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꼬마 Mar 03. 2023

보통이라는 오늘, 그 기적

세잎클로버의 '행복'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 여전히 지루할 수도 있는 하루 속. 매일 같이 지나치던 길가에 놓인 잔디와 꽃에 시선이 머물 때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멈춘 시선에 걸린 세잎클로버에서 오늘이라는 일상에 안심하고 왠지 모르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 함부로 들어가 밟을까 싶어 잠깐이나마 감상하고 지나가는 이유는 마치 오늘 하루의 행운이 세잎클로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네요.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하죠. 흔하디 흔한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 하나의 '행운'을 찾기 위해 수 많은 '행복'을 밟았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일상이라는, 보통의 행복 속에서 행운만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일상과 이상의 균열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 비, 눈이 오는 날에 투덜거릴 때가 있었습니다. 날이 춥거나 더울 때 등등..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맑은 날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걸음이 닿고 있는 모든 곳, 시선이 닿는 모든 경치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도 결국은 이런 예상할 수 없는 날씨 덕분이었네요. 매번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결국 사막이 되고 말 테니까요.


아직도 안에 담가 두었던 '이상'이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1달에 1권의 책을 완독 하자고 다짐했던 때, 빠짐없이 일기를 챙겨 쓰겠다고 했던 순간, '미라클 모닝'을 목표로 하고 조금 일찍 잠들던 어느 날 밤. 조금 이른 감상과 함께 책을 덮거나 바빴던 하루를 변명으로 일기 쓰는 시간을 내일로 미뤘던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아쉬움도 많고, 실망도 많을 때가 있습니다. 자괴감에 빠져 밀려드는 크고 작은 고통에 이불속에 하루종일 쉬고 싶은 날도 있죠. 오늘이라는 일상을 살아내는 지금. 나는 '보통'의 소중함을 아는 순간이 있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얻지 못한 실망보다 세잎클로버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네잎클로버의 행운으로 태어난 것도 잠시, 누군가에게 뽑혀나가는 비극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세잎클로버로서 한 잎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않길. 편안히 햇볕에 쏘이게 놓을 수 있다면 광합성으로 더욱 빛날 수 있을 날이 있을 겁니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가장 판매율이 좋았던 사람은 말을 더듬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고 고객들에게 말을 했으며,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고 하네요. 자신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어서, 고객은 그 사람의 말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늘에 떠오른 별만을 바라보곤 할 때, 때때로 발아래 놓인 들꽃의 아름다움을 지나치진 않았을까 고민해 봤으면.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분명 그 감정은 무분별하게 지나치는 일상 중에 있겠죠. 인생에서 이뤄내는 성공이 '돈'일 수도, '결혼'일 수도, 혹은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일 수도 있을 거예요. 너무 성공만 기대하고 서두르는 날이 계속되지 않기를. 그런 성공의 순간마저 우리가 살아내는 어딘가의 일상에 있을 텐데.


일상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이 모든 순간의, 보통의 기적


보통의 일상에서 느끼는 은근한 온기에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위로받는 순간이 있길 바랍니다. 아픔 없이 오늘 하루를 웃어넘길 수 있는 이 보통의 기적.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인생에서 겪는 아픔에 술에 취해 위로받았다면 그것도 좋겠죠. 술에 취해 비틀댔던 하루에도 당신은 분명 어딘가로 한걸음은 내디뎠을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피아노의 철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