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광풍 속에서 사는 40대 조직인들의 이야기
우리는 세대 갈라치기에 당한 피해자인가요? 왜 다들 MZ만 바라보죠?
얼마 전에 회사 복리후생 제도 변경 설명회가 있어서 참가했다가 너무나도 열받는 나머지 '멘붕' 직전 상태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고 사무실에 들어와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는 40대 어느 직장인의 얘기이다. 이 분은 다자녀의 엄마인데, 첫째가 중학생, 둘째가 예비 중학생, 막내가 초등학생이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슈퍼맘'이다. 슈퍼맘이라는 표현을 본인은 별로 안 좋아하긴 하는데, 남편분과 사별하고 세명의 자녀를 키우는 터라, 필자 같은 평범한 직딩이 보기엔 '슈퍼맘'이 맞다. 필자도 이 분 life story가 나오면 '엄지 척' 또는 페이스북 '좋아요'한 표를 누르고 싶은 분이긴 한데, 왜 이리 화가 나셨을까 하고 들어봤더니, 문제의 발단은 이번에 개편된 복리후생 제도 때문이란다. 그분의 회사가 이번에 개편한 복리후생 제도 안에 '학자금'이 있었던 것이다. 요약하면, 최근 늘어나는 비혼자와 더불어, MZ세대 구성원들의 V.O.E(Voice of Employee)를 들어보았더니, 압도적인 불합리적 제도로 학자금 지원이 있었단다. 불합리한 사유는 본인들이 학자금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지금 당장 아이를 가져도 향후 수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 본인들은 혜택의 대상이 안된다며 '학자금'제도를 없애든지, 지원 대상액을 대폭 축소하고, 나이가 많든 적든, 회사를 오래 다녔든 짧게 다녔든지 간에 '형평성'있게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단다. 필자는 속으로 '설마 학자금 얘기인 건가...?'라고 추측을 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내 추측이 맞아서 '하.. 이거 역린을 건드린 거 아닐까' 싶었다. 다행히 학자금 제도 전체를 없앤 것은 아니었는데, 지금 받는 지원금의 50% 이상이 날아갈 판이었고, 더군다나 둘 째는 공부를 잘해서, 특수목적 중학교에 들어갈 예정이라 금액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될 예정이란다. 이 분은 '회사 이 OO들, MZ 이 OO들'이라며 과격한 표현을 거침없이 하셔서, 괜히 진정시키겠다며 섣불리 덤벼 들었다가 오히려 욕먹을 것 같아, '아이고 이런..'이라는 별 공감이 안 되는 말만 계속했었더랬다.
최근 기업들은 주요 채용 Target인 MZ들을 잡기 위해서, 채용 시에는 '매력적인 복리후생 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과감한 제도 혁신'이 있는 회사임을 널리 알려 조금이라도 채용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이미 잡아 놓은 물고기라는 표현이 요즘 무색하니, 회사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수시로 Survey를 하며 구성원들의 Needs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듯하다.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행동들이며, 회사가 구성원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그 들의 Pain Point를 해결해 주려고 하는 점은 상당히 환영할 일이다. 정기 Survey 뿐만 아니라, Pulse Survey, OHS(Organization Health Survey)등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은 결국 조직이 조직원으로서의 개인에게 좀 더 다가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복리후생은 한자로는 福利厚生; 기업 또는 조직이 그 '모든' 종업원과 가족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근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임금 이외에 마련하는 여러 복지 형태, 한국어대사전 발췌. 영어로는 Benefits Package; the additional perks and benefits a company provides to its employees in addition to the employee's base wage or salary depending on the desires of the employees and the capabilities of the organization, Google 발췌. 라고 하는데, 숨은 의미까지 확대해 보면 복리후생 제도의 대원칙 중 하나는 형평성이다. 즉,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혜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이 모든 구성원들을 세대별, 연령별로 나누어 보면, '슈퍼맘'의 사례는 복리후생 제도 설계의 기본 원칙인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MZ의 의견에만 너무 귀 기울인 나머지, 본인에게 가장 혜택이 큰 학자금 혜택은 축소하고, 본인과는 상관없는 젊은 MZ세대들에게 집중된 타 제도들의 신설 및 확장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 조직의 입장은 어떨까. 모든 금전적 복리후생 제도는 비용(Cost)으로 귀속이 된다. 여기서는 비금전적 제도는 논외로 하자. 즉, 비용의 관점에서 본 다면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 복리후생 제도에 투입 가능한 재원이 무한정이 아니므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조직 상황(나이, 성별 등 인적 구성 특성 포함)에 맞는 최적의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다. 일반 기업으로 한정하자면, 채용 매력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채용 Target인 MZ세대들이 한마디로 '혹'할 수 있는 매력적인 복리후생 제도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MZ향 복리후생 제도를 만드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좀 전에도 얘기한 것처럼, 피자 파이 나누는 형태로밖에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큰 피자 조각을 가져가면, 다른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작은 피자 조각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피자 크기를 늘리지 않는 한 이런 불만들은 어쩔 수 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 이도 저도 안되고 어쩌냐고? 지금 '슈퍼맘'은 근속 20년이 넘은 분이다. 이 분으로 말하자면 '우수사원상' 수상 이력도 있고, 조직에서 후배들의 role model이자 멘토로서 존경받는 터라,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 MZ들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들의 입맛에 맞는 복리후생 제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도 더 이해한다고 했다. 그런데 멘붕 사태까지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일방적인 통보식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V.O.E는 모든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결국 MZ세대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중차대한 제도 변경 전 본인과 비숫한 위치, 세대에 있는 분들과 사전 공개 토론이라든지, 어떤 형태로든 사전 논의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 들은 기성세대로서, 또한 회사 또는 조직에서 중간급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고, 얼핏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라도 상호 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방법도 다 함께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요약하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공평해야 할 순간에, 가장 불공평한 일방적 통보로 끝내버린 것이 가장 화나고 실망한 점이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본인은 '낀세대'라고 표현을 하며, 조직으로부터는 무조건적인 이해심을 요구받고, MZ세대로부터는 '눈치 없는' 세대로 오해받는 현 구도가 너무 짜증이 난다고 했다.
조직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한 방향으로 소통해서는 안된다. 점점 복합적인 구조로 변해가고 있고, 조직의 목소리보다는 개인의 목소리가 더 커져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말로만 소통이 중요하네, 우리의 핵심가치는 소통이네 하며 떠들어 봐야, 이런 갈등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조직이면 아무리 Survey를 돌려봐야 제자리 걷기밖에 더 하겠는가. 조직 구성원들이 결국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Pain Point를 갖고 있는지, 좀 더 포괄적인 시각을 가지고 우리 직원들에게 접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