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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복이
Feb 15. 2023
9.7%의 초로기 치매환자는 어디에 있는가?(1)
엄마와 치매안심학교
엄마는
올해 1월부터 기억키움학교에서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수업을 들으신
다.
구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기억키움학교는 경증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1년간 인지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요양
등급이 없어도 가능하
다
)
7~8명의 학생(어르신)과 담당 작업치료사 선생님으로 반이 이루어져 있는데
오전반 오후반이
나눠져 있으며, 치매
안심센터에서 자체적인 검사 후(어르신 검사, 보호자 면담) 어르신의 신체능력과 인지 능력을 종합해 반을 배정한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
)
보통 1교시는 필사 및 패드를 이용한 틀린 그림 찾기, 2교시는 신체활동이 주를 이루며
2주에 한 번씩은 원예수업을 한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원예수업, 조화 안에 방향제를 채웠다.
엄마는 센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가장 막내다.
동생이 어머니를 데리고 치매안심센터로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던 날
담당 선생님께서는 젊은 나이의 엄마가 어르신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해 주셨다.
그럴 만도 한 게
센터에서도 50대 치매환자는
처음이라 하셨다.
예상은 했지만서도 '
구에서 운영하는 치매 경증 프로그램에 50대가 우리 엄마 혼자라니... 설마 우리 구에서 초로기 치매환자는 울 엄마 하나뿐인 것인가?...'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햇살같이 밝은
성격을 가진 엄마였지만, 자신보다 최소 10살 이상인 어르신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욕심으로 엄마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낳았다
그렇다고 그냥 집에 있을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매일 주민센터에서 하는 1시간가량의 에어로빅수업은 엄마의 심심함과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했기
에
어디라도 꾸준히 갈 수 있는 활동을 늘려줘야 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
살면서
수업하나 듣는 것 가지고 이렇게 고민할 줄은 몰랐다.
동생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어떻게 해야 엄마가 덜 상처받을까?
선생님은 좋으신 분 같은데
엄마가 싫다곤 안 했으니까 일단 보내볼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 파도 속에서도 50대 경증치매환자에 대한 정보는 일반치매환자보다 극히 적었고,
강사들의 수업후기는 찾아볼 수 있어도 50대 치매인의 치매안심
센터 수업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동생과 나의 결론은 '엄마가 수업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진 않으니, 일단 보내보자!'였다.
일단 보내보고 정 엄마가 적응을 못하면 그때 그만두게 하자!!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아버지는 "그냥 주민센터 수업을 늘리는 게 낫지 않겠어?"라며 난색을 표하셨다
아마 연장자들 사이에서 수업을 듣는 엄마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런 말을 하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아니면 '아직 나의 아내는 센터에서 수업을 찾아들을 정도로 심각하진 않아'라는 속마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
나,
어차피 나랑 동생이 센터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3월이 지나 동생이 학교에 가면 남은 기간 동안 나만 조금 수고로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빠의 의견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나의 마음
)
2월 중순이 넘어가는 지금,
엄마가 수업을 들으신 지 한 달 반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동생과 나의 선택은 꽤 좋은 선택이
었
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엄마는 한 달을 기점으로 완벽 적응을 하셨고,
현재
매일 센터 수업을 가고 싶다 할 정도로 센터에서 수업받는 걸 좋아하신다
.
"엄마 오늘수업은 뭐 했어?"
"(약간의 고민 후) 필사랑 스티커 붙이기! 내가 유치원생이 된 것 같아ㅎㅎ"
"재밌었겠네~엄마 근데 그거 어른들도 해~컬러링 북이라고 가격 쫌 있어~"
내가 보기엔 센터에서 수업받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꾸준히 갈 곳이 있다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되나 보다.
다들 겁먹지 말고 힘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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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이
일상생활 속 이야기를 일기처럼 씁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와 평안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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