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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Oct 21. 2023

여행이야기 5. 언어

# 영어 그리고 제3외국어

로마에 갔을 때였다. 호텔에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간 순간, 피부로 깨달았다. 인종의 다양성에 대해.

영어는 그나마 대충 알아듣기라도 하니 다행인데, 이쪽에서는 독일어, 저쪽에서는 프랑스어, 러시아어 그 외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언어가 들려온다.


이건, 소음이다. 그리고 두려움이다.


그랬다. 그게 나의 첫 지구촌 경험이었다.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막기 위해 언어를 분화시켰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말 생경하고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후, 난 언어를 선택해야만 했다. 앞으로 여행을 다닐 테고, 국제통용어 하나는 해야겠다. 그래서 그때 시작한 언어가 영어.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다행히 여행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회화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딱 그만큼이다. 한계다.


그런데...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다가 든 또 다른 목표.

제3 외국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여행 항공편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직항이었다. 헝가리는 헝가리어를 쓴다.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가기 위해서는 슬로베니아를 지나야 한다.

슬로베니아는 슬로베니아어를 쓴다.

슬로베니아를 지나, 크로아티아에 도착하니 크로아티아어를 쓴다.

이런 !


유독 암호같이 생긴 문자들이다. 이슬람국가들이 쓰는 지렁이처럼 생긴 그림 같은 글자에 견줄 만큼 독특하다. 그나마 서유럽 쪽 언어들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덕분에 문자를 보면 영어를 기반으로 유추되는 게 있다. 이곳 발칸지역은 제로다.


러시아어에서 유래한 언어인가? 했는데, 지식검색을 해보니, 모두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고유한 지역언어로 희귀 언어라는 답변을 들었다.

여하튼, 모든 문자가 그림 같다. 독특하다.


헝가리어, 슬로베니아어, 크로아티아어 하나도 모르지만, 영어로 소통했다. 물론 나도 영어가 짧고, 그들도 짧으니 대화가 길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딱 그 정도...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모녀를 만났다. K 드라마 팬이라며, 한국말로 인사해 주시는데 정말 반가웠다. 고마운 마음에 슬로베니아어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음성지원이 안 되는 번역기라니... 결국 영어로 몇 마디 더 나누다 헤어졌다.


여행팀 중에 막내사위라 불리던 분이 계셨는데, 영어를 잘하셨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했다. 풋.  크로아티아 여행 중에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치지 않은 행운을 누렸는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그들을 만났다. 갑자기 막내사위가 그분들 옆을 얼쩡거리신다. 뭐지? 사진을 찍어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중국어로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하신다. 뭐야~ 중국어 한번 써 보시려고, 배회하시던 거야? 막내사위분 멋져. ㅋㅋ


정말 제3외국어를 배우고 싶다.

솔직히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의 언어를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

너무 멋진 일 같다.


언젠가 남미를 꼭 가보고 싶으니,

스페인어를 배워볼까?

중부유럽을 아우르는 독일어를 배워볼까?

그래도 어순이 같아 만만한 일본어를 배워볼까?

프랑스어는 너무 어려워 후보에도 없다.

(고교시절 제2외국어 불어 배웠음. ㅋㅋ)

에잇! 모르겠다.


여러 언어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어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한 나라의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그것들을 훔쳐보고 싶다.


기술사 시험을 보면 떨어질 수 있지만,
보지 않으면 될 수 없다.


는 말이 있다.


배우는 게 쉽지 않기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시작하려고 한다.


언어를 배우면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지만,

배우지 않으면 한마디도 할 수 없을 테니.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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