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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도담이 Oct 27. 2022

첫눈이 내렸다. 몰려온다. 추위가!

캐나다 시골마을에서의  ‘월동준비’


 올해는 조금 늦어진 캐나다 시골마을 포센존(Fort. St. John) 첫눈.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내린 올해의 첫눈은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보송보송한 눈이 아닌,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지만 제법 눈송이가 소담하게 내려 볼 만했다. (‘보송보송한 눈’은 영하 20도 이하가 되면 주로 내린다. 눈에도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여기 와서야 처음 알았다.^^;)

지붕 위의 눈이 나를 설레이게 한다.


  처음 이곳에 와서 마주했던 첫눈은 9월이었다.

새삼 떠올려보면 아직은 초록빛이던 잔디밭에 하얀 눈이 쌓이던 풍경이 사뭇 낯설었고, 신기했던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니었던 모습에 마구 사진을 찍었더랬다.

  그렇지만 눈과 겨울의 이 캐나다 시골 마을에서 서너 번의 겨울을 보낸 지금은 ‘눈’이란, 당연히 쌓이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으니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구나 싶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아는’, 곧 맞이하게 될 혹한의 날씨에 긴장이 되려고 한다. 아, 추위가, 몰려온다.

급히 피신한(?) 앞뜰의 제라늄들. 순식간에 잎이 얼었다.

  

  한국에서 월동준비란, 우선 어른들은 ‘김장이라던가, ‘난방등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 캐나다는 조금 다른  같다.

  우선, 김치를 먹지 않으니 당연히 김장은 없지만, 다른 의미로 각종 잼 류 같은 저장 식품을 많이 만들어 저장해 둔다. 마트마다 쌓이는 다양한 잼 만드는 용품(?) 같은 것들이 제법 이색적이다.

  또, 워낙 눈이 많은 지역이라 골(?)이 깊게 파여있는 스노타이어 교체가 법으로 정해져 있을 만큼 필수이고, 각종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일종의 넓은 삽이나 염화나트륨, 혹은 ‘snow blower’라고 불리는 눈 치우는 기계들도 미리 정비해 둔다.

  그리고, 영하 30~4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는 스키장에서나 볼 것 같은 두터운 점퍼나 방한화, 두꺼운 털모자, 장갑 등을 겨울 내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그런 준비도 이루어진다.




  타이어도 스노타이어로 교체해야 하고, 바깥에 내어 둔 식물들의 월동도 준비해야겠고, 작년보다 커버린 아이들 겨울 옷이며 신발들 점검도 해야 하는데, 이제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버린 기온이 자꾸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눈에 담기에 부족하지 않은 캐나다 시골의 설경을 가득 담아 마음을 부풀리고, 용기(?)를 내어 기지개 켜고 심기일전해야겠다.

  삶이 늘 그랬듯이, 내가 바지런히 움직여야 조금은 더 무탈하게, 조용히 흘러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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