늘어져 있는 엄마의 상태를 보고도

공단에서 나온 심사원은 치매의 가능성이 없으니 힘들다고 등급선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랜 지병을 앓고 있음과 거동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언니의 말에 잠깐 그는 흔들렸다.

병원에서 추천서를 받아 일단 접수하라는 말이 떨어졌다.


엄마가 다니시는 근처 병원에서 추천서를 받고

그날로 근처 공단지부에 가서 서류를 접수하였다.

서류 접수한 지 일주일 만에 공단에서 엄마에게 4등급을 받았다는 전화가 왔다.

이런! 보호자를 내 이름으로 했건만 또 나를 패스하고 

정신이 흐릿한 엄마에게 연락을 하다니.


다음난 공단지부에서 등급확인서를 교부하고 설명회를 한다 하여 참석하였다.

비로소 요양등급의 종류와 혜택, 그리고 부담비율에 대한 설명을 알게 되었다.

아! 우리나라 참 복지국가구나.

15%의 비용부담만 하면 85%의 비용을 장기요양보험료로 해결해 주는 엄청난 혜택임을 알았다.

주 6일을 하루 3시간 요양보호사를 신청하는데 따른 부담은 19만 원이었다.

그리고 연간 160만 원 범위 내에서 약 15%의 비용만 내면 노인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5년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는 물품도 있었다. 예를 들어 휠체어, 간병용 침대등이다. 


휴~

일단 등급판정은 받았고 이제 엄마를 다시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등급판정은 2년이 유효기간이고 2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한단다.

2년 후면 88세다.

쇠약해지는 속도를 보니 아무래도 조만간 요양사의 도움이 필요할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일단 한시름 놓인다.

일단 노인용품매장을 가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왜 이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