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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Oct 20. 2024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 나이 듦이 아닌 늙음

그렇다면 ‘나는 늙기 마련이고,
늙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자주 성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젊음에 취해 있는 존재들이 있다.
그 젊음에 대한 취함 때문에,
그들은 몸으로, 말로,
그리고 마음으로 나쁜 행위를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자주 반성할 때,
그 젊음에 대한 취함은 완전히 버려지거나 약해질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 중에서-


아침. 나만의 수행시간에 읽은 문구다. 이 문구가 나를 한참 사로잡았다.


왜냐하면...


매일매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의 여러 사건이 겹쳐 혼을 쏙 빼놓는 순간이. 그 와중에 쪼그라드는 마음을 본다. 여유가 없다. 마음 한구석에 빈자리가 없이 빼곡히 무언가 들어차 있다.


그런 나 자신에 연민이 들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요즘이었다. 명상도 대충 넘기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던 나.


"너무 그렇게(힘들게) 살지 말아요~"라는 충고와


"가끔 하늘도 올려다보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라는 가수 최유리의 편안한 조언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왜 이렇게 살지? 하던 순간.


어머니를 뵈러 친정에 내려간 어제 아침. 저 문구를 만났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어쩌면 부모님의 늦둥이로 태어나 젊음을 향유할 새 없이, 어머니의 노년을 지켜봤던 나는... 아마도 늘 늙음에 휘어잡혀 살았는지 모르겠다. 늙고 아프고 병들기 전에 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던 것들을 빨리빨리 해 치워야 했다. 그래서 돈의 가성비보다 시간의 가성비에 중점을 두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인간이라면 누구도 늙음과 병듦과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수천 년을 살 것처럼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도 본다. 삶은 각자의 몫이고, 비난할 자격은 없다. 단지,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그들의 행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뿐이다.


그러하기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2천 년도 전에, 늙음을 성찰하라고.


그런데 지금의 내 삶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한다. 시간의 가성비는 참으로 인간미 없는 문구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넘쳐나는 시간을 버리거나 때운다는 표현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순간을 버리고 무언가로 때워버린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자신의 삶이니까.


지치고 뻐근한 어깨와 안갯속을 헤매던 방황의 순간들이었던 요즘. 이유를 깨닫고 나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잠시 멈춰 나를 봐주어야겠다.

 

그리고 다독여야겠다.



두려워하지 마. 늙음을. 괜찮아.

조급해하지 마. 그냥 가 보는 거야.

지금 행복해야 해. 멀리 보지 마.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어머니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최유리의 숲을 들으며 눈물이 났다. 그건 아직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너의 숲이 되어주고, 길을 내어주고, 나를 베어도 된다는 가사들이 어머니와 엄마가 된 딸을 너무도 닮아 심금을 울린 게 아닐지.


자신만의 속도로 꾸역꾸역 걸어가길.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가자.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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