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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

짧은 소리

by 정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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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밭에 꽃이 피었다


그 밭에서는 꽃이 피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돌투성이 밭은 오랫동안 무언가를 품지 않았고

무엇을 키운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구름 속에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석양빛,

그 빛이 하늘을 물들일 때

가난한 사람의 가난은 바다 한 가운데에 홀로 선

섬처럼

높고 의연한 푸른 잎사귀로 빛나고

외딴 섬 귀퉁이에서 자라난 당신의 마늘밭에 싹이 돋았다

연둣빛 싹이 허리를 들썩거리고

찬 서리와 마주할 때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빠트린 나


남몰래 울고 웃었고, 때론 가슴을 치고 몸서리쳤다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내 마음 밭을 건너

당신은 싹트고 꽃펴서

드디어, 기어코

진한 향 마늘꽃 가난한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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