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에 대해서"
얼마 전 회사 내부 게시판과 언론 기사에서 동시에 ‘희망퇴직’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마치 오래된 건물 벽 틈새로 스며드는 찬바람처럼, 그 단어는 저와 제 주변 동료들의 마음을 서서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대상은 만 50세 이상, 그리고 저성과자.” 그 기준을 접했을 때, 아직은 직접 해당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나 역시 그 자리에 설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불안감도 가지게 됩니다.
특히 같은 조직에서 오래 함께해 온 한 선배님이 이번 주 HR을 방문해 사직 의사를 밝히고, 다음 달 19일 자로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 위기감은 더욱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평소에도 성실하고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다하던 분이었기에, “과연 나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후, 같은 조직의 지인 한 분이 제게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너희 팀에도 희망퇴직 나가는 분 있니?”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저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불안이 공유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희망퇴직 안 한다’라는 단순한 의사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방향성과 경영 방침이 몰아붙이듯 진행된다면, 개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저는 조직 내 지인분께는 "그것을 업무 진입장벽을 높이고, 꾸준한 자기 계발로 역량을 다지며, 동시에 외부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업무하면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죠. 다만 지금의 위기를 계기로 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한 자각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희망퇴직 이란?
희망퇴직이라는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선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의해 제시하는 일종의 출구 전략입니다. 고용 안정의 장치라기보다는 조직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수단.. 자구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희망퇴직은 단순히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인생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공포로 다가오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저는 ‘희망퇴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우리 삶의 태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제 인생 역시 수많은 선택과 변화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 과거의 나는 회사 입사 초기, 무엇이든 배우고 흡수하려는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가전 SW개발에서 시작해 UX기획, 기술기획으로 넘어오며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 현재의 나는 어느새 시니어급 직장인이 되어, 특정 업종에 대한 익숙함과 동시에 새로운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업무를 담당하며 회사의 흐름과 미래 전략을 고민하지만, 문득 “나라는 사람이 이 자리를 떠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 미래의 나는 분명 "지금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습니다. 퇴직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내가 두려움만 안고 있을지, 아니면 스스로 준비된 사람으로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오롯이 현재의 나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해 보면, 결국 지금의 내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할 수 있죠.
희망퇴직을 맞닥뜨리기 전 준비해야 할 마인드셋은?
미래의 나 관점으로 적어봅니다. 물론 회사에서 경험/이력등 반영하고요. 희망퇴직은 결국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 마인드셋: 불확실성을 두려움으로만 보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여기서 밀려나면 끝이다’라는 생각 대신, ‘나는 여기서 나가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설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 업무 장벽 높이기: 지금 맡은 업무에서만큼은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전문성을 쌓아야 합니다. 그것이 조직 내 입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외부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 꾸준한 자기 계발: 새로운 기술, 언어, 산업 트렌드에 대해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학습은 단기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 속 루틴이 되어야 합니다.
• 외부 모니터링: 회사 밖의 기회와 시장 상황을 늘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직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자기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저는 HR사이트에 이력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좋은 기회를 받으면 try도 해보곤 합니다.(결국 현재 회사의 익숙함으로 과감한 결단은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회사외부환경을 직시할 수 있게 되어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유비무환, 준비된 나로 살아가기
중국 고사성어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회사에서의 희망퇴직은 단순히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준비하지 않았다면 위기로만 다가올 수 있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된 사람에게는 오히려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렇게 다짐해 봅니다.
-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떠난다 해도,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그러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자.
그것이 결국 희망퇴직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배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제가 희망퇴직 현실에 부딪치고, 이 글을 봤을 때 "나는 문제없어!"라는 말이 나올 수 이도록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