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되었든, 우리는 한식을 포기하지 않겠다! 하. 하.
엄마, 왜 우리 아침밥을 못 먹었지?
십여 년 전, 작은아이가 만 두 살쯤 되었을 때다.
워킹맘으로, 바쁜 아침에 내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출근 준비에 두 아이 아침식사에 등원 준비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간식으로 먹던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주고 먹여서 급히 엘리베이터에 탔다.
뜬금없이 거의 만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은아이가 물었다.
“엄마, 오늘 왜 우리 아침밥을 안 먹었지?”
“먹었잖아, 시리얼!”
“그게 밥 아닌데.”
다행히(?) 지금은 아침에는 간단히 알아서들 먹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먹기’에 진심이라 아침을 먹으며 점심 메뉴를 궁금해하고 점심을 먹으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놀라운 정성을 보인다. 특별히 편식하거나 입이 짧지 않아서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더 그런 경향이 있다. 큰 아이인 아들의 경우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에 엄마인 나의 식사량을 이미 초과했으니.
이렇게 식사에 진심인 그들이라서 매번 메뉴 선정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늘 저녁에는 뭘 먹지? 한국이었다면 특별한 아이템이 없으면 살며시 핸드폰을 들고 배달 앱을 켰을 텐데. 짜장면도, 치킨도, 떡볶이도 주문할 곳 없는 여기는 캐나다 시골.
게다가 반 평생을 넘게(!) 해외에서 지낸 아이들이지만, 입맛은 토종 한국 아이들이라서 햄버거, 피자보다 김치찜, 떡볶이, 냉면을 더 사랑하고 귀하게 여긴다. (일단, 재료가 귀하니..^^;;)
덕분에 주방 담당인 나는 매일 식사메뉴가 참으로 고민이다. 각자 알아서 챙겨 먹을 아침거리, 도시락을 싸 보낼 점심거리, 온 식구가 기대하는 저녁거리를 매일같이 생각해 준비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필요한 순서일 테지만 여기서는 ‘재료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라면사리 대신 인스턴트 미고랭 면을 넣는다던지, 감자탕의 뼈 대신 등갈비를 넣어 비슷한 맛을 내고, 콩나물 대신 숙주를 넣어 요리하고 고등어나 갈치는 구하기 힘드니 연어나 대구로 메뉴를 변경한다.
물론, 이마저도 기본양념 재료인 고춧가루, 국간장 등을 차로 일곱 시간 거리의 한국 마트나 한국에서 보내오는 택배로 구비하여 가능한 일이지만.
캐나다 시골에 살게 되면서 느낀 것은 ’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이다. 다른 것들은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대체가 되지만, 먹거리만큼은 어찌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정작 한국에 있을 때는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없던 내가, 막상 외국에 와서 지내며 음식에 대한 향수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내가 스스로 만들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김치부터 양파장아찌, 묵, 감자탕, 육개장, 갈비탕… 심지어 콩나물을 길러서 먹었을 정도. (한국에서 길러 드시는 분들도 많으시다는 걸 알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내 기준이다. 나는 ‘파는 것’을 굳이 기르는 성격이 아니다. ^^;;)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캐나다에서 해주었던 한국 음식들의 ‘진짜 맛‘(!)을 알게 되어
“이게 원래 이런 음식이군.”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최소한, 재료도 구하기 힘들었던 캐나다 시골에서 이런저런 한식을 내어 놓았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욕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