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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l 18. 2024

폭신폭신한 구름을 좋아하시나요?

베트남 보름살기 14 : #달랏 #달랏기차역 #림푸억사원 #껌땀맛집



오늘의 숙소 조식은 예쁜 계란 후라이, 분홍소세지, 샐러드에 미트볼 스파게티다. 먹는 양이 꽤 많았을 때인데도 배고프지 않게 챙겨주셔서 푸짐하게 잘 먹었다. 오늘은 달랏 시내에 나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시내까지는 편도 6km 정도이므로 조금 걸어보는 걸로 생각했다.


숙소 고양이 중 하나
베트남 달랏의 골목


베트남 달랏의 골목골목, 꽤나 시골길처럼 느껴지는 풍경을 옆에 두고 걸었다. 시야가 탁 트여있는데 시원스레 보이는 마을이 예쁘다. 여기는 관광지랑 거리가 멀어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살고 생활하는 곳이다. 이게 베트남이지 싶었다.



달랏에는 길거리에 가축들이 많다. 내 경험으로는 풀어놓은 녀석들이 더 많아 보였지만 때때로 이렇게 길을 걷다 보면 나무 상자에 넣어진 오리들과 철창에 갇힌 닭을 볼 수 있다. 나중에 Trai Mat 기차역에도 저런 나무상자에 닭을 넣어둔 걸 보았다.


베트남은 인도가 있다가 없다가 함
예술적 풍경


바다를 옆에 낀 나트랑은 좀 습한데 고산도시인 달랏은 큼지막한 호수가 있는데도 하나도 습하지 않다. 아무래도 동남아다 보니까 동북아 출신인 나는 더워 죽겠는데 현지인들은 반팔 입은 사람이 적다. 대부분 두꺼운 긴팔을 많이 입었다.


멍 하고 짖지도 않던 개


숙소에서부터 1시간 25분 정도 걸어서 달랏 기차역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5,000동이다. 여기서부터 Trai Mat 기차역까지 갔다오는 왕복 기차표 중 VIP1석은 150,000동이었고, 편도 25분 정도의 거리를 기차로 이동한다.



달랏은 주택가도 기차역도 건물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지금보다 더 문외한이었을 때라 건물에는 크게 감흥 없었다. 지금은 지식의 확장이 세상을 선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고 그렇게 살고자 하지만 당시의 내 목표는 오로지 더 다양한 경험, 색다른 경험! 그뿐이었다.



달랏 기차역과 Trai Mat 기차역 사이는 하루에 6대만 운행하므로 타이밍을 잘 맞춰 가야 한다. 기차티켓을 구매하자 직원분이 표를 수기로 써줬다. 아날로그한 맛은 처음이라 괜히 설레는 기분으로 기차를 타러 안쪽으로 이동했다.


달랏야시장에서 많이 본 닭 장식품


기차가 출발하기 전 매점에서 15,000동 주고 사먹은 음료수다. 깔끔한 레몬탄산사이다 맛이다. 한화로는 750원밖에 안 하는데, 여기는 베트남 관광지니까 이게 비싼 거겠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척 착한 물가라 여행하기 정말 좋다.


기차 찰칵


기차를 탈 때 역무원이 표를 검사하면서 몇 번 좌석이라고 알려준다. 달랏 기차역 VIP1석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면서 앉는 좌석이다. 뒤쪽으로는 VIP2석이 있다. 나는 28번 좌석으로 기차 가장 끝의 창가자리였다.



Trai Mat 기차역에 도착했다. 인형 같이 생긴 어린 고양이가 매점 안을 돌아다녔다. 이쯤에서 구글맵을 찍으면 린푸억 사원이 멀리 있는 걸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걸어서 5분이면 간다. 난 베트남인 가이드에 러시안 단체관광객들을 따라서 같이 이동했다.


여기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멋진 곳이 나옴


흐린 하늘을 배경 삼고서도 제법 멋진 탑이었다. 탑을 올려다보는 중에 빗방울 몇 개가 얼굴 위로 떨어졌다. 숙소에서부터 달랏 기차역에 도착해갈 때 살짝 비가 오더니 여기도 그 여파가 있나보다. 말 그대로 몇 방울 뿐이라 비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크다
멋지다
초점이 어느 쪽에도 잡히지 않아 마음에 드는 사진


하늘이 푸르게 개기 시작했다. 사원의 웅장함이 배가 되면서 한국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도시, 경상북도의 경주도 생각이 났다. 여기서는 종을 세 번씩 울릴 수 있다. 사람마다 종소리가 다 다른데 내 종소리는 90% 정도만 맑고 나머진 탁했다.



달랏 기차역에서 오전 11시 55분에 기차 타고 Trai Mat 기차역에 내렸고, 짧게 걸어서 12시 25분에 린푸억 사원에 도착했다. 린푸억 사원이 규모가 크지 않아서 20분 정도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한 번 쓰윽 둘러볼 시간으로 충분하다. 기차 배차간격이 길다 보니까 그 마을에 오래 있는 건 할 일이 없고 귀찮을 것 같아서 얼른 돌아왔다. Trai Mat역에서는 12시 55분 기차를 탔는데 꼭 정시에 출발하는 게 아니었다. 5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달랏 기차역 가는 길
구름 진짜 실화일까


달랏 기차역 오는 길부터 역에 내려서까지 하늘을 거대하게 감싼 뭉게구름이 정말 아름다웠다. 저런 구름과 하늘색은 이제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뭉클한 마음으로, 벅차서 조금 울고 싶어진 기분으로,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며 귀한 하늘을 바라보느라 바빴다. 포슬포슬하고 폭신폭신할 것만 같은 구름이다.


무보정
환상적인 구름
예쁘다
꽃병도 구름도 달랏도 예쁘다
아름다운 달랏


달랏 기차역 앞 껌땀집으로 들어갔다. Quan com tam 118이라는 곳이었다. 베트남어로 뭐라 말 걸길래 "음. 나 코리안이야."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다시 뭐라고 말했다. 잘 들어보니까 영어로 "라이스 앤 어쩌고 줄까?"라고 하는 중이셨다. 베트남식 영어발음은 어렵다. 우리 숙소 호스트도 massage를 ‘마싸’, air bnb를 ‘에비앤비’라고 한다.


암튼 여기는 단일메뉴를 파는 가게라는 걸 뒤늦게 알았고, 예쓰라고 했더니 돌아가서 다른 직원들한테 베트남어로 크게 “내가 저 애한테 껌땀 줄까 물어봤는데 ‘노. 나 꼬레아야.’라고 했어!” 하면서 웃었다. 놀리는 뉘앙스는 아니었고 재밌어하는 느낌이었다.



빠르게 나온 음식을 한참 먹다가 앞 테이블 베트남 남자가 껌땀 위에 소스를 붓길래 그제야 소스인 걸 알고 뒤늦게 나도 따라해보았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리뷰에 이 집 껌땀이 맛있다길래 기대했는데 그저 그랬다. 처음 나온 고기는 따뜻하지만 구운 지 좀 돼서 딱딱했고 추가해서 나온 고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짜고 달아서 자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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