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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Apr 26. 2024

나트랑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베트남 보름살기 02 : #캄란공항 #길거리환전 #CCCP coffee


베트남 보름살기의 시작날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나트랑 캄란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구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이 거의 없어서 한산했다. 패스트트랙 없이 10분만에 입국심사를 마쳤다.


공항 내부에는 열성적으로 환전을 영업하시는 분들이 있다. 어차피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금액이니까 사람 없는 곳으로 갔다. 약간의 현금을 환전하고, 베트남어로 고맙습니다가 깜언 맞냐고 물어보니까 캄언에 가깝다고 대답해주셨다.


공항에서 나트랑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city bus)를 이용하려면 캄란공항 3번 기둥으로 가야 한다. 버스 티켓은 60,000동이고 luggage는 별도로 30,000동이라는데 후자는 원래 내는 돈이 아니며 표 판매원이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



시티버스 직원이 내가 예약한 숙소인 메이플호텔앤아파트먼트로 가려면 Hung Vuomg 정류장에서 내려서 2분 동안 걸으랬다. 메이플호텔이 인기가 많은 숙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직원의 직업정신과 다소 정확한 지시에 감탄했다.


셔틀버스는 오른쪽에 앉아야 풍경이 좋다고 하던데 몸이 하나라 왼쪽을 보지 못해서 비교가 불가하다. 풍경이 좋긴 했으나 크게 감흥은 없었다. 이제는 여행을 하며 낯선 환경에 간다는 설렘보다 새로운 경험의 기쁨이 더 큰 듯하다.



시티 버스에서 내린 지점이다. 직원이 “앞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굉장히 시크하게 루트 설명을 해주었다. 긴가민가 아리까리한 마음으로 구글맵을 보면서 메이플호텔을 찾아냈다. 초반에 말했던 것처럼 2분 걷는 건 얼추 맞는데 메이플호텔이 구석에 있어서 잘 찾아들어가야 할 것 같다.



위 현수막과 깃발들이 걸린 골목으로 들어가서 쭉 직진한다. 베트남 고유의 모자를 쓰신 상인분이 계신다. 모자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걸 보니 판매하시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동남아에 왔으니 길가 양옆 모두에 오토바이가 서있다.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메이플호텔앤아파트먼트가 나온다. 붉은색으로 단풍 아이콘이 있으니 골목만 잘 들어서면 찾기 쉽다. 사람들이 꽤 있었고 한국인 가족 단위도 여럿 있었다. 호텔 안은 시원했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나는 입실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고 얼리체크인은 없었다. 대신 서류에 메일주소를 기재하고 싸인을 한 뒤, 여권을 체크아웃 때까지 디파짓으로 맡겼다. 여행 왔으니 방에 들어갈 때까지 지체할 시간이 없다. 캐리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밖으로 다시 나갔다.



무작정 길을 익히려 걷다가 USD 100 불을 231만 동으로 바꿔주길래 괜찮은 축인 것 같아 그냥 이곳에서 환전했다. 캄란공항이랑은 한화로 약 5,500원 차이가 난다. 확실히 공항보다 시내가 환율을 더 좋게 쳐준다. 길가에 환전해주는 곳 많은데 그 중 하나를 잘 골라들어왔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일회용 수저를 가져와놓고, 캐리어에 놓고 나오는 바람에 젓가락을 구입하러 마트를 찾아 떠돌았다. A mart는 작은 동네슈퍼 느낌인데 입구에서는 음식을 팔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앉아서 뭔가 먹고 있었다.


에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젓가락은 일회용이 아닌 것 같았지만 한두 번 쓰고 버리려고 샀다. 왜냐면 저거 한 팩 5세트에 무려 한화 1,500원밖에 안 했다. 그렇다면 베트남에도 한국처럼 일회용 나무 젓가락이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그건 얼마일까? 몇백 원 정도이지 않을까?


분짜가게를 지키는 말라뮤트 5살 boy


이곳은 Nha hang Goc Ha Noi라는 베트남 음식 가게다. 원래 Quan Com ti라는 곳에 가려고 했는데 식당이 없어진 건지 내가 못 찾는 건지 암만 찾아도 없어서 구글맵을 조금 더 뒤져봐야 했다. 위생이 나쁘지 않다는 말에 여기로 결정했다.


분짜랑 콜라를 주문했다. Ice 필요하냐고 물어보셔서 받았고 추가금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인생분짜는 아니다. 숯불고기가 그저 그랬다. 근데 면이랑 고기랑 야채를 국물에 풀었다가 먹으면, 역시 분짜는 분짜라고 맛없을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친 뒤 바로 건너편에 있는 CCCP Coffee에 갔다. 이 카페는 한국인들한테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모국어가 많이 들렸다. 코코넛커피를 골랐는데 커피는 딥하게 진하고 코코넛은 밍숭맹숭 달아서 섞어먹으면 조화롭다. 가끔 코코넛과육이 씹혔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고 화장실이 깔끔한 카페였다. 수다 떠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아이패드로 무언가를 끄적였다. 바깥의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두어 시간은 머문 듯하다. 나중에 카페에서 나갔을 때는 여전히 덥지만 그늘로 다니면 괜찮은 시간이 됐다.



로얄살롱 VIP코스 90분짜리를 받으러 다녀왔다. 지난 글에 세세하게 썼으나 한 번 더 언급하자면 최고의 경험이었다. 엘리베이터에 걸린 액자도 마음에 들고, 마지막 코스인 셀프드라이룸도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으로 삐까번쩍 깔끔하다.



로얄살롱에서 나오니까 몸이 가볍고 옷에 배인 향기가 좋아서 갑자기 베트남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서 나트랑 가는 비행기 때부터 생각한 건데 코비드 바이러스 때문에 한달살기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 비자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좋은 기억 남기고 갈 수 있을 듯하다. 베트남으로 잘 왔다.



메이플호텔로 돌아갔다. 체크인 시간을 훌쩍 넘겼으니 맡겼던 캐리어를 되찾고 룸으로 들어가본다. 슈페리어룸을 예약했고 6층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는 620호를 배정 받았다. 그런데 혼자 쓰기에 넉넉하고도 또 넉넉한 공간, 방이 무려 두 개라서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두 개 방 모두 티비가 켜져 있었다.


신이 났고 기분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큰방은 커튼 걷으면 다른 건물 벽 뷰였으나 크게 상관 없었고, 작은 방은 창문이 없어서 짐 놓는 방으로 썼다. 방음은 잘 안 된다. 복도인지 다른 방인지 목소리가 잘 들렸다. 소음에 취약하지 않은 편이라 자는 데에 불편함은 없었다.



좌측 330ml 물이 방마다 2병씩, 그러니까 혼자 무려 4병을 마실 수 있었다. 물은 프리 드링크다. 미니바에 있는 스니커즈나 음료수는 건들지 않는 게 좋다. 가운과 슬리퍼도 각 방마다 두 개씩, 총 네 개가 있었다. 헤어 드라이기와 금고만 하나였다.



여행 오기 전에 알아본 결과 나트랑 수질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샤워기필터를 사왔다. 기존 샤워기에서 헤드를 빼고 필터 달린 개인용 헤드로 교체했다. 물론 체크아웃 할 때 원상복구 하고 나왔다. 필터는 샤워 한 번만으로 엄청나게 더러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머무르다 보니까 사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아이템이다.



잠깐 숙소 앞으로 바다 보러 나왔다. 봄에서 초여름 넘어가는 밤 날씨 같기도 하고 가을 날씨 같기도 했다. 반팔 입고서 가만히 10분 있으면 추울 정도로 바람이 부는데 동남아는 동남아라서 살짝 움직이자마자 몸에 열이 돈다. 끝내주는 날씨에 행복했다. 나트랑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을까? 파도는 세게 철썩대며 모래사장을 파고 들었고 밤바다는 새카매서 보이는 게 없었지만 특유의 짠 냄새가 좋았다.


나트랑 밤파도


호텔로 컴백해서 25층에 있는 Gym을 약 30분간 이용했다. 러시아에서 온 여자분 두 명이 이미 이용하고 있었다. 간단히 땀 빼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후 9시를 조금 넘겼는데 간만에 운동해서 그런지 기분 좋게 졸리다. 잘 준비를 다 하고 이북을 열었다. 책 좀 읽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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