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한 도담이 Aug 15. 2022

7월! 다시, 캐나다 이사철.그리고 우리(2)

번갯불에 콩 볶는 벼락 이사


  집주인의 집을 팔겠다는 폭탄선언으로 혼돈의 시간을 지나 다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페이스북에 들어가 소개된 부동산의 렌트 집을 검색하는데, 마음이 급한 우리의 조건은 매우 단순해졌다.


  우선, 4 가족으로 적어도 3개는 되어야했고, 겨울에 너무 춥지 않도록 너무 오래된 집은 곤란했다.(포센존 타운에도 1970년대 지어진 집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위아래층을 나누어 렌트를 주는 집은 피하고 싶었다. 아파트와는 달리 누구인지도 모를(국적, 인종 포함) 사람과 독채를 공유하는건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이므로.

  문제는 이런 조건으로 나와있는 집은 아주 극소수였고, 4년전 처음 포센존에서 구하던 때에 보았던 집의 컨디션과 렌트비의 간격은 커져 버렸다.


하지만.

조건에 맞는 집이 두어 군데 있었고, 그 중 한곳은 이전 세입자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집을 오픈하지 않아서 미리 볼 수도 없었지만(새로운 세입자, 혹은 구매 의사자를 위한 최소 주1회 showing은 세입자의 의무인데도!) 보지도 않고 일단 선금을 넣고 예약한 끝에 집을 잡을 수 있었다. 다른 집이 나오길 기다려 보자는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지금이 한창 이사 철인데, 더 기다린다한들, 마땅한 집이 있을지도 모르고, 치열한 경쟁을 뚫을 자신도 없었다. 집을 보지 못했을 때는 전 세입자가 좀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우리에게 기회가 왔던거 같아 오히려 고맙다.^^;;


   다른 다행인 점은, 살던 집의 집주인이 이사에 관해서는 최대한 우리의 편의를 배려해줬던거다. 법적으로 세입자는 최소 이사   전에는 알려야하는데 우리가 집을 구하자마자 나가도 되겠냐고 물으니 단번에 오케이 해줬다. 본인이 집을 팔겠다고 해서 우리가 나가야하는 입장이라하더라도 밥적으로 집주인은 남은   동안의 렌트비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흔쾌히 이사 날이며 청소일, 인스펙션 등의 편의를 배려해 주었다.


  집을 목요일에 바로 계약하고 일요일에 이사하기로 결정을   이사트럭을 예약했다. 올해도 역시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끼리  보기로하고 트럭만 렌트했다. 캐나다는 대부분 냉장고, 세탁기, 옷장 등 부피가 큰 짐들은 빌트인으로 구비가 되어있어서 그나마 셀프 이사의 부담이 적어 가능한 도전이다. (물론, 든든한 아들과 남편에 대한 맏음이 없이는 그마저도 힘들지만.^^;;)


  그리고 토요일.

  두둥..~무사히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나 쉬운 일이 없다. 일요일에 빌리기로한 트럭이 갑자기 화요일로 변경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는데, 이 곳 지점에서 일방적으로 미뤄진 것이다.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와중이라 일반 트럭으로는 어렵다 판단했다. 결국, 월요일까지 연휴여서 여유있게 주말 동안 이사를 해결하려했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남편은 갑자기 급하게 화요일에 휴가를 내야했다.

  

   한번 멘탈이 흔들렸지만 다시 다잡고 조금씩 조금씩, 트럭으로 옮기기엔 효율이 떨어지는 화분 같은 것들을 우리 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바로  건너로 이사하는 거라 차분히(?)  곳씩 그대~ 옮겨 이사했는데  올해는 동네가 다른 곳이라   왕복하는 것도 무척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화요일.

‘옮기기 버거운 짐’으로 분류된 먹거리들..^^;;


  여러 우울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정말 다행하게도 지인분 가족이 오셔서 짐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엄청난 일을 함께 해주셨다! 따로 부탁을 드리지도 않았는데,(우리가 그런걸  못한다..^^;;) 먼저 말씀해주시고 시간 맞춰  주시고, 이미 며칠간 여러 일들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우리 보다  열심히 일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기까지했다. 이번 생에서는 기억이 안나니 아마도   생에서 덕을 많이 쌓았었나보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다니!


  지인 분들이 대강의 짐을 옮겨 주신 후 보내드리고 우리가 마무리까지 모두 마치니   훌쩍 넘어버렸다. 저쪽  청소를 다음 날 예약했기 때문에 짐을 모두 옮겨야해서 나중에 트럭에서 내린 짐은 모두 차고와  안에 무질서하게 쌓여있고, 갈아입을 옷들도, 신발도 짐더미를 헤쳐 찾아야했지만,(다음  남편이 슬리퍼를 신고 출근  !!) 그래도. 일단은.  고개를 넘었다. 이제 낯선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는 스트레스도, 집을 구해 이사해야 한다는 걱정도 없다.

  

  이제까지 타지에서 여러  살면서 느낀건, 그냥, 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편한게 최고라는 것이다. 결국 몸은, 마음이 가는 곳을 향하고, 편안한 마음은 건강한 몸이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은’ 이사가 끝이 났다. 6월에 예약한 휴가 일정 나흘 전에.


이제, 정말, 진정으로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갈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Fort.St. John 이사철. 그리고 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