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한 도담이 Aug 19. 2022

여행의 시작- “진짜 가는 거야?”

2022. 여름-캐나다 동부 여행기


우리 여행 예약, 취소가 안 되는 건가?


 예정된 휴가 나흘 전, 읊조리듯 남편에게 물었다.


“응, 안돼. 비용 다 내야 해.”


단호한 대답이 1초 만에 돌아왔다.


“……”


  살던 집의 오너가 갑자기 집을 팔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그 후 일주일 만에 집을 구해서 휴가 나흘 전에 셀프로 이사를 하게 되고, 이렇게 급히 진행된 비 전문적인(?!) 이사로 짐들이 마구 뒤섞여 집 안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는 상황. 둘러 쌓인 짐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앉아 나눈 우리의 대화였다. 아. 다시 생각해도 정말 심란하다.




  6월 초의 어느 날, 가족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올해 여름휴가는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와 퀘벡 주 맛보기’로 정해졌다. ‘힐링하며 쉬는 여행’을 사랑해서 신혼여행 조차도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우리지만, 이번만큼은 우리 가족 여행 최초로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계획했다. 길지 않은 휴가기간과, 같은 캐나다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BC주 Fort. St John과 동부와의 먼 거리를 고려하면 최대 효율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고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만약, 애초에 자유여행으로 이번 휴가를 계획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올해 휴가는 여행을 포기했을 것 같다. 정리되지 못한 이삿짐들로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집을 두고는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테다.

어쩌면, 이번 패키지여행 결정은 휴가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우리 무의식의 선견지명이었을지도.



  이번 여행의 루트를 순서대로 적어보면 이렇다.

포센존(BC. Fort. st. John)-~> (7시간 운전) 에드먼턴, 1박 —> (비행기 약 4시간) 토론토, 1박 —> 투어 가이드와 만남(토론토, 1박) —> (투어) 오타와, 몬트리올(1박) —> (투어) 퀘벡시티, 1박 —> (투어) 몬트리올, 토론토(1박) —> (투어) 나이아가라 폭포 —> 토론토, 1박 —> (비행기 약 4시간) 에드먼튼, 1박 —> (7시간 운전) 포센존.


  캐나다 ‘국내여행’ 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이동거리와 시간이다. 일단 토론토까지 도착하기 위한 순수 이동 시간만 약 11시간. 같은 여행 패키지로 토론토에서 합류하신 미국 텍사스에서 오셨던 분들은 토론토까지 비행기로 네 시간 걸리셨다하니, 웃픈 현실이다. 하긴, 시차가 세 시간이나 나는 동-서 거리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에 포센존에서 바로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고 7시간의 운전을 감수한 이유는 이렇다.

1. 어차피 직항이 없어 또 갈아타야 한다.

2. 느근해진 코로나 영향과 유류세 인상으로 비행기 티켓 가격이 너무 세다.

3. 돌아올 때 에드먼튼에서 한국마트를 들를 수 있다.

  물론, 이 원대한(!) 계획에는 갑작스런 이사 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더더구나, 여행 전 날, 이사하느라 쌓여있는 옷들을 낯선(빌트인 이므로..) 세탁기에서 빨래하고 건조해 놓기 위해 새벽 세 시 넘어 자는 것 같은 변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어쨌든 떠나기로 했다.

  전 날 밤, 먼지 쌓인 빨래를 해 두고, 정리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짐들 속에서 물건들을 발굴(?)하며 여행 짐을 꾸렸다. ‘장거리 여행이니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그렇지만 필요한 것은 다 들어가게…’라는 생각은 사치. 그냥… ‘필요한 것’과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여행가방 두 개에 마구 넣었다. (덕분에 아들의 옷을 검수 못한 불상사가 생겼다. 한여름에 ‘추울까 봐’ 기모 티셔츠를 챙기다니!!)


  여행 당일.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워 마지막 점검을 한 후, 서둘러 출발했다. 일곱 시간의 주행이 기다리니 자연히 마음이 급해지고,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하니 얼른 가서 좀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재촉해 나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배를 든든히 채우려고 버거킹에 들러 간단한 아침 메뉴를 드라이브 쓰루로 구입하는데…. 아…. 뭔가 허전하다. 다시 뒤져 보지만, 없다.


“남편…. 미안…ㅠㅠ 집에 다시 가야겠다.”

“왜?”

“핸드폰……”

마지막까지  쉽지 않다. ^^;;


 뒷좌석 승객(?)들의 야유를 들으며 차를 되돌려 다시 집으로 갔다가 출발한 한 시간쯤 달려 포센존 경계를 지나 Dawson Creek 진입했다.


문득, 나도 모르게 외친 한 마디.

“우리, 진짜, 정말, 여행 가는 거네?!”









작가의 이전글 7월! 다시, 캐나다 이사철. 그리고 우리(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