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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Oct 17. 2022

너와 내가 만족할 만한 보고서

독자가 기대하는 보고서의 3요소

회사원으로서 우리는 글을 수도 없이 쓸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이제는 작가들만 돈 받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우리도 월급이라는 돈을 받으면서 보고서를 쓰고 있죠.


만약 팀장님한테 올릴 보고서가 있다고 하죠. 그러면 글의 주제가 있고 그것에 대한 결론, 즉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예산과 조직 개편에 대한 보고를 한다고 가정해 보면 독자는 팀장님이고 당신은 기획 실무 담당자입니다.




상황: 회사 예산 및 조직 개편(안) 보고

- 독자: 팀장

- 보고자: 기획 실무자(나)



상당히 익숙한 상황일 수 있죠. 일단은 여러분이 업무에 대해 보고를 받는 팀장이라 생각할 때 기대할만한 보고서의 인상은 어떤 것인가요? 일단 제가 한 번 생각해본 내용을 아래에 적어보았습니다.



1. 복잡하지 않은, 장황하지 않은 보고서(짧은 호흡의 문장 구조)


Before) 수정 전

작년 정부 조직의 개편에 따라 우리 공공 기관의 조직 구조가 변화한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는 회사의 예산 현황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파악하였으므로, 이를 반영한 올해 사업 및 채용계획의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붙임] 문서를 통해 구체화된 계획을 보고하고자 함.


 After) 수정 후

'21년 정부 조직의 개편에 따른 우리 기관 조직도 재설계 및 예산 조정 사실을 파악 → 이를 반영한 사업 및 채용 계획의 개편이 필요. 구체 계획은 [붙임] 참조



보고서를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쓸데없는 단어와 조사의 반복이죠. '모든' 이야기를 한 호흡에 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보고서의 여백을 남기지 않는 것, 길게 쓰는 것도 중요하나, 보고하는 내용 요소를 구분하고 축약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할 듯합니다.



2. 일목요연한 보고서(기호와 숫자 통계 등 적극 활용)


Before) 수정 전

- 작년과 비교하여 예산 200원 하락 및 인건비 300원 증가에 따라 계획 대비 채용인원 3명 감소한 21명 확정


After) 수정 후

- '21년 대비 예산 하락(200원▼) 및 인건비 상승(300원▲) → 올해 채용인원 21명으로 확정(3명▼)



글을 빠르게 파악하게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숫자와 기호 활용입니다. 실제로 글을 읽는 입장에서는 숫자, 기호가 많이 섞여 있을수록 내용 파악이 쉽습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표로 작성해보는 게 일목요연하게 보고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죠.



3. 주장과 근거의 구조를 명확한 보고서


Before) 수정 전

- 작년 정부조직의 개편에 따라 조직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회사의 예산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파악함

- 작년 대비 인건비 300원이 증가한 통계를 파악함. 통계와 관련하여 주요한 원인과 현상은 파악 중. 이에 따라 계획 대비 채용인원 3명 감소한 21명 확정


After) 수정 후

- ①원인: ' 21년 대비 예산 200원 하락 및 인건비 300원 증가 → ②결과: 계획 대비 채용인원 3명 감소한 21명으로 확정



여러분의 보고서는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보다 더 오래 근무했고, 훨씬 더 많은 보고서를 써 본 사람들이죠. 그분들은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중의 자잘한 부분들은 다 알고 있거나 꿰뚫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굳이 중언부언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극히 일부의 한심한 상사를 제외하고요.)


상사에게 지적받는 글이 정말 못 쓰고 폭망인 글이라 할지라도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썼을 거예요. 상사에게 보고하는 문서를 대충 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누구나 열심히 씁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이 열심을 나름대로 하지만 상사는 이런 스타일을 별로 원하지 않는 거죠.



세상에 모두가 다 영혼을 끌어서 쓴 글 중에 허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름대로 열심히 나만 만족한 글이 아니라 독자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쓰기의 기준, 정석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것은 한 번에 배우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죠. 이 글을 읽는 시간 또한 그런 부분의 하나일 거고요.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었던 2~3분의 시간 동안 여러분의 글이 오늘보다 내일 0.1%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조금이나마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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