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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Jan 07. 2022

술 안주로 겨울 제철음식

겨울별미 찾아다니는 재미 쏠쏠하지

고백하건데, 나는 생굴 킬러다. 노로바이러스 무서워서 굴을 못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은, 나는 노로바이러스를 조금은 염려하면서도 여전히 생굴의 감칠맛을 놓질 못한다. 비릿한 향과 밀려드는 바다향, 그리고 입 안에 넣었을 때 풍미는 어느 해산물도 쉽게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싫은 겨울을, 기다리는 얼마 안되는 이유 중 하나다. 매생이 굴국밥, 굴전, 굴튀김, 굴보쌈... 굴로 먹을 게 도대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안그래도 조만간 통영에 가서 위장을 제철 굴로 꽉꽉 채우고 올 참이다.

굴보쌈 ⓒ 박준돌 기자


겨울하면 생각나는 제철 음식은 굴만 있는 건 아니다. 겨울에는 대하, 명태, 광어, 과메기 등 다양한 해산물이 난다. 특히 대방어 때문에 겨울을 손 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거다. 여름에 방어는 먹을 게 못 된다. 오죽하면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신 겨울에 살 찌운 대방어는 기름기가 가득해서 고소함이 끝내 준다. 방어의 고소함과 참맛을 느끼려면 이러저러 적당한 방어가 아닌 대방어를 먹어야 한다. 

대방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쪽에는 바다회사랑이라는 유명한 대방어집이 있다. 남들은 줄 서서 먹는다기에 갔다온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줄은 한참 섰지만 기름기 많은 두툼한 방어를 썰어 주더라. 실내에서 먹기엔 너무나 많이 기다려야 하고, 포장해서 먹는 게 좋다. 바다회사랑 외에도 이름난 방어 맛집들이 꽤 된다. 아무래도 해산물에는 소주나 깔끔한 약주가 잘 어울린다. 기름진 생선에는 제주 맑은 오메기술을 마셔도 궁합이 좋다. 산미가 있어서 회와 잘 맞다.


노릇노릇 군밤

겨울철 제철음식 하면 군고구마, 군밤도 빼놓을 수 없다. 약간 탄듯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특히 김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에 묵은지를 척 올려서 한 입에 넣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론 묵은지도 좋지만, 김치를 살짝 볶아서 참기름 한 두방울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아니면 씻은 김치에다가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해도 고소하고 맛있다. 여기엔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탄수화물+탄수화물이라서 아마 다이어트엔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천상의 맛에 알 게 뭐람.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두는 게 좋다.

얼마 전에 군밤도 벌크로 사서 구워 먹었다. 칼집을 내도 에어프라이기에만 돌리면 폭죽처럼 터진다. 늘 밤의 잔해들을 치워야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면서도 밤을 굴려 먹는다. 칼집밤을 사면 편하지만, 그것도 역시 펑펑 터진다. 에어프라이기에는 앞 뒤로 180도 15분씩 굽는 게 제일 좋다. 후라이팬에 구워도 별미다. 밤을 굽기 전엔 소금물에 담갔다가 구우면 더 좋다고 한다. 다음엔 그 방법을 써봐야 겠다.

과메기

대방어, 굴만큼이나 겨울하면 생각나는 제철음식은 과메기다. 경상도 지역, 동해안, 그중에서도 포항이 유명하다. 청어나 꽁치를 냉동, 해동하는 걸 반복해서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건데 의외로 호불호가 강하다고 한다. 동해안에서 한 선비가 과거 보러 가던 길에 배가 고파서 청어가 말려져 있는 걸 먹었는데 맛이 좋아서 먹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또 뱃사람들이 배 지붕에 청어를 던져놨다가 저절로 과메기가 되어서 먹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과메기는 그냥 먹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김, 마늘 등과 적절히 싸먹는다. 아무래도 기름지다보니 역시 소주랑 잘 어울린다.

제철음식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니 어느새 군침이 돈다. 제철음식을 먹으면 환경에도 도움 된다. 불필요하게 철이 어긋나는 식재료를 먹는 것보다 탄소발자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도 덜 쓰고, 에너지도 덜 낭비한다. 게다가 제철을 맞이한 식재료는 딱 그만치 맛이 좋다. 계절을 이겨내기 어렵다면, 오늘따라 유난히 우울하다면 제철음식을 한 번 찾아보자. 혹독한 겨울에 은근한 재미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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