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달변가를 꿈꾸는 나에게
존중받고 사랑받기 위한 욕심은 넘치지만 누군가에게 다가가 마음을 전하는 일에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도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면 국어 성적으로 전체 평균이 '와르르' 떨어지는 것은 일상이었는데.
미숙아로 태어나 성장통을 앓는 기분일지도.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달변의 방법이나 기준을 알지 못하니까 쉽진 않다고 생각해 버리니 진작에 말하는 기술을 배우는 건 포기했죠. 포기를 당했다는 게 맞는 걸까.
무턱대고 말하기도 어렵고.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내가 말한 한마디에 혹여 기분이 상해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걸 익숙하고 더 편하게 느낀 거겠죠.
마당발처럼 넓은 인맥을 가질 수 없으니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하자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느릴 수 있고 어렵겠지만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을 가꾸어가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어요. 나와 함께하는 인연이라는 '지금'이자 이 순간이 계속 피어날 수 있도록. 다음 계절에도 이 만남이라는 인생의 명장면이 이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