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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도담이 Aug 16. 2022

7월! 다시, 캐나다 이사철. 그리고 우리(3)

캐나다에선 캐나다 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U-Haul을 이용한 이사

  처음 캐나다로 올 때에도 여름이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짐을 보내던 날, 서너 명의 전문가 분들이 분주히 움직이시며 짐을 싸 주시며 땀을 뻘뻘 흘리시던 모습과 짐이 도착했던 날 다시 현지 한국분들이 짐을 내려주시던 모습이 감사했지만, 그것이 한국 이사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게 느꼈을 풍경이다.


        사람 일이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다.


  그 짐들을 다시 내 손으로 직접 두 번이나 옮기게 될 줄이야!


  셀프 이사.

  여기 포센존은 특히나 포장이사의 개념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캐나다는 거의 모든 집이 냉장고, 옷 장, 세탁기 같은 것들은 빌트인 시스템이라 옮길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그 외 ‘이삿짐센터’라는 개념도 희박하다. 게다가 이곳은 인구 밀도가 적다는 캐나다의, BC주에서도, 북단의 시골 도시인지라 기대할 수 있는 이사 서비스는 없다.


  물론, 이곳에서도 커다란 가구나 짐들을 위해 시간제로 트럭과 인부를 구할 수는 있지만 일단 이사 철에는 한 달 전 예약이 아니면 구하기도 힘들고, 시간당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셀프 이사를 하기로 했지만, 이런 계산은 건장한(?) 남편과 아들이 있어서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 일거다. 빌트-인 이외에도 소파, 식탁, 침대! 결코 쉽지 않은 짐들은 많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우리는 캐나다에서 이사 트럭 렌트 업체인 U-Haul이라는 곳에서 이사 전문 트럭-지붕 있는 탑차+짐을 쉽게 차에 실을 수 있는 다리(?)가 있는-을 렌트해서 이사하기로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 캐나다는 거의 셀프 이사를 하기 때문에, 이 업체는 어디서나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유명하다. 렌트는 하루 기준 기본료+이동거리로 계산되고, 우리 같이 시내 이사는 처음에 픽업한 곳에 반납하지만 장거리 이사의 경우에는 도착한 지점에서 가까운 사무실에 반납하게 된다.


  여기서 고려할 사항은, 더 큰 차를 렌트하게 되면 기본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내 이사의 경우, 작은 차로 여러 번 옮기는 것이 오히려 가격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산 결과, 두어 번의 왕복을 생각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렌트를 예약했는데, 원하는 크기의 차가 너무나도 쉽게 바로 예약이 되었다. 어쩐지 뭔가 쉽게 일이 풀려가는 것 같아 이사라는 큰 일을 앞둔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음 날 갑자기 띠링~메시지가 날아와 우리가 애초에 예약한 일요일이 아닌, 화요일에 예약이 변경되었다고 왔다. 이유인즉, 원래 본사 정책은 24/7(24시간 7일 내내) 시스템인데 여기 포센 존의 지점은 휴일엔 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 그러면 아예 예약을 그 날짜엔 접어 두던지.. 월요일도 휴일인 ‘British Columbia Day’라는 이유로 화요일로 옮겨진 거였다. 우리와는 연락이 닿지 않은 채로 말이다.(부재중 통화가 한 건 있었다.)

  후아… 어쩐지. 너무 쉽더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포센존(Fort. st. John). 내 마음 같이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멘탈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예전이었다면 예측 못한 변수에 너무나 스트레스 받았을 상황.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다행히 이제는 안다.


  단 한 가지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푸우우..”

  깊이 심호흡을 한 다음,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을 찾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화요일이 되고 드디어 그 ‘귀하신’ U-Haul 트럭을 맞이했다. 아침 10시에 차가 준비되었다는( 이사 트럭을 오전 열 시에 가져오다니! ㅠㅠ)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주말, 휴일 동안 고이 주차장에 모셔져 있는(!?) 트럭들을 보니 다시금 속이 쓰렸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수밖에.

  하루 종일 짐을 나르고 우리가 차를 반납한 건 밤 열 두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하루를 렌트했기 때문에 다음 날 열 시까지 반납하면 되었지만, 남편이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늦은 밤에 반납했다.


  자, 여기서 의문. 주말 근무도 안 한다는 이곳에서 밤늦은 시간에 반납을 어떻게 하는가?

—> 그냥 사이트에 반납을 알리고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키를 정해진 곳에 두기. 끝.


이렇게 또 한 번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


  파도타기 같은 우리의 삶에서 여러가지 변수를 만나게 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의연하기에는,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때로 지치고 힘이 든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희망은 있다.

  바로,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여 간다는 것.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경험치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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