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갔을 때였다. 호텔에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간 순간, 피부로 깨달았다. 인종의 다양성에 대해.
영어는 그나마 대충 알아듣기라도 하니 다행인데, 이쪽에서는 독일어, 저쪽에서는 프랑스어, 러시아어 그 외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언어가 들려온다.
이건, 소음이다. 그리고 두려움이다.
그랬다. 그게 나의 첫 지구촌 경험이었다.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막기 위해 언어를 분화시켰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말 생경하고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후, 난 언어를 선택해야만 했다. 앞으로 여행을 다닐 테고, 국제통용어 하나는 해야겠다. 그래서 그때 시작한 언어가 영어.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다행히 여행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회화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딱 그만큼이다. 한계다.
그런데...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다가 든 또 다른 목표.
제3 외국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여행항공편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직항이었다. 헝가리는 헝가리어를 쓴다.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가기 위해서는 슬로베니아를 지나야 한다.
슬로베니아는 슬로베니아어를 쓴다.
슬로베니아를 지나, 크로아티아에 도착하니 크로아티아어를 쓴다.
이런 쉣!
유독 암호같이 생긴 문자들이다. 이슬람국가들이 쓰는 지렁이처럼 생긴 그림 같은 글자에 견줄 만큼 독특하다. 그나마 서유럽 쪽 언어들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덕분에 문자를 보면 영어를 기반으로 유추되는 게 있다. 이곳 발칸지역은 제로다.
러시아어에서 유래한 언어인가? 했는데, 지식검색을 해보니, 모두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고유한 지역언어로 희귀 언어라는 답변을 들었다.
여하튼, 모든 문자가 그림 같다. 독특하다.
헝가리어, 슬로베니아어, 크로아티아어 하나도 모르지만, 영어로 소통했다. 물론 나도 영어가 짧고, 그들도 짧으니 대화가 길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딱 그 정도...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모녀를 만났다. K 드라마 팬이라며, 한국말로 인사해 주시는데 정말 반가웠다. 고마운 마음에 슬로베니아어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음성지원이 안 되는 번역기라니...결국 영어로 몇 마디 더 나누다 헤어졌다.
여행팀 중에 막내사위라 불리던 분이 계셨는데, 영어를 잘하셨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했다. 풋. 크로아티아 여행 중에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치지 않은 행운을 누렸는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그들을 만났다. 갑자기 막내사위가 그분들 옆을 얼쩡거리신다. 뭐지? 사진을 찍어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중국어로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하신다. 뭐야~ 중국어 한번 써 보시려고, 배회하시던 거야? 막내사위분멋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