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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Jun 13. 2023

홀로 서기의 미학

그 첫걸음의 설렘

인생을 살면서 가장 처음 배우는 것. 혼자 일어나 걷기.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넘어지기를 반복하다 겨우 홀로 서기를 시작하는 나이는 각자 다르겠죠. 그 당시의 넘어짐이 일상이었던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엄마에게 '사건'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넘어져 다친 아이는 나중에 잊어버릴 사소한 일들이 어른들에게는 하나하나가 걱정할만한 일이었나 봅니다.



1년.. 2년이 지나 혼자 설 수 있게 되었을 때, 키가 자라나 어른이 되어가는 '높이'를 실감하게 되었을 때, 대부분이 겪는 '보통'의 성장이 나름 뿌듯하게 느껴지곤 했었죠. 하늘 가득한 별과 가까워진 기분, 혹은 좀 더 높은 시야로 바닥을 내려보는 우월감. 1미터가 조금 넘는 꼬마의 눈높이가 얼마나 높을까 싶냐마는, 아홉 살짜리가 가진 나름의 세계관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같은 감정, 그 맥락, 혹은 좀 더 나아질 거라 믿는 바람의 종류였던 것 같아요.


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풀린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을 때, 혼자 버스를 타는 법을 배웠을 때와 같은 순간이 아닐까.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순간의 '처음'은 너무나 특별했고, 과장해서 말하면 어릴 때 바라던 '어른'에 가까워지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도 '홀로 서기'라는 목표는 모양은 다를지라도 지금도 똑같이 가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모습. 대학생이 되고,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느리게도 빠르게도 지나가는 시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그 안에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발버둥'이 지금의 홀로 서기는 아닐까.

 

어렸을 적에는 무언가 도전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해봐야겠다'라는 생각만 맴돌 뿐, 행동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겨우 누군가에게 '보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가 아닐까. 그런 실력이 탄로가 날까 싶어서인지 애초에 시작을 하려고 맘먹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 인생의 무게를 덜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네요. 언덕을 넘어서면 또 다른 언덕을 만나는 기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는 동안 보이는 경치, 내 눈높이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마냥 설레던 어릴 적 홀로서기의 황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빛이 바래진 듯, 세상을 알아갈수록 두려움이 커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문제의 답은 어른이 돼서 알아갈 것이라 믿었는데. 날이 갈수록 풀어야 할 문제는 늘어만 가니, 머릿속에 정답이 척척 떠오르는 마법은 내 인생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나이 맨 앞자리에 3이라는 숫자가 붙고 나서야 드는 생각은, 삶의 시간이 누구나에게 공평하다는 것. 그렇지만 누구의 인생이든 그 모양과 속도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홀로 서기 이후 첫 한 걸음.
그 설렘은 누구나에게 특별해


여전히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겪는 첫 시작이 있습니다. 대학교 입학식.. 아르바이트의 첫 월급.. 그리고 취업 후의 입사일까지. 앞서간 다른 이들이 지나간 자취일 뿐이라도 사회에 발을 내딛는 내 첫걸음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한 걸음을 해내기까지의 쏟은 시간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치열하게 고민했던 인생에서 올바른 길만을 찾아 걸어오진 못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은 지름길이 되기도, 소중한 인연을 만난 쉼터가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인생에서 선택한 내 답이 당장 틀린 답일 수 있지만 훗날 최선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홀로 걷고 있는 인생에서 당신이 택한 길, 그 걸음이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고 꾸준히 내딛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길. 여러 번의 '홀로 서기'를 이뤄낸 후 눈높이는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출발선에서 꽤 멀리 떨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내 인생에서 지금의 난 여전히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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