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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도담이 Nov 12. 2022

캐나다 물 유목민의 슬픈 이야기(1)

물. 그 이야기의 시작

  ‘캐나다는 물에 석회가 섞여있어서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미리 전해 듣고는 캐나다에 도착한 첫날부터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같은 캐나다라도 워낙 넓어서 지역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른데, 우리가 사는 곳은 그중 심한 편이라고 들어서 그냥 먹기에는 아무래도 좀 꺼려졌었다.


  게다가, 아무거나 잘 먹고 마시는 남편, 딸과는 다르게 나와 아들은 한국에서도 유독 물 맛에 예민해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기에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필수로 생수를 구비해 두고 마셨다.  물 맛도 맛이지만, 수돗물에 다량 섞여있다는 석회가 아무래도 걸렸다.

  나중에 석회가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나쁜지 알아야 할 것 같아 찾아보니, 장기 음용하면 결석 등을 유발하고, 피부도 거칠어지고, 설사나 복통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더더욱 그냥 먹을 수는 없었다.


  물속에 석회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고 막연히 혼자 생각했던 나는 그 존재를 아주 손쉽게 ‘그냥’ 알 수 있었다. 물속의 석회량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해서 가습기에 수돗물을 부으면 다음날 진동자 위에 떠 있는 하얀 덩어리들을 확인 할 수가 있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자연 건조한 식기류 등에는 하얀색 얼룩이 남는다. 심지어, 싱크대 수전 주변에 하얗게 남은 가루들(석회)은 수세미로 긁어서는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수전에 단단히 붙은 석회 덩어리…



  아이들 말로는 학교에서 그냥 Tap water(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음….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인체 구조가 석회를 자동으로 거르도록 특별히 진화된 것이 아니라면(그럴 리가!) 정말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끓이면 날아가는 성분이었다면 그나마 좋았을 것을. 석회는 끓여도 날아가는 성분이 아니다. 한국식 정수기가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지는 캐나다 물.


  그렇지만, 알면서도 모든 물을 생수로 하기엔 너무 부담이 되었다. 그냥 마시는 물 외에도 국이나 찌개, 밥과 같은 한국 요리를 할 때에도 물을 넣어야 하는데, 그 양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했던, ‘브리타’ 정수기. 한국식 정수기를 떠올리면 정수기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일단 필터로 물을 거르는 원리는 맞으니까 정수기가 맞다. 호주에서도 사용했어서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수질이 다르니 거른 물을 식수로 먹어도 될까? 의문이 들어 맛보았지만 뭔가 물 맛이 개운치가 않아서 양치질할 때, 가습기에, 국 찌개 등의 요리할 때 쓰기로 했다. 한 번 걸렀으니 수돗물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 ‘생수’도 문제?!

  문제는, 여기 캐나다에  년쯤 살았을  생겼다. 퍼스에서부터 멀쩡히  쓰고 있던 전기주전자가 어느  대포 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다. “부구 부구 투투 ~~~~~”이런 식의 엄청난(?)-과장이 아니다-소리가 나서 ‘이거 폭발하는  아냐?!’하는 생각이  정도였다. 전압이 맞지 않아 변압기에 꽂아 쓰고 있었는데 그게 드디어 문제가 생긴 건가? 더럭 겁도 났다. 얼른 끄고 무슨 일인가 안을 들여다보니……. 스텐 바닥이 하얗다. 정말, 하얗게 되어있었다. 닦아도 쉽게 없어지지 않아서 식초 물을 붓고 끓이고, 씻었다. 그러자 소리가 신기하게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전기 포트를 쓰면서 이런 일이 없었고, 주기적으로 닦았고, 수돗물이 아닌 오로지 생수만 부어 끓였는데 도대체 원인이 뭘까 고민해 보니 바로 ‘물’이었다. 돈 주고 산 ‘생수’. 원래 사서 먹던 브랜드보다 월마트 PB물이 너무나 저렴하기에 ‘설마 돈 받고 파는’ 생수가 뭐 다르랴 싶어서 구입했던 월마트 생수에는 다량의 석회가 걸러지지 않고 섞여있었던 거다. 깨달은 순간 들던 배신감에 남은 물을 모두 화분에 부어 버렸다.


  결국, 다시 사 먹던 대기업인 네슬레 물을 쌓아두고 먹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그 이후로 나의 전기 주전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조용하게 제 할 일을 했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월마트에 갈 때마다 그 물을 보며 혼자 조소를 날려 주었다. ‘어이고 부질없다. 너도 생수냐?’ 하면서. 소심한 나만의 복수랄까?


  그렇게 나와 물과의 마찰은 일단락이 되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잊고 있던  문제는    ,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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