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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Sep 25. 2024

보름달

엄마


엄마는 트럭 짐칸에 실려 다니며 뽕나무 접붙이기를 했다


구멍 숭숭 뚫린 포장을 들추면 푸르뎅뎅해진 얼굴들이 

쥐가 난 다리들을 입김으로 하얗게 주물렀다 

엄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뛰어내리는 쥐처럼

풍덩풍덩 잘도 뒤뚱거렸다

알루미늄 도시락이 달그락거리고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 소리가 보자기를 풀었다


까만 하늘아래 

드디어, 사정없이 찢겨지는 보름달 빵,

누런 콧물과 함께 가뭇없는 아쉬운 빵,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앓는 빵,

엄마는 달콤한, 배고픈 빵이었다


엄마들이 빠져나온 포장은 늙은 개처럼 납작 엎드려

하루를 되새김질 하고

트럭은 붕붕거리며 엄마의 젊음을 되돌아나갔다     


보름달 빵이 붕어빵이 되고 떡샌드위치호두과자빵주스 

모든 내 몫이 너의 일용할 양식이 된

순간부터 

나도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엄마, 

영원히 닳아지지 않는 빵으로 

차츰 둥글게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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