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세부터 시작된 Me Too 운동에 대하여
이 작품은 Artemisia Gentileschi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작품입니다.
무엇을 표현한 작품일까요??
한 여자가 무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약간 먼 곳을 응시하듯 바라보고 있고 안타깝게도 옷은 걸쳐져 있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의 알몸을 들켜 당황한 것 같은 눈빛이지요?
작품의 오른쪽 구석에는 왠 늙수레 한 두 남자가 그녀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관계인 걸까요?
같은 제목으로 그려진 이 작품도 한 여인이 몸을 꼬듯 자세를 취하고 있고
오른쪽 뒤편에는 두 남자가 숨어서 이 여자를 몰래 훔쳐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의 이름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아킴의 아내 수잔나이고 뒤에 숨어서 그녀를 훔쳐보고 있는 두 남자는 그녀의 남편인 요아킴의 친구이자 그들이 사는 마을의 장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다룬 이 많은 작품들은 전부 구약성서 <다니엘서> 13장에 등장하는 인물인 수잔나에 관한 내용을 다룬 작품들입니다. 수잔나는 바빌론에 사는 요아킴의 아내로서 아주 아름답고 경건한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사악한 두 명의 장로에게 목욕하는 모습을 들켜서 역으로 간통죄로 무고되는데 사형선고 직전에 젊은 예언자 다니엘의 지혜로 무죄가 증명됩니다.
수잔나의 이야기는 초기 그리스교시대부터 미술의 주제로서 거론되며 정숙한 여인의 표상으로 상징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인이 결혼을 할 때 가져갔던 가구 같은 혼수의 무늬로 이 수잔나의 목욕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답니다.
처음 다뤘던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작품은 1610년에 처음 그려진 작품이고 바로 위에 소개된 작품은 동일 화가가 1622년에 같은 주제로 그린 작품입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 (Artemisia Gentileschi)는 수잔나 스토리 작품을 총 3가지 버전으로 1610, 1622, 1649년에 걸쳐 작품을 그리게 되는데요~ 젠텔레스키는 왜 이렇게 수잔나 스토리를 연속으로 그린 걸까요?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6)는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여류 화가입니다. 다들 남자 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자였던 그녀는 안타깝게도 1611년 17세의 나이에 부친의 작업실을 드나들던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1명도 아닌 2명에게 동시에 강간을 당하게 되지요! 그녀는 비록 여성의 신분이 지금보다 훨씬 나빴던 중세에 태어나 억울하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구약성서에 나와있던 자신과의 이야기와도 비슷한 ' 수잔나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과 성폭행의 잔인함에 대해 Me Too 한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이들에게 복수한 셈이지요!! 그녀의 용기와 재능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램브란트도 수잔나 스토리를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빛을 잘 활용했던 렘브란트는 역시 밤을 좋아한 화가답게 낮이 아닌 밤을 활용해 수잔나 스토리를 표현합니다. 또한 표현한 내용들도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수산나가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려 하는데 두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 수산나를 유혹하자 수산나가 깜짝 놀라면서 공포에 떨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그래서 수산나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정말 같은 여자로서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도 이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하느님과 남편을 생각해서 그냥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떳떳한 게 좋으니까요!!
요아킴 브테바엘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 가져와봤습니다.
조금 과하다 싶은 설정의 대리석 분수와 조각 같은 느낌의 수잔나의 모습 옆으로 17세기 당시 사치품으로 알려졌던 유리공예그릇들과 장신구들, 마치 큐피드의 정령들처럼 보이는 두 늙은 장로의 모습과 의상들이 이 스토리를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희화화' 시킨 느낌이 납니다. 가장 우스웠던 것은 수잔나의 손깍지인데요~ 농락을 당하는 여인의 손으로 보기에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오스트리아의 한스 마카르트의 수잔나도 역시 다른 metoo를 나타내고자 하던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철저히 '남성적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에 대한 판타지'로 수잔나 스토리를 표현했습니다.
마치 잠들어 있으며 유혹하는 듯한 수잔나의 누워있는 모습과 음흉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두 남자의 모습이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위 작품 중 왼쪽의 작품은 캐서린 길제 (kathleen gilge)의 작품입니다.
그녀는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3가지 작품들을 엑스레이 촬영을 활용해서 3가지를 겹쳐 보이게 한 후 왼쪽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수잔나의 감정을 훨씬 더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구약성서 속 수잔나 스토리를 활용한 작품들을 만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